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 行 (584) 썸네일형 리스트형 지리산 7암자 순례길 道를 구하는 일이 그리 쉽기야 하겠냐만은 함양 음정마을에서 도솔암 오르는 길이 예사롭지 않다. 길이 없는 길을 가야 하는 산객의 마음을 어떻게 알았는지 소쩍새가 밤을 새워 산길을 밝힌다. 부처님 오신 날 딱 하루 열리는 7 암자 순례길에는 많은 사람들로 붐빈다. 세상 살면서 엉킨 감정들을 풀어내고 새로운 마음을 여미기 위하여 求道의 마음으로 들어선 순례길이다. 도솔암 오르는 길에서 선두에 섰던 리더가 길을 잘못 잡았다. 가파른 돌무더기 길을 개척하는 일이 자칫 위험할 수도 있겠다. 사람이 많아 걷는 시간보다 기다리는 시간이 더 많다. 개인적으로는 전날 하프 마라톤을 달리고 왔던지라 아직 피로가 덜 풀린 상태였으므로 가다 서다 쉬엄쉬엄 오르는 길이 그나마 다행이다. 깜깜한 밤에 가파른 오르막길에서 길이 .. 북한산 둘레길 북한산 둘레길은 북한산과 도봉산을 한 바퀴 도는 코스인데 한번 걸어 본 경험이 있다. 물론 여러 번에 나눠서 걸었다. 둘레길이라 해서 평탄한 산책길이 아니라 산 길도 있고 마실길도 있다. 친구들과 북한산 둘레길을 한 번에 완주하자고 모의했다. 실패하더라도 두려워 말자. 그것은 또 다른 문을 열기 위한 창조의 과정이니 덤비고 보자. 저녁 8시 30분 불광역 장미공원을 출발하여 둘레길 역방향인 탕춘대 방향으로 출발했다. 옛성길(7구간) 구간 지나고 평창마을 길(6구간)에 접어들어 평창동 가는 길을 찾지 못해 알바했다. 밤 길이어서 이정표 인식이 쉽지 않은 점은 야간 산행에 장애요소다. 평창동 길을 걸으며 서울의 야경을 바라보는 맛은 이국적인 분위기다. 웅장한 대저택들이 문을 잠그고 사회와 격리할 태세로 담.. 청계산 진달래능선 마다가스카르의 혹등고래를 닮은 청계산 진달래 능선을 만나는 설렘은 괜한 흥분이 아니다. 돌풍 비가 쏟아질 것이라는 예보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를 만나러 오르는 길은 즐거움이다. 그를 만나러 청계산에 와락 껴 안기니 좋기도 하지만 왠지 쑥스럽다. 엉덩이를 뒤로 빼고 엉거주춤 그에게 안부를 전한다. 앞뒤 재지 않고 어설프게 덤비는 것은 실례다. 그의 가슴이 뜨거워질 때까지 포근하게 쓰다듬고 어루만져야 한다. 헛물켜는 속물로 보이고 싶지는 않다. 제비꽃, 현호색, 개별꽃들이 반긴다. 지난겨울 혹독한 추위를 어떻게 견뎌냈을까. 보라색, 흰색, 노란색들을 땅속에 숨겨뒀다가 봄이 되면 예쁘게 색을 올리는 에너지가 마냥 신기할 뿐이다. 자연은 언제나 위대한 아름다움이다. 목이 탄다. 헬기장에 올라 막걸리 한 잔 .. 북한산 길 위에 흐르는 이야기를 따라 진달래가 피고 눈이 내린다.진달래가 온다길래 봄맞이 갔다가 춘설을 만났으니 낭패였다.아니다 행운이었다. 꽃이 피나 눈이 오나 경계를 짓는 일은 의미 없는 가설이다.꽃과 눈은 다름이 아니었다.그 시작은 언제나 아름다움이었다. 봄은 언제나 겨울 다음에 맺히는 꽃인 줄 알았다.하나, 봄은 혼자 오는 게 아니라 겨울에 섞여서부대끼며 오는 것이었다. [산행 일시] 2025년 3월 29일[산행 경로] 불광역 - 탕춘대 능선 - 비봉 - 문수봉 - 대남문 - 백운봉 암문 - 북한산성 탐방센터(16.8km)[산행 시간] 6시간 30분 청광종주 겨울 동안 움츠렸던 몸과 마음을 훌훌 털어내고 따뜻하고 예쁜 봄을 만나기 위해 봄마중을 나선다. 그런데 그 길이 만만치 않다. 청계산에서 광교산까지 장거리 산행이어서 움츠렸던 몸과 마음을 털어내기보다는 더 지치게 만드는 역설이다. 한 발 한 발 걷다 보면 봄이야 만나겠지만, 내 마음에 묵혀 있던 미운 감정들은 어떻게 덜어낼까. 솔직히 세상 살면서 사람을 그리 미워하는 편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간간이 가슴에 옹이처럼 박혀있는 미운 감정들이 있다. 아무 일 없던 것처럼 삭여낼 수는 없겠지만, 상처가 있는 듯 마는 듯 연하게 남길 수 있다면 더 바람이 없겠다. 마라톤을 하거나 장거리 산행을 하다 보면 내 마음의 상처들을 긴 호흡으로 만지고 달랠 수 기회를 얻게 된다. 몸을 비틀어 마음을 정화하는 의식인 셈이다.. 대모산, 구룡산 야트막한 도심의 산에도 봄물이 돋는다. 하지만 얼었던 눈이 녹으면서 길은 진창이 되어 미끄럼 사고가 잦다. 앞서가던 초로의 산객이 넘어졌다. 외상은 크지 않아 보였는데 얼굴이 하얗게 변하고 호흡이 고르지 못한 게 예사롭지 않다. 함께했던 친구가 부축을 하고 다른 산객이 119를 불렀다. 산은 언제나 겸손으로 무장을 하고 조심성 있게 접근해야 함을 새삼 깨닫는다. 유달리 추웠던 겨울을 견뎌낸 진달래 꽃봉오리를 연둣빛 감상이 둘러싸고 있다. 버들강아지 보송보송 깃을 세우고, 매화 꽃봉오리 간지러워 더듬거리는, 칡뿌리가 몸을 풀고 살을 찌우는, 화분에 묻어뒀던 수선화가 뾰족뾰족 파란 영혼을 싹 틔우는, 얼음 풀린 호수에 윤슬이 유난히 넘실거리는, 깡다구 있게 버티던 서릿발이 햇볕에 소리 없이 녹아내리는 2월.. 민주지산 어깨를 적시는 진눈깨비가 종일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산을 오른다. 당초 남덕유산 산행을 계획했었는데, 눈이 너무 많이 쌓여 관리공단에서 미처 러셀을 마치지 못해 출입을 통제했다. 머리를 돌려 민주지산으로 향했지만, 이곳도 허벅지까지 빠지는 적잖은 적설량으로 산행 길이 만만치 않다. 다행히 러셀이 되어 있어서 뚜벅뚜벅 앞사람 발자국을 따라서 불평 없이 오른다. 오랜만에 오른 민주지산이라 멋진 풍광을 기대했지만, 산행 내내 시야가 트이지 않아 답답함이 많다. 그렇지만 산은 아무 요동이 없다. 눈비가 오거나 바람이 불어도 꿈쩍하지 않는다. 산은 자신을 텅 비웠기 때문에 별다른 아름다움을 쫓지 않는다. 누구든 빈 마음으로 산에 오르면 산은 아름다움을 그 문안으로 들인다. 산 길을 걷은 것은 힘들다. 더군다나.. 소백산 바람을 만나기 위해서 소백산을 오른다. 겨울 소백산은 한 해를 버텨내기 위한 백신 같은 것이었다. 올해도 망설임 없이 백신을 맞으러 소백산에 올랐는데 어쩐 일인지 바람이 없다. 십 수년 소백산을 친구처럼 만났지만 바람이 사라진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봄날에도 바람이 만만찮은 소백산에 무슨 바람이 불었을까. 사실 소백산행을 준비하면서 마음을 다졌다. 아무리 거친 바람이어도 하나의 바람일 뿐이니 잘 견뎌내자. 힘겹게 버티다 보면 바람은 지나간다는 믿음을 꾹꾹 눌러 담으며 산에 올랐는데, 바람이 사라졌으니 허망하기 이를 데 없다. 늘 피하고만 싶었던 바람이었기에 좋아할 만도 한데 오히려 바람을 기다린다. 어디에서 바람을 구할까. 너무나 흔한 바람이었기에 대수롭잖게 여겼는데, 막상 바람이 사라진 소백산 능.. 이전 1 2 3 4 5 ··· 73 다음 목록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