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개]
원효봉 정상에 들개 한 마리.
산객들이 던져주는 먹이로 연명하다 보니 사람의 심리까지 꿰뚫어 보는 눈치를 가졌다.
한 때는 사람들에게 무한 사랑을 받았을 그가 어떤 연유로 고독한 산지기가 되었을까.
떡 한 조각을 던져주니 게눈 감추듯 맛있게 먹고는 턱을 괴이고 쳐다본다.
하나 더 줄지 주지 않을지 가늠하는 눈초리가 예사롭지 않다.
그만 가라고 소리치니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그냥 쫓아보내려니 뒤끝이 당겨 먹잇감을 주려고 다시 찾았으나 그는 이미 떠났다.
나는 그 와의 심리 싸움에서 밀렸다.
동물 전문가들은 그들에게 먹이를 주지 말라고 권하지만 막상 그와의 눈을 마주치면 그 설운 눈시울을 외면할 수가 없다.
속세로 내려가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가면 얼마나 좋을까만은 그는 그럴 생각이 없다.
아니면 두려움을 떨쳐버릴 수가 없는 것이다.
삶을 대하는 그의 자세와 달관한 듯한 침묵에서 이미 깨달은 자의 여유마저 느껴진다.
속세와 격리되어 道를 얻으려 산으로 들어왔을 때 그는 가진 것 모두를 내려놨다.
그는 짓지도 않을뿐더러 사람들에게 정을 주거나 애교를 부릴 줄도 모른다.
흔한 사랑마저도 그에게는 사치였다.
나는 무엇을 얻으려 하고 무엇을 지키려 하는가.
나에게 꼭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원효봉의 들개처럼 모두를 내려놓으면 아쉬움이 남을까.
그는 나 보다 먼저 깨달음을 얻은 부처였다.
날씨가 추워지면 북풍한설에 이 겨울을 어떻게 견뎌낼까.
산을 내려와서도 그를 만난 인연의 그림자에 짠하게 남는 흔적은 무엇인가.
철 잃은 진달래꽃이 제 철을 찾아 필 때까지 그저 무탈하기만을 바랄 뿐.
부질없이 이것저것 덧붙이지는 말자.
[산행 일시] 2022년 11월 26일
[산행 경로] 북한산성 입구 - 새마을교 - 보리사 - 원효봉 갈림길 - 북분 - 원효봉 - 원효암 - 효자동(5.5km)
[산행 시간] 3시간 30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