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 行 (575) 썸네일형 리스트형 삼각산 여행보다는 산이 낫다. 여행 다닐 때는 이런저런 불편함도 있고, 시간에 쫓겨 짜증 날 때도 있다. 또 어떤 때에는 길을 찾기가 쉽지 않아서 헤맬 때도 있다. 그런데 산에 들어오면 우선 공기가 맑고 마음이 편하다. 새소리와 계곡 물소리의 청량감이 체증을 내려가게 한다. 쫓기지 않아도 되고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 아무래도 나는 산이 좋다. [산행 일시] 2023년 7월 22일 [산행 경로] 북한산성 입구 - 북한동 - 노적사 - 청수동 암문 - 문수봉 - 삼천사 계곡 - 삼천사 - 삼청탐방지원센터 - 은평 한옥마을 - 하나고등학교(11km) [산행 시간] 6시간 오대산 소금강 [산행과 막걸리] 산에 오를 때마다 욕망이 있었다. 헝클어진 건강과 비뚤어져 가는 정신을 바로 세우고자 함이었다. 산에 오르면 범법을 행하기도 한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위험하여 들어가지 말라는 곳을 굳이 들어간 적이 있다. 국립공원에서의 음주행위 금지 규정을 무시하고 막걸리를 마신 적이 있다. 솔향 가득한 산 바람을 막걸리 잔에 꾹꾹 눌러 담아 한 잔 쭈욱 들이켜면, 가슴에 막걸리가 채워지는 만큼 헛된 욕망으로 가득 찼던 땀방울을 밀어낸다. 나의 산행은 정신과 육체의 불순물을 걸러내는 투석 행위이다. 산에 올라 막걸리를 마시면 행복이다. 산을 내려와서 취기가 사라지면 아무 일 없는 듯 막걸리에 담았던 행복은 온데간데 없어진다. 산은 왜 오르는가. 산에 올라서 막걸리는 왜 마시는가. [산행 일시] 202.. 삼각산 원효봉 산을 오를 때와 내려갈 때의 풍경이 다르다는 것을 산에 오르지 않고는 알 수 없다. 어차피 내려 올 산을 굳이 오르는 이유다. 어제 오른 산과 오늘 오르는 산의 풍경이 다르다는 것을 산에 올라야만 깨우칠 수 있다. 똑같으면서도 다른 산을 힘들게 오르는 이유다. [산행 일시] 2023년 7월 9일 [산행 경로] 북한산성 탐방지원센터 - 북한동 - 북문 - 원효봉 - 북한산성 탐방지원센터(6.5km) [산행 시간] 2시간 30분 설악산 공룡능선 길 따라 마음이 흘러가고 마음 따라 길이 이어진다. 사람은 길을 맺고 또다시 길을 낸다. 그 길에서는 사람이 풍경이 된다. 바이러스가 묶어 놓은 멍에를 풀고 공룡을 만나러 오색의 새벽을 연다. 엊그제 내린 비로 계곡의 물소리가 힘차고 내딛는 발자국마다 습기가 가득하다. 대청봉 오르는 길은 여전히 힘들지만, 초롱초롱한 별들이 깊고 그윽한 눈빛으로 이끌어주니 견딜만하다. 대청봉을 한 뼘 남겨두고 운해에 쌓인 동해의 커튼이 열린다. 대청봉은 언제나 반가운 친구다. 나는 이쯤에서 씨간장 맛을 보듯 나의 산행의 궤적들을 손가락으로 가볍게 찍어 맛을 본다. 정상을 향하여 직진하는 것만이 정의라 생각하고 있는 나의 편협된 토라짐이 언제쯤 깨달음을 얻을까. 평평한 길에도 아름다움이 가득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삶의 풍.. 앵봉산 [무소유] 법정 스님은 아무것도 갖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을 가지지 않는다는 뜻으로 '무소유'의 의미를 부여했다. 인간의 욕망은 끊임없이 소유하고자 하여, 작고 하찮은 것이라도 쉬 버리지 못한다. 어쩌면 이러한 본성이 인간의 발전을 도모해 왔을 것이다. 아무것도 가지지 않을 수만 있다면 세상 근심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렇게 하지 못하는 것은 인간이기 때문이다. 인간이 동물처럼 삶의 범위를 단조롭게 정하고 한평생을 살아갈 수 있었다면 번뇌는 없을 것이다. 땅이나 돈을 가져야 할 이유가 없었다면, 남의 것을 빼앗아 굴복시키지 않아도 되었다면 행복했을 것이다. 왜 인간은 욕망의 굴레에 갇히게 되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깨달을 수 있는 명제는 아니다. 더 많이 가져야만.. 삼각산 국수를 삶고, 온육수, 냉육수를 챙겨 더위에 아랑곳하지 않고 준비해 온 친구 영광. 그냥 먹어도 입맛이 도는 국수를 산정에서 맛볼 수 있으니 호사다. 친구 덕분에 과한 호사를 누리며 막걸리 한 잔의 취기를 빌어 호탕하게 웃으며 사모바위를 흔들어 댄다. 친구들 각자의 시선은 달라도 마음은 한 곳이니 어느 곳에서나 우정어린 향기가 맺힌다. 영광이 친구가 동문수학한 친구의 아픔 한 자락 불쑥 끄집어낸다. 금시초문이어서 귀를 쫑긋이 세우는데 말이 뚝 끊긴다. 한 호흡을 사이에 두고 닭똥 같은 눈물을 팔뚝으로 훔친다. 설움에 받쳐 터져 버린 울음을 감추지 못하고 흐느끼기까지 한다. 중년을 넘어 초로의 문지방에 올라 선 나이에 친구를 떠올리면서 눈물을 터뜨린다는 것은 예사로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영광이는 그 친구.. 지리산 행여 견딜만하거든 제발 오시지 말라 했거늘, 채 2주를 버티지 못하고 다시 찾았다. 염치없는 줄 알지만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자연은 무덤덤하지만 자애롭고 향기로워서 만날 때마다 새로운 연인을 만나는 느낌이다. 백무동 한신계곡을 따라 세석산장까지 오르는 길은 첫 만남이어서 서먹하다. 웃자란 초여름의 우쭐거림을 계곡의 세찬 물소리가 꾹꾹 눌러 놓으니 땀을 흘리면서도 더위가 느껴지지 않는다. 세월을 따라 꽃 향기도 색깔을 바꾼다. 쥐오줌풀, 노루오줌이 꽃대를 올리고 일월비비추도 탱탱하게 봉오리를 맺어 유혹할 채비를 마쳤다. 곁눈을 흘깃 주면서 미소를 남긴다. 1,500 고지 산장의 저녁은 언제나 그랬듯이 알지 못할 쓸쓸함이 배어 있어 취기를 돋운다. 해가 떨어지기 바쁘게 북두칠성과 카시오페아.. 지리산(16) 편하게 살기를 원하면서도 거친 시련과 맞서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가끔은 세상 모든 것으로부터의 자유를 원하기도 한다. 북적거리는 소음과 한 시도 눈을 뗄 수 없는 스마트폰의 공해를 습관적으로 받아들이게 된 것은 우리의 슬픈 자화상이다. 그럴 때마다 나의 발길은 산으로 향한다. 지리산은 나의 안식처이며, 언제든 달려가면 포근하게 꼭 안아 주는 누이 같은 산이다. 그런데 자주 가다 보니 언젠가부터는 부담 없이 안기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버릇이 생겼다. 신비감도 덜해지고 새소리, 바람소리가 예사로 들리기도 한다. 자연과 사람 사이에도 적당한 거리가 필요하다는 것을 망각하고 있었다. 연하천 대피소에 새겨진 서각에는 "그대는 나날이 변덕스럽지만 지리산은 변하면서도 언제나 첫 마음이니, 행여 견딜만.. 이전 1 ··· 6 7 8 9 10 11 12 ··· 7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