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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름다운 동행

수필집[파고만댕이의 여름]63

치자꽃 치자꽃 십년지기 치자나무가 베란다에서 싱그러움을 뽐낸다. 처음에는 그 생김이 잡목이었다. 몇 년 전, 생긴대로 자라게 놔두라는 아내의 성화에 아랑곳하지 않고 실한 놈 한 줄기만 남기고 곁가지를 다 잘랐다. 가느다란 줄기의 허약함이 안쓰러워 몇 번이나 후회하기도 했다. 속상해 하는 아내의 퉁명스런 대꾸에, 태연한 척하며 조각난 맘을 감추느라 능청이 길어지기도 했다. 이제 혼자서도 살아갈 수 있을 만큼 틀이 제법 그럴싸하다. 이만큼 자라는 동안 맘속으로는 항상 미안했다. 눈이 마주칠 때마다 비실비실 축 처진 모습이 애처로웠으며, 좀처럼 생기를 찾지 못하는 것을 보면서 가슴이 시렸다. 항상 나를 원망하는 듯해서 여간 맘고생을 한 게 아니다. 얼마나 화가 났으면 해마다 선물해주던 꽃을 접고 토라졌을까. 그 즈음.. 2006. 4. 7.
산을 사랑하는 사람은 설악산 북녘 십이선녀탕을 등지고 매봉산(1.271m) 정상을 향해 걸음을 딛는다. 그리 급할 것도 없는데 허겁지겁 오른다. 탐욕으로 가득 찬 배낭을 매고 욕심을 버리려고 바둥대며 누군가에게 쫒기듯 허기진 발걸음을 채운다. 산중턱에 아름드리 자작나무가 무심히 쓰러져 있다. 안쓰럽긴해도 안타깝지는 않다. 그냥 자연인 것을 내가 끼어들 틈이없다. 겨울산의 정상에는 나지막히 울리는 비움의 메아리만 있을뿐 내 욕심을 내려놓을 단 한뼘의 허접한 공간도 없다. 진정으로 비울때만이 느낄수 있는 작은 행복들이 송글송글 맺히는 땀방울에 맑은빛으로 투영된다. 이세상은 우리들의 필요를 위해서는 풍요롭지만 탐욕을 위해서는 궁핍한곳이다.‘ 라는 간디의 메아리가 잔잔한 행복에 겨운 골짜기의 잔설에 흔적을 묻는다. 산은 허영으로 가.. 2006. 4. 7.
연평도 풍경(등단작 -2005 계간 '오늘의 문학' 여름호) 연평도 풍경 돈실러가세 돈실러가세 연평바다로 돈실러가세 에-에헤야 에헤에-에헤 에-에헤 에헤 에헤 어하요 연평바다에 널린조기 양주만 남기고 다 잡아 들이자 뱀자(배임자)네 아즈마이 정성덕에 연평바다에 도장원 했네 나갈적엔 깃발로 나가고 들어올적엔 꽃밭이 되었네 연평장군님 모셔싣고 .. 2006. 4.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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