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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따 얼마만이여.
짧기만 하던 밤이 마냥 길어졌던 그날은 설렘도 덩달아 길어졌다.
동엽령 올라가는 길에 자빠져서 뾰족한 돌쩌귀에 궁디를 찧었다.
씨부럴 좆나 아프다.
어쩔 것이여.
꼬리뼈가 욱신거리기는 해도 돌아설 수는 없는 길.
궁디가 아픈 줄도 모르고 덕유평전에는 파도소리가 거칠다.
무섭게 몰아치는 꼴을 보니 태풍을 몰고오는 갑다.
태풍이 오던 말던 하얀 산호초 숲을 요리조리 유영하는 고기떼를 닮은 우리는 복 된 자유다.
바이러스가 세상을 응큼하게 조졌는데도 살아남은 산호초가 기특하다.
찐한 키스로 회포를 달랜다.
향적봉에는 사람들이 좆나게 많다.
뭔 살판났다고 곤돌라를 이리도 못살게 괴롭히나.
백련사로 내려오는 가파른 하산 길에서도 궁디는 아프다.
막걸리를 취할 만큼 마셔도 자꾸만 아프다.
지하철이 취해서 늦어진 귀가에도 마누라가 웃으며 맞아준다.
헤실한 입꼬리가 예뻐서 꼬옥 안아주고 싶다. 그런데 궁디가 아파 똑바로 누울 수가 없다.
폐부 깊숙이 쌓인 묵은 때를 벗겨내고 덕유의 선한 공기로 꾹꾹 눌러 담았으니 그날 밤은 주책없이 똘똘했다.
곤하게 자는 마누라 손을 꼭 잡고 새벽이 올 때까지 지친 코를 드러렁거리며 다시 산호초를 꿈꾼다.
[산행일시] 2023년 1월 7일
[산행경로] 안성탐방지원센터 - 동엽령 - 중봉 - 향적봉 - 백련사 - 삼공탐방지원센터(18.8km)
[산행시간] 6시간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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