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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집[파고만댕이의 여름]

머무름은 또 다른 떠남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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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머무름은 또 다른 떠남인 것을


  사랑하는 가족들을 담 너머에 남겨두고 희미한 눈물만 헤아리다가 힘없이 떠났다.

  단 한번의 포옹 할 힘이 모자라 원망만 가득히 담녘에 쌓아두고 떠났다.

  친구는 마누라와 아들.딸, 그리고 부모님을 두고 그리움 없는 아쉬움에 지척이다가 그냥 갔다.

 

  불혹을 갓 넘긴 나이에 뭐가 그리 급하여 이리도 황망히 자리를 털고 떠나갔을까. 그가 어디로 갔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그가 잠시 이승에 머물다가 영원한 안식처를 찾아 떠났을뿐, 왜 갔는지도 모른다.

 

  인간은 행복한 머무름을위해 매 순간 일각을 다투며 아웅거린다. 차라리 처음부터 떠나지 않았다면 행복한 머무름인 것을. 서둘러 떠난자리에 아픔만 채우고는 또 다른 머무름을 위해 떠난다.

 

  그래 친구야. 너 잘났다. 너는 변명같이 또 다른 머물곳을 찾아서 떠났다지만, 남겨진 가족들은 어떤 아픔으로 당신의 빈자리를 메우란 말인가.

 

  왜, 머무름을 위해 떠나야 하는가. 영원히 머물지도 못할거면서 무슨 염치로 머물기위해 떠난다 말인가.

 

  우리는 이른 새벽부터 종종거리며 뛰어다닌다. 학교로 직장으로..., 자기가 뛰어야 할 곳을 미처 정하지도 못한 채 뒤도 돌아보지 않고 뛰어다닌다. 때때로 산이나 바다로 뛰기도 하고, 국내가 좁다고 느껴지면 외국으로 날아다닌다.

 

  결국, 긴호흡 내몰며 한번 주저앉아 머물면서 털어버리면 또 시작인것을. 앞뒤 안가리고 뛰어다닌다. 잠시의 머뭇거림을 위해 쉼 없이 떠나야 하는게 인생일까.

 

  친구는 왜 머무를곳도 정하지 못한 채 떠나야만 했을까.

  머무를 곳도, 머무를 시간도 없었던 친구에게 한마디 일러주지 못했던게 아쉽다.

  친구야, 머무르기 위해 떠날것이 아니라, 떠나면서 머물러야 한다고 말하지 못했던게 서운하다.

  떠나는 순간 머무름과 동행인 것을.

  머무름은 또 다른 떠남인 것을.

  친구도 이제는 알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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