[산이 내어주는 용기]
산에 오를 때마다 같은 질문을 되풀이한다. 왜 산에 오를까. 건강을 위해, 마음 수양을 위해, 나무와 꽃을 보기 위해 산에 오른다. 산에 오르는 사람들은 그들만의 제각각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가파른 경사를 따라 힘들게 오를 때는 회의감이 들 때도 많다. 그때마다 나 자신을 단단히 채워주는 것은, 산 정상에 서면 삶에 대해 더 진지해지고 내 폭이 넓어진다. 한 뼘 커진 그 느낌을 따라 힘든 산행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묵묵히 오르게 된다.
족두리봉 오르는 가파른 등로에 진달래꽃이 반긴다. 산 들머리에서 중턱쯤까지는 이미 꽃이 시들어가고 있지만 꽃이라는 이유로 산객의 마음은 한결 가벼워진다. 북한산에는 온통 분홍 진달래꽃으로 단장하고 있다. 한꺼번에 피지 말고 쉬엄쉬엄 나눠서 피면 얼마나 좋겠냐만은 세상일이 그리 간단치가 않다.
산에 오르기 전 예전에 있었던 일 매듭이 뒤숭숭해 마음이 편치 않았는데 비봉 능선에 올라 꽃길을 걸으니 갖은 근심은 사라지고 오늘 하루 안전하게 마무리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뿐이다. 문수봉 오르는 길에 진달래꽃이 뜸해져 서운해진다. 그렇지만 이내 서운함을 거둘 수 있었다. 계단 길 틈틈이 노랑제비꽃, 흰 제비꽃, 현호색 등 봄꽃들이 색색을 갖춰 반긴다. 긴 오르막 길에 봄꽃들이 없었으면 더 힘들었겠지만 그들과 눈맞춤하며 오르는 길은 한결 수월했다.
대남문 지나 성곽길에는 진달래 꽃봉오리가 맺혀 필랑말랑 봄 온도를 재고 있다. 지난주에는 필 생각도 없어 보였는데, 이번 주에는 마음을 많이 열어 봄 맞을 준비를 갖췄다. 칼바위 능선 갈림길에서 방향을 바꿔 내리막 길에는 진달래가 많이 피어 있다. 능선 길과 몇 걸음 차이가 아닌데도 이렇게 봄 맞는 시간이 다르니 자연의 질서를 아는 체하지 못하겠다.
칼바위 능선은 예전과 달리 데크 계단을 만들어 안전 보강이 많이 되었지만, 가파른 본성을 지우지는 못했다. 칼바위 능선 정상에 올라 백운대를 바라보며 봄을 맞은 북한산의 감성을 제대로 느껴본다.
북한산 생태숲 방향으로 하산하면서 아침에 올랐던 산의 근본을 들춰본다. 산 자체가 문제를 해결해 주지는 않지만, 해결할 수 있는 에너지와 자신감을 준다. 그래서 산에 오르면 의외로 자신이 단단해짐을 느낄 수 있다. 산은 답을 주지는 않지만 방향을 제시해 준다. 산이 전해주는 방향을 따라 자연의 순리를 따를 때만이 건강한 모습을 내어주고 용기를 북돋워준다.
[산행 일시] 2026년 4월 12일
[산행 경로] 불광역 - 족두리봉 - 비봉 능선 - 문수봉 - 대남문 - 칼바위 능선 - 북한산 생태숲(12.2km)
[산행시간] 6시간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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