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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름다운 동행
山 行

아침가리골

by 桃溪도계 2023. 8.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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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력 한 장 바꾼다고 계절이 바뀌는 일은 없겠지만, 폭염이 덮친 8월의 달력을 빨리 넘기고 싶었다. 유난히 더운 여름을 피해 계곡 트레킹을 나선다. 폭염을 피한다고 아주 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잠시나마 더위 먹은 영혼을 달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다.

 

아침가리골 계곡을 십 수년 다녔지만 올해만큼 많은 인파가 몰린 경험은 처음이다. 더위에 내 몰린 사람들은 물 만난 수달처럼 자유로운 영혼을 계곡 물속으로 던진다. 계곡의 물은 그리 차지 않으며, 바닥에는 돌이끼가 끼어서 조금 미끄럽다. 수위가 높지 않아 계곡을 건너는 데는 불편하지 않다. 다만, 사람이 너무 많아 계곡 물이 깨끗하지 못한 점은 못내 아쉽다.

 

장년의 시간을 친구들과 함께 한다는 것은 아름다운 가치다. 학창 시절의 낭만을 공유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사회 생활 하면서 삐뚤빼뚤 다양하게 쌓은 경험들을 나눌 수 있으니 덤이 남는다. 노년을 함께 할 수 있는 친구는 돈을 주고서라도 사야 한다고 혹자는 말한다. 공감 백배다. 돈을 들이지 않고도 친구들을 만나 사사로운 감정 없이 우정을 나눌 수 있으니 행운이다. 

 

아침가리골에서 어린아이들처럼 물장구를 치면,  함박웃음 속에 행복이 걸린다. 행복이란 근심이 없는 상태라고 했다. 물속에 들어가면 근심 없는 행운을 만날 수 있으니 어찌 마다 하겠는가. 친구들과 계곡에서 함께하는 시간 동안은 달력을 넘겨야 한다는 폭염의 속박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 세속에서 거칠기만 했던 짜증이 한결 부드러워져 세포가 탱글탱글해졌으니 한동안은 웃을 수 있겠다.

 

트레킹이 끝나는 지점은 심심산골 진동계곡과 만나는 진동리이다. 여름에도 모기가 없을 만큼 한기가 도는 곳인데, 올해는 섭씨 30도를 웃돈다. 발자국을 다시 계곡으로 돌리고 싶은 마음이 잔상으로 남는다.

 

 

[산행 일시] 2023년 8월 5일

[산행 경로] 방동 약수터 입구 - 방동약수터 - 방동고개 - 조경교 - 아침가리골 - 진동 1리 마을회관(12.5km)

[산행 시간] 5시간 30분

 

참취
금마타리
구릿대
모시대
오미자
짚신나물
영아자
물봉선
다래
개미취
동자꽃
등골나물
흰물봉선
병조희풀
잔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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