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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름다운 동행

수필집[파고만댕이의 여름]64

보물찾기 후레쉬가 달린 안전모를 쓰고, 허리띠엔 배터리 주머니를 찬다. 지구를 습격하러 왔다가 탈영한 떠돌이 외계인 같은 복장을 하고 애써 태연한척 웅그리며 비장한 눈빛을 감춘다. 한 시간 간격으로 운행되는 인차를 타기 위하여 서둘렀다. 간단히 체조를 하고 갱 입구에서 안전수칙 선서를 목청껏 외쳐.. 2006. 5. 9.
번지 없는 구룡마을 번지 없는 구룡마을 접시꽃, 붓꽃, 봉숭아꽃, 박꽃, 호박꽃 등, 땅의 귀천을 가리지 않고 피어나는 고운 꽃망울 속에는 그들의 희망이 소담스럽게 스며있다. 그들은 외지인에 대하여 심한 낯가림과 경계심으로 무장하고 있으므로, 성벽을 사이에 두고 마음과 문화의 장벽은 더 두터워져 간다. 가족들이.. 2006. 5. 3.
백수가 된 청년 청년실업이라는 버스에 무임승차하여 여행을 하면서도, 주위의 따가운 시선 따위는 감각이 무뎌져 부끄러움을 모른다. 그들은 백수라는 직업을 가진 머슴들이다. 일거리를 찾지 못하는 머슴들을 일러 백수라고 한다. 백수들 중에는 적극적으로 일을 찾고자 해도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골품이 높은 백수가 있는가 하면, 일자리를 찾는 척 하면서 실제로는 일자리를 회피하는 골품이 낮은 백수가 있다. 골품이 낮은 백수는 개인의 문제다. 백수를 만들어낸 사회를 비판할 자격이 없는 자들이다. 그들은 스스로 백수를 선택해서 사회적 비판에 앞장서서 자신을 위장하는 머슴들이다. 청년실업이라는 사회적 현상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면서 태연자작하게 백수 생활을 즐기는 집단이다. 골품이 높은 백수들은 사회의 책임이 크다. 정부는 그들에 대하여.. 2006. 5. 3.
찻집의 추억 찻집의 추억 텅 빈 어깨를 추스르며 찻집에 들어서면 아가씨가 껌을 찍찍거리면서 ‘어서 오세요’하고 콧소리로 반긴다. 먼지가 켜켜이 쌓여 불그레죽죽한 조명 아래서 처 음 본 듯한 아가씨가 요사스럽게 헤헤거리며 매달린다. 이 바닥에서 닳을 대로 닳아버린 신발을 질질 끌며 부끄러운 줄도 모.. 2006. 5. 3.
여우사냥 여우사냥 여우는 사람이 사는 곳이면 어디든 따라다니면서 도깨비같이 둔갑을 부리지만, 그를 잡거나 곯려주는 일은 드물다. 그는 방방곡곡 전설 속에 숨어들어 인간 들의 혼을 빼놓는가 하면 등골을 오싹하게 만들기도 한다. 여우는 ‘야시 같은 년’, ‘야시비’, ‘야시짓’ 등 ‘야시’ 라는 닉네.. 2006. 5. 3.
저승역 대합실 대 합 실<p style="font-size: 13px; margin: 0px; color: #000000; text-indent: 0px; line-height: 21p.. 2006. 5. 3.
청도행 막차 청도행 막차 고등학교를 갓 졸업하고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쏘다니며 세상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만용 같은 자신감이 더 많던 시절, 얼굴에는 아직 여드름 찌꺼기도 채 가시 지 않은 애송이들이 술잔에 시간이 녹아드는 줄도 모르고 맥주잔을 주거니 받거니 하다가 그만 버스시간을 놓쳤다. 부랴부랴 .. 2006. 4. 29.
주말농장 주말농장 주말만 되면 맘이 설랜다. 지난주에 김매기 했는데, 오이랑 토마토는 내 꿈만큼 자랐을까. 지인의 소개로 의왕시 왕송호수 근처에 50평정도의 농장을 얻었다. 집에서 승용차로 30분정도 소요되는 거리에 위치하고 있다. 다소 멀다는 단점을 제외하고는 흠 잡을 데 없는 조건이다. 예전에 문전.. 2006. 4. 21.
머무름은 또 다른 떠남인 것을 머무름은 또 다른 떠남인 것을 사랑하는 가족들을 담 너머에 남겨두고 희미한 눈물만 헤아리다가 힘없이 떠났다. 단 한번의 포옹 할 힘이 모자라 원망만 가득히 담녘에 쌓아두고 떠났다. 친구는 마누라와 아들.딸, 그리고 부모님을 두고 그리움 없는 아쉬움에 지척이다가 그냥 갔다. 불혹을 갓 넘긴 나.. 2006. 4. 12.
시궁쥐가 된 고양이 시궁쥐가 된 고양이 게으름뱅이 고양이는 살이 디룩디룩 쪘다. 쥐를 잡으려고 입양했는데 발톱은 무뎌지고 콧수염은 꺼칠꺼칠하다. 처음에는 쥐를 잡아서 단숨에 삼키지 않고 놀려가며 사냥공부를 열심히 하더니만, 차츰 어머니가 챙겨주는 생선뼈와 갖가지 맛난 음식에 심통을 덧칠하면서 눈치만 .. 2006. 4. 11.
일벌과 강아지 일벌과 강아지 일벌은 벌침을 하사받으면서 여왕벌을 위해 충성을 맹세한다. 그들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명분 없는 잔꾀나 술수로 벌침을 버리는 일은 없다. 적을 공격하라 는 명령이 떨어지면 조직을 위하여 본능적으로 벌침을 꽂고 자신을 던질 뿐, 벌침의 길고 짧음을 견주지 아니한다. 벌 세 통을 .. 2006. 4. 7.
파고만댕이의 여름 파고만댕이의 여름 여름날이면 우리는 소를 몰고 뒷산에 있는 앵곡*을 지나 우리들의 천국인 파고만댕이*로 올라갔다. 올라가자마자 소 이까리를 소뿔에 칭칭 감아 단단히 동 여매어 풀밭에 풀어놓고는 마치 약속이나 한 듯이 아까시나무로 만든 칼을 꺼내서 신나게 칼싸움 놀이를 한판 벌인다. 얼굴.. 2006. 4.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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