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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름다운 동행

山 行539

소백산 왜, 산이 그립지 않았을까만은 그립다 말하기가 그리 쉽지만은 않았으니 일천한 제 마음을 혜량 하여 주시기를 바랄 뿐입니다. 깐깐한 자존심에 한 치의 틈도 허락하지 않았으니 허파를 찢을 듯한 산 바람을 피하기보다는 존경하는 마음을 오롯이 담아 그대를 품습니다. 누가 그럽디다. 길을 모르면 물어서 가고 물어볼 사람이 없으면 큰길로 가고 큰길이 보이지 않으면 많은 사람들이 가는 길로 가라. 그대를 향해서 내딛는 걸음. 길이 없으면 만들어서 가고 눈보라가 몰아치면 손 잡고 가고 사람들이 보이지 않으면 기다렸다가 함께 가리라. [산행 일시] 2023년 2월 4일 [산행 경로] 어의곡매표소 - 비로봉 - 천동쉼터 - 천동매표소(13km) [산행 시간] 4시간 30분 2023. 2. 6.
태백산 태백산 고사목도 세월을 따라 늙는다. 코로나 시절을 지나면서 자주 뵙지 못하다가 몇 년 만에 들렀더니 어금니가 빠진 듯 허전함이 느껴진다. 언제든지 태백산에만 오르면 주목 군락지에서 하늘을 받치고 있던 고사목이 반겨 줄 것이라 생각했는데 하나 둘 흔적이 지워지고 있다. 살아 천 년, 죽어 천 년 이라던 주목 고사목이 힘없이 사라지는 것을 보니 안타깝기는 하지만, 어쩌면 당신은 행복에 더 가까이 다가서 있음인지도 모르겠다. 더 많이 가져서 행복하기란 쉽지 않음을 이미 깨달아 버렸기에 껍질까지 벗어놓고 오롯이 나목인 채로 한 점 아쉬움 없이 세월에 맞서다가 이제 그 흔적마저 지웠으니 더 이상 내려놓을 것도 없다. 그 자리에 다시 싹을 틔울 수 있는 비움을 얻었으니 행복이다. 태백산에서 새로운 생명을 잉태하는.. 2023. 1. 30.
무등산 서석대에 상고대가 필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고 무등산에 오른다. 무등산에는 두 번 오른 적이 있는데, 그중에 한 번은 환상적인 상고대를 만난 적이 있다. 그 이후로 겨울만 되면 무등산 앓이를 한다. 몇 해가 흘러서 다시 기대감을 가지고 무등산 오르는 길. 화순 이서 분교 들머리에서 올려다보니 정상에 하얀 모자가 써져 있다. 낯 선 바람에 삐죽빼죽 일렁이는 윤슬을 닮은 가슴이 잔잔히 흔들린다. 무등산에는 입석대와 서석대를 비롯하여 신선대와 광석대까지 포함하면 4곳의 주상절리대를 관찰할 수 있다. 그중에 신선대는 가 보지 못하고 3곳을 관찰할 수 있어서 행운이었다. 광석대를 지나 입석대에 이를 즈음 하늘이 열리고 따뜻한 햇살이 몸속으로 체득된다. 서석대를 올려다보니 하얀 모자가 벗겨져 상고대가 사라지고 있다... 2023. 1. 30.
인왕산 [愛山愛戀 애산애련] 나에게 산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그런 면에서 연애를 닮았다. 보고 돌아서면 또다시 보고 싶어 지는 열병 같은 것이다. 한참을 보지 못하면 긴 밤을 설쳐대며 생병을 앓아 화병이 돋기도 한다. 가끔은 다투기도 하여 상처가 나기도 하지만, 그 상처가 아물기도 전에 또다시 보고 싶어 안달한다. 나에게 산은 결혼이 아니라 연애다. 너무 가까이 다가서면 아프고, 조금만 멀어지면 서운해지는 애닮은 사랑이다. 잠시 토라지면 얼음처럼 냉랭해지기도 하지만, 작은 관심에도 끊임없이 쏟아내는 자유로운 사랑이다. 산은 나의 애인이다. [산행 일시] 2023년 1월 24일 [산행 경로] 경복궁역 - 황학정 - 인왕산 - 윤동주 문학관 - 경기상고 - 경복궁역(5.5km) [산행 시간] 2시간 2023. 1. 25.
청도 삼성산 [신과 나] 인간이 없어도 신은 존재하는가? 신은 인간의 마음 창을 통하여 인간과 소통 하는 것이며, 인간 개체마다 각각의 신이 인간의 삶에 기생해서 존재하며 갖은 간섭을 하기도 하고 도움을 주기도 한다. 신은 꼭 나 자신을 닮아서 거울에 비치는 것처럼 나를 따라 똑같이 행동한다. 내가 웃으면 같이 웃고, 내가 울면 함께 울고 내가 행복하면 같이 행복하고, 내가 불행하면 불행도 함께 한다. 내가 게으름을 피우면 같이 게으르고, 내가 열심히 일하면 나를 도와 열심히 일한다. 내가 나쁜 마음을 먹으면 나를 따라 나쁜 마음을 먹고, 내가 좋은 마음으로 세상을 대하면 나를 도와 좋은 마음으로 세상을 대한다. 내가 기도하면 함께 기도하고 내가 요행을 바라면 같은 마음으로 요행을 바란다. 내가 살아가는 세상은 나 .. 2023. 1. 24.
덕유산 워따 얼마만이여. 짧기만 하던 밤이 마냥 길어졌던 그날은 설렘도 덩달아 길어졌다. 동엽령 올라가는 길에 자빠져서 뾰족한 돌쩌귀에 궁디를 찧었다. 씨부럴 좆나 아프다. 어쩔 것이여. 꼬리뼈가 욱신거리기는 해도 돌아설 수는 없는 길. 궁디가 아픈 줄도 모르고 덕유평전에는 파도소리가 거칠다. 무섭게 몰아치는 꼴을 보니 태풍을 몰고오는 갑다. 태풍이 오던 말던 하얀 산호초 숲을 요리조리 유영하는 고기떼를 닮은 우리는 복 된 자유다. 바이러스가 세상을 응큼하게 조졌는데도 살아남은 산호초가 기특하다. 찐한 키스로 회포를 달랜다. 향적봉에는 사람들이 좆나게 많다. 뭔 살판났다고 곤돌라를 이리도 못살게 괴롭히나. 백련사로 내려오는 가파른 하산 길에서도 궁디는 아프다. 막걸리를 취할 만큼 마셔도 자꾸만 아프다. 지하철이.. 2023. 1. 8.
삼각산 초운 길 [고래의 말] 국가의 리더는 은폐, 조작, 위장, 쇼를 잘해야 하며 양심이 없어야 하며 인격이 비뚤어지고 위선적이어야 한다. 고래가 뭘 안다고.. [산행 일시] 2022년 12월 25일 [산행 경로] 불광중학교 - 향로봉 - 비봉 - 문수봉 - 대남문 - 북한산성 입구(11km) [산행 시간] 3시간 30분 2022. 12. 25.
남한산성 산을 오르내릴 때 습관처럼 빈 주머니를 뒤적거린다. 어디쯤 가고 있을까. 글쎄. 오르막을 지나고 지금은 평탄한 길을 걷고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지나온 길을 되돌아보니 완만한 내리막 길을 내려오고 있었다. 다시 오르막 길을 오를 일은 없겠지만 내리막 길이어도 미끄러져 넘어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니 서두르지 말자. 한 잔 술의 기운을 빌어 만용을 부리지도 말자. 첫눈 내리던 날 남한산성 성곽 밑 돌 틈에 새긴 철 잃은 민들레처럼 어정거리다가 너무 늦지도 말자. [산행 일시] 2022년 12월 3일 [산행 경로] 남한산성 입구역 - 남문 - 동문 - 중앙광장 - 북문 - 옹성 - 서문 - 수어장대 - 남문 - 산성역(14km) [산행 시간] 5시간 2022. 12. 4.
관악산 [꼬부랑 길] 산 길은 꼬부랑 길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는 쉼표가 있기 때문이다. 인생 길도 운명처럼 꼬부랑 길로 설계되어 있다. 꼬불꼬불 하지만 지루하지 않은 길. 쉬엄쉬엄 쉬어가며 가자. [산행 일시] 2022년 11월 27일 [산행 경로] 서울대 공대 - 연주대 - 사당역(7.5km) [산행 시간] 4시간 20분 2022. 11. 28.
삼각산 원효봉 [들개] 원효봉 정상에 들개 한 마리. 산객들이 던져주는 먹이로 연명하다 보니 사람의 심리까지 꿰뚫어 보는 눈치를 가졌다. 한 때는 사람들에게 무한 사랑을 받았을 그가 어떤 연유로 고독한 산지기가 되었을까. 떡 한 조각을 던져주니 게눈 감추듯 맛있게 먹고는 턱을 괴이고 쳐다본다. 하나 더 줄지 주지 않을지 가늠하는 눈초리가 예사롭지 않다. 그만 가라고 소리치니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그냥 쫓아보내려니 뒤끝이 당겨 먹잇감을 주려고 다시 찾았으나 그는 이미 떠났다. 나는 그 와의 심리 싸움에서 밀렸다. 동물 전문가들은 그들에게 먹이를 주지 말라고 권하지만 막상 그와의 눈을 마주치면 그 설운 눈시울을 외면할 수가 없다. 속세로 내려가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가면 얼마나 좋을까만은 그는 그럴 생각이 없다. 아니면 .. 2022. 11. 28.
청계산 취업문을 두드리며 우왕좌왕하던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이제 퇴직문의 출구를 찾아 어깨를 떨어뜨리는 시간이 되었다. 시절 인연을 따라 청년 시절에 만났던 친구들은 머리카락이 희끗희끗해지고 더러는 듬성듬성 해졌다. 한 고개를 넘었으니 이제 어디로 가야 하나? 인생은 산과 묘하게도 닮아 있어 우리는 또 다른 고개를 향하여 산으로 올라야 한다. 그렇지만 두리번거릴 필요가 없다네. 오던 길을 이어서 앞으로만 가면 강을 만날 테고 어쩌면 더 멋진 산을 만날 수 있을지도 몰라. 친구야! 또 다른 시작이다. 앞뒤 재지 말고 핑계도 대지 말고 고민도 하지 말고 입술 꾹 깨물고 산에 오르자. 거기에는 건강이 있고 미소가 있고 아름다운 행복이 온기를 돋운다네. [산행 일시] 2022년 11월 5일 [산행 경로] 원터골 입구 .. 2022. 11. 5.
도봉산 여성봉 삼 년은 더 된 듯합니다. 제가 그동안 무심했습니다. 일 년에 한 번은 뵙고 깊은 포옹으로 시린 가슴을 달래고 회포를 풀었어야 하는데 시절이 수상했다는 핑계를 늘어놓습니다. 염치없음을 혜량 하여 주시옵기를 바랄 뿐입니다. 오매불망 그리던 당신 앞에 서서 꼼짝 않고 한참을 바라봅니다. 반갑다고 와락 덤벼들 수도 없어 무릎을 꿇고 가만히 안아봅니다. 하얀 손을 잡고 당신의 따뜻한 온기를 온몸으로 느낍니다. 서로의 온기를 느끼는 것만으로도 전희는 필요치 않습니다. 서두르지 않습니다. 천천히 가슴이 흠뻑 젖을 때까지 제가 할 수 있는 알뜰한 정성을 들입니다. 절대로 덤비지는 않을 거예요. 당신이 원할 때까지 나는 기다릴 테요. 당신도 성급하게 서두르지 마세요. 그냥 이대로 교감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절대 환희입니.. 2022. 10.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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