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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름다운 동행
桃溪遊錄

기일

by 桃溪도계 2021. 4.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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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아버지께서 돌아가신 지 스무세 번째 기일이다.

복숭아꽃이 흐드러지게 피던 날.

달이 아직 여물지 않은 시간에 아버지는 별 달리 유언도 없이 유명을 달리하셨다.

돌이켜보면 참 아쉬움이 많다.

건강이 좋지 않은 줄 알면서도 술을 끊지 못했던 아버지께서는 결국 자신을 절제하고 관리하는데 실패했다고 볼 수 있다.

 

산은 그대로이고 물도 그대로인데 인간 삶의 궤적만이 궤도를 바꿔갈 뿐이다.

마침 어머니께서는 허리가 아프셔서 수술을 하고 병원에 계시는데, 당연히 제사에는 참석도 못하시고 혼자 병실에서 통증을 감내하고 계신다.

수술을 하면 깔끔하게 없는 듯이 통증이 가실 줄 알았는데, 통증이 쉬 가시지 않으니 불안하고 졸갑증이 나시는가 보다.

입맛도 없다며 아들, 며느리한테 투덜대며 어릉장이 늘어난다.

 

아내는 제사상에 잔을 올리고 어머님 쉬 낫게 해달라고 간단한 기도를 올린다.

참 어색하고 멋쩍지만 가장 인간적인 모습이다.

그만큼 인간은 나약한 존재이면서도 잘난 척, 강한 척 살아왔다.

 

고모부님께서 암 투병을 하시며 동산병원에 계시는데 병문안을 갔다.

고모님께서 고모부님께 툭 던지신다.

'어떻게 죽을래요'

'ㅎㅎ... 귀신도 모르게 죽지 뭐'

약간은 해학이 깃든 짧은 대화는 삶의 깊이를 오롯이 대변한다.

초월한 듯한 대화를 듣고서는 혼잣말로 어머님께 질문해본다.

'아버지가 가신 길을 아니 갈 수는 없을 텐데.. 어떻게 가실래요?'

 

아직 어머니는 편하게 오래 사실 궁리를 한다.

말로는 팔십을 채웠으니 여한이 없다 하시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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