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눈과의 시절인연]
봄 마중 갔다가 눈을 만났다. 겨울 내내 눈을 쫓아 선자령, 태백산, 덕유산을 다녔지만 헛걸음이었는데, 생각지도 않았던 눈을 뒷산에서 만났으니 행운이다. 자연에서 눈을 만나는 일도 시절 인연이 닿아야 한다.
꽃을 쫓아 산에 오르면 시절이 일러 덜 피었거나, 늦어서 저버려 때를 놓치기 일쑤다. 운해를 만날 수 있으려나 기대를 하고 비 오는 날 산에 오르면 비가 그치지 않아 운해는 간데없어 앞뒤 분간을 못하거나, 비가 그쳐도 온통 구름에 싸여 곰탕 같은 날씨에 빈 걸음으로 내려오기도 한다. 일출 일몰 산행에서도 세심하게 때와 시를 가려 기다려도 바람과 구름이 도와주지 않으면 다음을 기약해야 한다.
사람은 자연을 기다리지만 자연은 사람을 기다리지 않는다. 언제나 그 자리에서 제 모습대로 제 기운에 따라 흐르고 멈출 뿐이다. 인간은 세상 모든 변화가 자신의 예상대로 이루어지리라 믿는다.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가. 한 포기의 잡초도 자연의 섭리에 따를 뿐 인간의 뜻에 따르지 않는다.
음달에는 빙판이 있고, 그 위에 눈이 내려 미끄럽다. 봄을 만나야겠다는 마음만으로 산에 올랐던 터라 두세 번 넘어졌다. 발목이 삐고 목에 근육통도 생겼다. 아이젠을 준비했지만, 눈길이 이어졌다 끊어졌다 해서 귀찮아 아이젠을 차지 않고 방심했던 탓이다. 이 역시 계획에는 없었던 일이다. 봄마중 갔으니 조용히 다녀올 것이라 생각했는데, 예상외의 복병을 만났다. 인간이 계획한 일도 제 뜻대로 되지 않는데, 자연이 하는 일에 욕심을 부린다고 될 일인가. 자연은 제 섭리대로 흐를 뿐이고, 인간은 그저 시절 인연을 따라갈 뿐이다.
도심에 접한 북한산에서 일본 북 알프스를 닮은 설경을 만나는 느낌은 꽤 이국적이다. 산에서 만난 외국인들도 연신 싱글벙글 카메라 셔터를 눌러댄다. 하늘이 내린 깜짝 이벤트에 모두들 가슴이 넓어진다. 살다 보면 뜻하지 않게 봄 눈을 만날 수 있는 것 또한 자연의 방정식이다. 낮 기온이 오르자 나뭇가지에 걸렸던 눈이 꽃비 날리듯 반짝이며 흩어진다. 봄 눈은 신기루 같다. 행복한 마음을 가슴에 담아 돌아서니 녹아 없어진다. 허무한 마음이지만, 이 또한 봄눈과의 짧은 시절 인연이니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산행 일시] 2026년 3월 7일
[산행 경로] 연신내역 - 향로봉 - 비봉능선 - 대남문 - 구기동(11km)
[산행 시간] 5시간 15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