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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마중]
바람이 분다
눈먼 가슴 쓰라린 꿈 속으로
가을바람이 분다
막걸리 한 사발에 허기를 달래던 나무꾼
짓눌린 어깨를 추스르려 바람이 분다
파란 하늘 하얀 바람
산구름 따라 바람이 분다
향기 감춘 개미취
바람 따라 흔들리다가
동그란 눈을 말아 흘긴다
밤송이 툭 터져
가을이 흔들린다
엊그제 바람 불 때
마음을 꼭 잡고 여몄어야 했는데
바람은 가을에 흔들리고
가을은 조용히 눈을 감는다.
늦여름 모기 한 마리 밤새 칭얼거려도
아랑곳하지 않고
바람이 분다
가을바람이 분다
* 산 길에는 더위와 장마를 견뎌낸 밤송이가 익어가고 도토리가 지천으로 떨어져 있다.
한낮에는 아직 여름의 기운이 성성하지만 조석으로 가을이 오고 있음이 분명하다.
가을이 오면 할 일이 많았는데, 막상 닥치고 보니 허둥댄다.
인생이 그랬다.
언제나 허둥대며 살아온 인생이지만 방향을 놓치지 않으려 애쓰며 살아왔다.
검단산에서 남한산성까지 장거리 산행 중에 길을 찾기 쉽지 않아서 불안해하기도 했지만,
차분하게 한 발짝 물러서며 찾아낸 길에는 그만큼의 보람도 있었다.
다음에는 주저하지 않고 찾아갈 수 있을 것 같다.
[산행 일시] 2023년 9월 2일
[산행 경로] 하남검단산역 - 애니메이션고등학교 - 검단산 - 고추봉 - 용마산 - 은고개 - 남한산 - 남한산성 - 서문 - 마천역(21km)
[산행 시간] 7시간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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