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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름다운 동행
山 行

월출산

by 桃溪도계 2023. 11.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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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출산에 해 뜨거든 날 불러주오
월출산에 달 뜨거든 날 불러주오
 
노랫말을 흥얼거리며 월출산에 안기니  무지 반갑다. 그동안 잊다시피 지냈었는데, 사명社命을 받들기 위해  임지任地에 근무 중인 친구의 호의로 반가운 인사를 나누게 되었다. 대학 동창들이어서 꽤 오래된 우정이지만, 자주 만나지 못하고 대면대면 연락만 유지하고 지내다가 근자에 와서 산이라는 매개체를 통하여 안부가 가까워졌다.
 
언제나 그랬지만 월출산은 호락호락하지가 않다. 남도 지방에 자리 잡았지만, 그 높이가 809미터나 되어 결코 만만한 산은 아니다. 더구나 영산강이 느긋하게 휘감아 도는 너른 들판에 암릉들이 다투듯 우뚝 솟아 있어서 산 길을 걸을 때에도 한 눈 팔 새가 없다. 
 
그러거나 말거나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 수다를 안주 삼아 걷는 길은,  화양리 옥탑방에서 밤새는 줄도 모르고 풀하우스 마지막 패를 째던 짭조름한 추억이 진하게 베인 가슴 두근 거림이다. 갑자기 닥친 한파에 군데군데 고드름이 열리고 조심스럽기도 했지만, 친구들과 함께하는 산행 길은 두렵지 않다. 천황봉 정상의 기세는 하늘 아래 첫 봉우리인양 의기양양해서 우리들에게도 굳건한 기운을 돋운다. 
 
산정에서 내려다보는 영암뜰의 넓은 평야가 한없이 부럽기만 하다. 어린 시절 아버지께서 논 갈려고 쟁기를 잡고 논에 들어서면, 나는 소 고삐를 다투 잡고 앞서 가면서 작은 꿈을 꾸던 일. 손바닥 만한 소작 논배미가 아닌, 저 넓은 벌판에서 마음껏 소를 부리고 농사 지어봤으면 소원이 없겠다.
 
하늘과 들판과 산이 멋지게 조화를 이룬 월출산에 올 때마다 달을 불러내어 작은 소망을 담는다. 즐거움은 무지개와 같은 신기루여서 결코 그를 쫓아서는 행복을 찾을 수가 없다. 행복은 내 가슴에 맺히는 자잘한 괴로움을 씻어내는데서 시작된다는 것임을 명심하자.
 
[산행 일시] 2023년 11월 11일
[산행 경로] 영암체육관 - 산성대 - 광암터 삼거리 - 천황봉 원점회귀(8km)
[산행 시간] 6시간
 

사스레피 나무
천황봉 정상
통천문
고인돌 바위
영산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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