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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름다운 동행
山 行

삼각산 의상능선

by 桃溪도계 2023. 12.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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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산은 솔직해서 좋다. 여름에 나뭇잎에 가려 보이지 않았던 골짜기의 생김생김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그는 자신을 보여주기 위해 모두 다 내려놓았다.
 
의상능선 길에 올라서면 좌측으로는 원효봉이 의상봉과 키재기 하듯 봉긋 솟아 있고,  그 뒤로는 숨은 벽 능선을 따라 백운대가 위엄 있게 서 있다. 사진에 나오지 않을까 봐 까치발을 딛고 백운대와 만경대 사이 고개를 갸웃 내밀고 있는 인수봉은 귀엽기까지 하다. 백운대, 인수봉과 나란히 만경대가 삼각의 꼭짓점을 맞추고 있어서 우정이 돋보인다. 그 아래로 노적봉이 노적가리를 쌓아 놓은 듯 버티고 있어서 든든하다.  고개를 들어 더 멀리 시선을 던지면 도봉산 오봉 능선이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으려는 듯 그리움을 닮아 있다. 
 
우측으로는 응봉능선이 올망졸망 하늘과 경계를 짓고 있고, 그와 이마를 맞댄 비봉능선에는 개미를 닮은 산객들이 능선 길을 따라 분주하다. 응봉능선과 의상능선 사이에 자리를 잡고 사부대중에게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하는 삼천사의 풍경소리가 지친 걸음을 재촉한다. 
 
눈앞에 탑처럼 뾰족이 솟아 있는 의상봉을 오르기까지는 추운 날씨에도 땀을 한 뼘 흘려야 닿을 수 있다. 막상 정상에 올라보면 무슨 사연인지 뾰족한 성냄은 간 곳 없고 이웃집 아재처럼 평평하고 너그럽다. 다시 눈앞에 태산처럼 버티고 있는 용출봉을 마주하면 날숨이 길어진다. 그래도 발걸음을 옮겨야만 길이 줄어든다는 진리를 실천하며 뚜벅뚜벅 걸으면 어느새 용출봉에 닿는다. 용출봉에서 펼쳐지는 고양시 풍경은 푸근하고 너그러워서 좋다. 이어서 용혈봉에 올라 지나온 길을 살피며 한숨 돌린다. 기세등등하던 의상봉이 용출봉의 위엄에 순하게 엎드려 있다. 세상에는 잘난 것도 못난 것도 없다.
 
증취봉을 지나 나월봉에 다다르면 일반인들은 오를 수 없는 통제 구간이다. 덕분에 우회하는 길을 따라가니 한결 수월하다. 나한봉을 향하여 걷는 능선길은 좁다랗게 나 있는데 바람이 센 구간이다. 나한봉 정상에는 성루터를 복원하여 천혜의 요새임을 증명한다. 설악산 공룡능선에도 나한봉이 있다. 그러고 보면 의상능선은 묘하게도 공룡능선을 닮아 있다. 능선 길이도 비슷하고 업다운 난이도가 그에 못지않다. 나한봉을 뒤로하고 상원봉 봉우리를 향하여 마지막 길을 비튼다. 잠시 깔딱 이를 참아내면 의상능선 길의 정점에 닿는다.

청수동 암문을 지나 비봉능선 길을 따라 불광역으로 하산하는 길. 언제나 그랬듯이 산행은 행복이다. 항상 조심하면서 오래도록 이 길을 걸을 수 있기를 소원하며 다음을 기약한다.
 
[산행 일시] 2023년 12월 2일
[산행 경로] 북한산성 입구 - 의상봉 - 용출봉 - 용혈봉 - 증취봉 - 나월봉 - 나한봉 - 상원봉 -  청수동암문 - 승가봉 - 비봉 - 족두리봉 -
                  불광역(11km)
[산행 시간] 5시간 50분
 

삼각산(백운대, 인수봉, 만경대)
용출봉,의상봉
나한봉
비봉
키스바위
노박덩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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