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 行 (574) 썸네일형 리스트형 甲辰年 새해 福 많이 지으세요. 새해 용꿈을 꾸느라 잠을 설쳤다. 세월의 속도는 나이에 비례한다는 가설이 진리가 되어 버린 어느 날부터 새 날을 맞는 게 두려워졌다. 그러나 새해를 맞는 설렘은 언제나 기다려진다. 기어이 오고야 말 오늘이지만, 새해를 맞는 첫날에는 투덜대지 않고 용의 꼬리를 잡고 유영을 한다. 이른 새벽을 깨워 인왕산 일출을 맞으러 친구들과 함께 손을 잡았다. 새해맞이 젊은 진객들이 인산인해를 이뤄 들머리 진입이 쉽지 않다. 젊은 친구들은 왜 새벽잠을 마다하며 일출맞이 줄에 서 있을까. 삶이 녹록하지 않다는 반증일까. 아니면, 새해 건강한 일상을 다짐하기 위한 이벤트가 필요했을까. 다행인 것은 줄을 서서 기다리는 마음에 짜증이 섞이지 않았다. 모두들 기대감에 가득 찬 미소를 품고 있어 여유가 느껴진다. 주로 계단으로 이.. 삼각산 인생을 살면서 실천하기 어려운 일 중 하나는 '남이 보지 않을 때 자신을 속이지 않는 것'이라 했다. 나는 그러하지 못했음을 솔직히 고백한다. 대체로 남을 속이지 않으려 노력했지만, 아주 가끔은 남을 속이기도 했으며 자신에게 떳떳하지 못했던 때도 있었다. 눈 내린 삼각산을 오르면서 숨 가쁘게 살아온 한 해를 되짚어 본다. 언제나 아쉬움이 많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나이를 먹을수록 자신에게 더 솔직할 수 있는 여유가 많아진다는 점이다. 그런 연유로 변명을 덜해도 세상을 훌륭하게 살아갈 수 있음을 깨달았으니 다행이다. 육십 대에 접어드니 나이 한 살 더 먹는 게 두렵기보다는 품이 넉넉해진다. 일찍이 경험해 보지 못한 익숙함을 느껴본다. 인간의 본성이 그러했나 보다. 이제 유년기의 본성을 찾아가는 듯하다. 많.. 계방산 산에도 그리움이 있다. 아무에게나 생기지 않는 그리움을 따라 매서운 한파가 몰아치는 한 겨울 계방산에 오른다. 메마른 감성 너머 향기마저 희미해져 가는 나 자신을 깨워보려는 아름다운 매듭이다. 이 길에서 사라져 버린 그리운 것들을 떠올린다. 애지중지 나만의 욕심이었는데, 내려놓고 나니 별 것 아님을 그때는 미처 몰랐다. 산너울의 빛들을 오롯이 드러낸 겨울산에 엷은 먹빛을 들어 한숨으로 그려본다. 뙤약볕이 내리쬐던 한 여름에 들이쉬었던 긴 숨을 이제야 뱉어낸다. 산호초를 만날 수 있을까 조마조마한 기대감이 있었는데, 온 산에 수정 같은 보물이 천지에 널렸다. 숨을 쉴 수가 없다. 감탄을 쏟아내는 틈으로 욕이 섞여 나온다. 속앓이 같은 감동을 표현해 내는데 한계를 느끼면서도 행복하다. 난데없이 까만 까마귀 .. 삼각산 의상능선 겨울산은 솔직해서 좋다. 여름에 나뭇잎에 가려 보이지 않았던 골짜기의 생김생김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그는 자신을 보여주기 위해 모두 다 내려놓았다. 의상능선 길에 올라서면 좌측으로는 원효봉이 의상봉과 키재기 하듯 봉긋 솟아 있고, 그 뒤로는 숨은 벽 능선을 따라 백운대가 위엄 있게 서 있다. 사진에 나오지 않을까 봐 까치발을 딛고 백운대와 만경대 사이 고개를 갸웃 내밀고 있는 인수봉은 귀엽기까지 하다. 백운대, 인수봉과 나란히 만경대가 삼각의 꼭짓점을 맞추고 있어서 우정이 돋보인다. 그 아래로 노적봉이 노적가리를 쌓아 놓은 듯 버티고 있어서 든든하다. 고개를 들어 더 멀리 시선을 던지면 도봉산 오봉 능선이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으려는 듯 그리움을 닮아 있다. 우측으로는 응봉능선이 올망졸망 하늘과 경계를 .. 삼각산 성큼 다가 선 겨울이 낯설지는 않지만, 떠나보내야 하는 가을은 아쉬움을 남기는 시간. 미처 준비가 모자랐던 단풍잎이 지난밤 된서리에 고운 단풍을 갈무리할 겨를도 없이 고스라졌다. 개울가에 오종종 어깨를 견주고 있던 파란 이끼가 투명하게 맺힌 얼음에 낯선 이마를 맞대고 있다. 가고 오는 세월을 따라 무뚝뚝한 나의 계절도 뒤뚱거리며 쫓는다. 겨울이 온다는 것은 봄이 오고야 말 것이라는 무언의 암시. 더디게 올 것을 알기에 보채지는 말자. [산행 일시] 2023년 11월 16일 [산행 경로] 북한산성 입구 - 대서문 - 중성문 - 대남문 - 구기탐방지원센터(9.5km) [산행 시간] 3시간 40분 월출산 월출산에 해 뜨거든 날 불러주오 월출산에 달 뜨거든 날 불러주오 노랫말을 흥얼거리며 월출산에 안기니 무지 반갑다. 그동안 잊다시피 지냈었는데, 사명社命을 받들기 위해 임지任地에 근무 중인 친구의 호의로 반가운 인사를 나누게 되었다. 대학 동창들이어서 꽤 오래된 우정이지만, 자주 만나지 못하고 대면대면 연락만 유지하고 지내다가 근자에 와서 산이라는 매개체를 통하여 안부가 가까워졌다. 언제나 그랬지만 월출산은 호락호락하지가 않다. 남도 지방에 자리 잡았지만, 그 높이가 809미터나 되어 결코 만만한 산은 아니다. 더구나 영산강이 느긋하게 휘감아 도는 너른 들판에 암릉들이 다투듯 우뚝 솟아 있어서 산 길을 걸을 때에도 한 눈 팔 새가 없다. 그러거나 말거나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 수다를 안주 삼아 걷는 길은,.. 지리산 종주(17) 변화는 아름다움이다. 단풍 마중 갔다가 생각지도 못한 겨울 산호초를 만났다. 상고대를 만날 수 있으려나 기대하면서 겨울 산을 뒤질 때에도 시절 운이 따라주지 않으면 만나기가 쉽지 않다. 뜻밖의 행운이 있어 가을산에 들렀다가 상고대를 만나는 기분은 별유천지다. 지리산은 또 다른 아름다움을 위해 가을을 열심히 밀어내고 있었다. 산에 닿으면 스트레스로 가득 찼던 가슴이 비워지면서 그 빈자리에 산향기로 가득 채워진다. 산을 외면할 수 없는 이유다. 행여 견딜만하거든 지리산에 오지 말라했건만, 세상살이에서 견딜만한 사람이 어디 있으랴. 역설적이게도 지리산을 꼭 오라는 당부일 것이다. 나는 내 삶에 여유가 생길 때마다 산에 오르는 게 아니라, 산에 올라서 여유를 찾는다. 지리산을 처음 오르며 가슴 벅찼던 일을 떠올.. 남한산성 비 예보가 있어서 긴가민가 결정이 쉽지 않았다. 휴일에 비를 핑계로 집에 박혀 있어도 답답한 일이다. 비가 얼마나 올지 모르겠지만 일단 마음먹은 대로 결행하고 본다. 산성역에 하차하여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들과 건강한 안부를 나누고 등로를 오른다. 등산객이 많지 않다. 비가 오락가락 하지만 맞을 만하다. 중간쯤 올랐을 때, 하품이 길어지는 친구가 있다. 판을 벌려 막걸리 두 어잔 돌리니 하품이 닫힌 입으로 수다가 늘어진다. 오랜만에 만나도 엊그제 만난 것 같고, 엊그제 만난 친구도 오랜만에 만난 것 같은 관계는 참 편하고 좋다. 말을 세심하게 가리지 않아도 허물이 없으니 상처를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남문에 이를 쯤에 비가 그친다. 안개가 장막을 열었다 걷었다 하는 서울 도심의 풍경이 이채롭다. 성곽을 따.. 이전 1 ··· 4 5 6 7 8 9 10 ··· 7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