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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름다운 동행

記 行243

대관령 삼양목장 바람이 불어야만 생존할 수 있는 바람개비. 하지만 대관령 목장 하늘 전망대의 바람은 사람을 날려버릴 기세다. 올 겨울 들어 가장 추운 날씨에 바람까지 세게 불어대니 바람을 먹고사는 바람개비인들 버텨낼 수 있으려나. 소떼나 양떼도 우리 안에 갇혀 추위를 피하고 있다. 그런데 사람들의 호기심은 추운 바람을 뚫고 양떼를 구경하겠다고 나섰으니 아이러니다. 그동안 대관령 목장에는 가축들을 방목하는 이국적인 풍경이 대세였으나, 어느 날 바람개비가 들어서고 부터는 또 하나의 풍경이 생긴 것이다. 이렇게 바람이 거센 날에는 바람개비가 제 몫을 하겠지만, 걸핏하면 날개를 세워 놓고 한 눈을 팔기가 일쑤다. 우리나라는 바람의 질이 대체로 고르지 못해 풍력 사업은 경제성이 낮은 편이다. 우리나라에서 바람개비는 하나의 풍경으.. 2022. 12. 20.
경포대 경포대 가거든 안부나 전해주게 삼각산 등잔 밑에 술익는 향기따라 당신 그리운 마음 알알이 맺혔다고 솔향 넘실대는 경포대 가거든 초당 순두부 집 구수한 입맛따라 흔적없이 다녀갔다는 소문내지 말게나 [일 시] 2022년 12월 17일 [장 소] 강원도 강릉시 2022. 12. 18.
客舍門객사문 客舍門은 강릉 도호부 임영관에 지어진 客舍의 정문으로서 고려말에 지어졌다. 客舍는 관리나 사신이 방문할 때 숙소로 사용했던 관청 건물이다. 객사문은 우리나라 현존하는 문 중에서 가장 오래된 것으로서 강원도 소재 건축물 중 유일하게 국보로 지정되기도 했다. 배흘림기둥에 맞배지붕의 건축 양식으로 지어졌으며 지붕과 기둥이 만나는 지점에는 세련된 조각으로 처리하여 눈길을 끈다. 문짝은 교체된 흔적이 있으나 柱心 기둥을 비롯하여 문간을 구성하는 대부분의 건물은 고려시대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어 역사의 깊이를 가늠하게 한다. 기둥 표면에 깊이 파이고 주름진 세월의 흔적에서 고려시대 대목장의 숨결을 느낀다. [일 시] 2022년 12월 17일 [장 소] 강원도 강릉시 2022. 12. 18.
두물머리 몽환적으로 피어오르는 새벽 물안개를 만나고 싶었다. 그렇지만 정성이 부족했다. 운이 짧았다. 열정이 모자랐겠지. 그것도 아니면 못난 사랑이었던 거야. 곰삭은 동치미 깊은 속 맛을 내 어찌 아랴. 추운 겨울 지나고 봄이 피는 내년 춘삼월에 뵙자꾸나 물안개 느지막이 철이 들겠지. 황포돛배가 바람을 품게 되는 날. [일 시] 2022년 12월 10일 2022. 12. 10.
요트를 타라 요트를 소유하기는 쉽지 않지만 체험해 보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다. 영종도 왕산마리나에서 운영하는 요트 체험 프로그램에 예약하면 별 조건 없이 탈 수 있다. 요트 운행 기술을 배우는 게 아니라서 학습할 필요도 없다. 말 그대로 그냥 배만 타면 된다. 요트의 구조는 간단하다. 배 몸체와 엔진, 그리고 돛으로 이뤄져 있다. 일반 배와 다른 점은 돛이 있어서 낭만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는 점이다. 배 안에는 작은 바 형태를 갖추고 있어서 바다에서 와인 한 잔 하며 시간 보내기 좋은 구조다. 영종도 왕산 마리나 계류장에서 요트는 엔진을 켜고 앞바다로 조금 나가더니 엔진을 끄고 돛을 올려 바람에 맡긴다. 바람 따라 일렁거리다가 약속된 시간 40분이 지나면 다시 엔진을 켜고 계류장으로 들어온다. 타기 전에는 호기심이.. 2022. 11. 23.
신도, 시도, 모도 [설렘과 기다림] 영종도 삼목항에서 배를 타고 10여분이면 닿을 수 있는 신도, 시도, 모도 삼 형제 섬에 동문수학 수다꾼들이 만추에 고개를 빼꼼히 내밀고 시절 사냥에 나섰다. 신도에 들어서자마자 갯벌에 배를 깔고 응석 부리며 바닷물을 기다리고 있는 빈 배가 시선을 끈다. 우리의 삶도 너를 닮아 언제나 기다림이다. 시도로 넘어가는 다리 입구의 농가에서 우리 일행과 눈 맞춤을 하고는 꼬리를 양껏 흔들어 대는 개를 만났다. 어찌나 살갑게 반기는지 넉넉한 미소로 그들을 맞는다. 네 삶도 어떤 기다림이었구나. 감잎 떨어진 감나무에는 빨간 감들이 조롱조롱 매달려 있다. 너는 또 누구를 기다리는가. 파란 하늘을 가르며 날아가는 기러기 떼를 기다리는가. 아니면 작년에 토라져 코가 삐뚤어진 까치를 기다리는가. 신도 선.. 2022. 11. 20.
칠장사 칠장사는 충청도 진천과 경기도 안성의 경계인 칠현산 자락에 위치해 있다. 신라시대 때 창건된 이래 1790년(정조 14년)에 중창한 대웅전은 경기도권의 대표적인 조선 후기 건축물이라 한다. 대웅전은 맞배지붕형태의 건축양식으로 아담한 크기여서 위압감보다는 다정한 안정감을 준다. 대웅전 단청이 세월에 바래어 아쉬워 보이기도 하지만 오히려 속살을 드러내 놓은 자존감이 더 멋있다. 건축물의 보존을 위하여 단청을 새롭게 보완할지 말아야 할지는 고민이 좀 길어진다. 아울러 보물급 문화재를 많이 보유하고 있는 칠장사를 화재나 기타 재해로 부터 안전하게 보존할 수 있기를 바란다. 칠장사의 가을은 유난히 밝다. 색깔 고운 단풍나무가 경내를 도열하듯 군데군데 서 있고, 햇살이 퍼지는 오후 시간에 낙엽을 투과하는 햇빛의 조.. 2022. 11. 4.
길상사 [맑고 향기롭게] 시인의 애인 김영한이 사랑했던 백석을 못 잊어 평생을 수절하고 시절의 영화를 울며 불며 달랬던 대원각이라는 요정을 운영했던 부지를 법정스님에게 기부하였다. 그 터에 김영한의 법명이었던 길상화를 기려 길상사라는 절을 세웠다. 백석 시인의 시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에 등장하는 나타샤는 그의 애인 김영한이었으며, 후일 김영한은 당시 시가 천억 원에 달하는 대원각 부지를 법정스님에게 희사한 일을 두고 아깝지 않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백석 시인의 시 한 줄에 미치지 못하는 재산이라며 그리운 애인에 대한 사랑을 표현하였다. 나타샤는 자신의 전 재산을 기부하며 법정스님의 철학이었던 무소유를 실천하고자 했던 흔적을 남겼다. 경내 뜰에 앉아 잠시 '무소유'를 회상해 본다. 나는 가진 것도 별 것 없.. 2022. 10. 1.
남한산성 [Nicole Valentova 와의 인연] 니콜은 현재 런던대학교에서 일본 근대 미술사 전공 박사학위 취득을 앞둔 체코 출신의 여성 청년이다. 세상 살면서 짧은 기간이지만 외국인과 이렇게 밀접하게 생활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그와의 첫 만남은 다소 어색했지만 붙임성 좋은 그와 친해지는 데는 그리 많은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딸이 런던대학교 동아시아 연구반에서 방문 연구자로 공부하면서 그와 만나게 되었으며, 서로 친분을 쌓아 가던 중 작년에 체코에 있는 그의 집에 초대되어 환대를 받았다. 올여름에 그가 이화여대에서 주최하는 세미나 참석차 한국에 방문하였으며, 세미나 일정을 끝내고 남은 일정 동안 한국의 이곳저곳을 돌아보며 시간을 보내기로 했는데, 딸의 요청에 의하여.. 2022. 8. 16.
은평 한옥 마을 서울시 은평구 북한산 자락에 위치한 한옥마을은 자생적으로 생겨난 마을이 아니라 계획된 한옥 마을이다. 도시형의 택지를 분양하여 마을을 형성하고 서울시에서 건축주에게 일정 금액을 지원해주는 형태로 조성된 마을이어서 우선 보기에 깨끗하고 길도 반듯하다. 다만 한옥의 형태가 전통적인 한옥 이미지와 달리 퓨전 한옥이어서 푸근한 정감보다는 세련된 도시 정서가 느껴진다. 기와지붕의 용마루와 처마를 잇는 여유 있는 곡선이 북한산 비봉능선과 닮아 있어 전통 한옥의 이미지를 잘 살린 점은 추천할 만하다. 은평 한옥마을의 특징은 집집마다 가옥의 이름을 지어 대문 칸이나 본체 처마 밑에 걸어 두었다는 점이다. 그리고 대부분 마당이 없거나 좁은 점은 전통 한옥의 넉넉함을 감쇄하는 느낌이어서 조금은 아쉽다. 현실적인 문제여서 .. 2022. 8. 16.
진관사 [심술과 행복] 대웅전 앞마당 화분에 연꽃이 피었다. 연못이 아닌 열악한 환경에서 꽃을 피우고 연밥을 맺어 짠한 감성을 묻어낸다. 누군가 연밥을 파내어 해코지를 했다. 배가 고파서 한 저지레는 아닐 것이다. 단순 호기심에서 한 행동도 아닐 것이다. 먹을 것도 없는 연밥 몇 개를 먹겠다고 후벼 팠으니 쓰리다. 연밥도 아프고 나도 아프다. 정작 연밥을 후벼 판 그는 아프지 않을 것이다. 그는 이렇게 심술을 부려야 행복을 느끼는 사람일 것이다. 내내 행복하기를 빈다. * 진관사는 서울시 은평구 북한산 자락에 위치하며 고려 현종이 진관 대사를 위하여 창건한 고찰이다. 여러 차례에 걸쳐 중수하였으며 현재의 대웅전 등 다수의 건물은 6.25 전쟁 때 소실되어 재건한 건물이다. 진관사의 수륙재는 2013년 국가무형문.. 2022. 8. 16.
서오릉 [미관말직 능참봉] 능참봉은 능을 지키는 능지기로서 오늘날의 문화재청 9급 공무원 정도의 직급이다. 최하위 직급이지만 선대 임금의 왕릉을 지킨다는 점에서 얕볼 수 없는 직책이었다. 능참봉은 왕릉뿐만 아니라 왕릉에 달린 토지 및 주변의 나무를 비롯하여 전체적인 관리를 맡는다. 제사를 주관하고 왕이 능 행차 시에 다과를 준비하고 마중을 나가기도 한다. 그런 면에서 궁전과의 직접 관리 라인이므로 미관말직이지만 함부로 무시할 수도 없는 관직이다. 칠십에 능참봉 한다. 늦은 나이에 벼슬을 얻었지만 효심이 깊은 임금의 경우에는 수시로 능을 찾기 때문에 쉴 틈이 없이 바빴다. 겨우 말직 벼슬을 얻었는데 공무가 바빠 몸이 고단하게 되었음을 빗댄 말이다. 조선시대의 왕릉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조선 왕 27.. 2022. 8.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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