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 行 (580) 썸네일형 리스트형 도봉산 오봉 장마 지나간 자리에 버섯이 보송보송 올라오는 것을 보니 가을이 오고 있나 보다. 태풍이 한두 번 더 지나고 나면 우리는 지난여름을 옛일처럼 기억하여야 한다. 더위와 폭우가 유달리 심했던 여름이었기에 그만큼 상처도 깊었다. 도봉산 골짜기마다 깊게 파인 흔적들이 널브러져 있다. 올 가을에는 아마도 버섯은 풍년이 될 것이다. 우리 남은 인생에서 올해가 가장 시원한 해가 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는 학자들이 있다. 지구가 뜨거워지고 있다고 호들갑이지만, 지구 스스로는 아무 일 없는 듯 미동도 없다. 지구가 더워지고 있는 까닭은 인간들이 탄소를 많이 배출했기 때문이라고 단정을 하고, 이에 대한 대책을 수립하고 분위기를 몰아가는 데는 대체로 성공하고 있는 편이다. 나는 기후 위기론에 대한 회의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다.. 설악산 큰 형제봉 산을 사랑하는 마음에는 미움이 생기지 않지만,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에는 반드시 미움이 움튼다. 산을 사랑하는 마음에는 반대급부를 바라지 않지만,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에는 반드시 그만큼의 사랑을 원하기 때문이다. 또한 산은 가만히 있을 뿐, 사랑해 달라고 안달하지 않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반드시 오는 만큼의 관심과 사랑이 상대방에게도 전달되어야 관계가 유지되는 것이다.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은 산을 사랑하는 마음과 같아서 미움이 생기지 않는다. 나에게 산은 마음껏 사랑을 주어도 행복해지는 대상이다. 그런 의미에서 산은 자식을 닮았다. 산행을 하면서 나는 좋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서 축복이라고 생각하지만, 나를 만남으로써 행복한 사람이 더 많아지는 세상을 꿈꾼다. 산과 그리고 산을 사랑하는 사람.. 삼각산 [행복] 누구나 원하지만 아무나 얻을 수 없는. 어디에나 있지만 아무 데나 없는. 흔하면서도 귀하고 귀하면서도 흔한. 욕심을 부리면 챙기기 어렵고, 내려놓고자 하면 얻어지는. 멀리 있는 것 같으면서도 가까이 있고, 가까이 있는 듯하면서도 멀리 있는. 친하고 싶을수록 적당한 거리가 필요한. [산행 일시] 2023년 8월 14일 [산행 경로] 북한산성 탐방센터 - 북한동 - 중성문 - 용암문 - 대동문 - 동장대 - 대성문 - 대남문 - 문수봉 - 청수동 암문 - 삼천사(12.5km) [산행 시간] 6 시간 아침가리골 달력 한 장 바꾼다고 계절이 바뀌는 일은 없겠지만, 폭염이 덮친 8월의 달력을 빨리 넘기고 싶었다. 유난히 더운 여름을 피해 계곡 트레킹을 나선다. 폭염을 피한다고 아주 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잠시나마 더위 먹은 영혼을 달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다. 아침가리골 계곡을 십 수년 다녔지만 올해만큼 많은 인파가 몰린 경험은 처음이다. 더위에 내 몰린 사람들은 물 만난 수달처럼 자유로운 영혼을 계곡 물속으로 던진다. 계곡의 물은 그리 차지 않으며, 바닥에는 돌이끼가 끼어서 조금 미끄럽다. 수위가 높지 않아 계곡을 건너는 데는 불편하지 않다. 다만, 사람이 너무 많아 계곡 물이 깨끗하지 못한 점은 못내 아쉽다. 장년의 시간을 친구들과 함께 한다는 것은 아름다운 가치다. 학창 시절의 낭만을 공유할 .. 삼각산 의상능선 유난히 길고 힘들었던 장마 뒤끝이라 햇볕이 고맙기는 하지만, 습도가 높은 산 길은 한증막이다. 복 더위에는 산에 오르는 일을 가려야 하는데, 아랑곳하지 않고 가파르고 까다로운 의상능선 길을 택해 사립문을 열었으니 고생길을 자초한 셈이다. 몇 발자국 떼지 않았는데도 아랫도리까지 땀으로 흠뻑 젖는다. 쏟아낸 땀만큼 물을 보충해야 하는데, 물을 많이 준비하지 못해 불안한 산길이다. 북한산성 탐방센터에서 의상봉 능선 이정표를 따라 오백 미터쯤 올라왔을 때, 망태버섯 군락지를 만나는 행운을 얻었다. 망태버섯도 더위에 지쳤는지 치마가 축 처졌다. 일부 개체는 말라서 흔적을 지우고 있다. 지쳐가는 마음에 설렘을 얹었으니 잠시 견딜만하다. 행운의 부적 같은 망태버섯을 가슴에 새기고 가파른 등로를 따라 오르는 길에는 바.. 삼각산 여행보다는 산이 낫다. 여행 다닐 때는 이런저런 불편함도 있고, 시간에 쫓겨 짜증 날 때도 있다. 또 어떤 때에는 길을 찾기가 쉽지 않아서 헤맬 때도 있다. 그런데 산에 들어오면 우선 공기가 맑고 마음이 편하다. 새소리와 계곡 물소리의 청량감이 체증을 내려가게 한다. 쫓기지 않아도 되고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 아무래도 나는 산이 좋다. [산행 일시] 2023년 7월 22일 [산행 경로] 북한산성 입구 - 북한동 - 노적사 - 청수동 암문 - 문수봉 - 삼천사 계곡 - 삼천사 - 삼청탐방지원센터 - 은평 한옥마을 - 하나고등학교(11km) [산행 시간] 6시간 오대산 소금강 [산행과 막걸리] 산에 오를 때마다 욕망이 있었다. 헝클어진 건강과 비뚤어져 가는 정신을 바로 세우고자 함이었다. 산에 오르면 범법을 행하기도 한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위험하여 들어가지 말라는 곳을 굳이 들어간 적이 있다. 국립공원에서의 음주행위 금지 규정을 무시하고 막걸리를 마신 적이 있다. 솔향 가득한 산 바람을 막걸리 잔에 꾹꾹 눌러 담아 한 잔 쭈욱 들이켜면, 가슴에 막걸리가 채워지는 만큼 헛된 욕망으로 가득 찼던 땀방울을 밀어낸다. 나의 산행은 정신과 육체의 불순물을 걸러내는 투석 행위이다. 산에 올라 막걸리를 마시면 행복이다. 산을 내려와서 취기가 사라지면 아무 일 없는 듯 막걸리에 담았던 행복은 온데간데 없어진다. 산은 왜 오르는가. 산에 올라서 막걸리는 왜 마시는가. [산행 일시] 202.. 삼각산 원효봉 산을 오를 때와 내려갈 때의 풍경이 다르다는 것을 산에 오르지 않고는 알 수 없다. 어차피 내려 올 산을 굳이 오르는 이유다. 어제 오른 산과 오늘 오르는 산의 풍경이 다르다는 것을 산에 올라야만 깨우칠 수 있다. 똑같으면서도 다른 산을 힘들게 오르는 이유다. [산행 일시] 2023년 7월 9일 [산행 경로] 북한산성 탐방지원센터 - 북한동 - 북문 - 원효봉 - 북한산성 탐방지원센터(6.5km) [산행 시간] 2시간 30분 이전 1 ··· 6 7 8 9 10 11 12 ··· 7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