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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름다운 동행
桃溪遊錄

이서고국

by 桃溪도계 2018. 5.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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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의 향수를 더듬으며 교정에 들어서면 왠지모를 쓸쓸함이 베인다.

온갖 잔꾀와 술수에 익숙해져 있는 자신을 제대로 살피지 못하다가도 팔조령 고개를 넘으면 자신도 모르게 홑겹의 순수함을 깨닫게 된다.

고향 들녘을 가로질러 언덕위에 자리잡은 교정 정문을 마주하면 학생이 되는 까닭이다.


학창시절에는 학교를 들락거리면서도 별 새콤한 맛이 없었다.

앙코없는 찐방을 먹는듯한 그런 느낌으로 학교를 다니면서 가끔 친구들과 작은 일탈을 할 때면 약간은 새콤달콤한 맛을 느꼇던 기억이 있다.

수 십년이 지나 다시 학생 된 기분을 느끼는 지금은 사뭇 다르다.

교정에 들어서는 순간 가슴에 묻었던 침샘이 폭발하면서 울컥하는 감정을 느끼게 된다.


다시는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없기 때문일까.

옛 친구들을 만난다는 설레임 때문일까.

그도저도 아니면 나이를 먹은 탓일까.


중년의 나이에 학교를 찾아

친구를 만나고, 선후배를 만나고, 갖가지 추억에 젖는 일은

새콤달콤한 딸기를 입안 가득 베어 삼키면 눈꼬리가 흘깃 올라가는 기분이다.


언제까지 학교를 찾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강물을 거슬러 오르는 연어들처럼 되돌이표가 되고싶은 마음 가슴 한 가득이다.

내년에 또 되돌아와서 싱싱한 딸기를 움찟움찟 목젖이 젖히도록 삼키고 싶다.










* 일      시 : 2018년 4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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