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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전마협 송년마라톤(Half 32 ) 2022년 나의 마라톤도 이제 막을 내려야 할 시간이다. 코로나 바이러스 시국이라 무탈하게 한 해를 넘겨야겠다는 소소한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막상 빗장을 잠궈려니 아쉬움이 많다. 그러함에도 수확이 있었다면 4년간 재워 두었던 마라톤을 다시 꺼낼 수 있었다는 것이다. 년 초에는 계획에도 없었는데 코로나 방역 기준이 차츰 완화되면서 기회가 생겼다. 사실 두려움이 더 많았는데 마음을 다잡고 한 발 한 발 달릴 수 있어서 행복한 시간이었다. 인간 능력의 한계치는 무궁무진하다는 생각을 가끔 한다. 처음 마라톤을 시작할 때는 1km 도 제대로 달릴 수 없었는데, 자꾸 달리다 보니 어느새 풀코스를 완주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하게 된 셈이다. 풀코스를 달릴 때마다 너무 힘들어서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만 즐거운 마음..
두물머리 몽환적으로 피어오르는 새벽 물안개를 만나고 싶었다. 그렇지만 정성이 부족했다. 운이 짧았다. 열정이 모자랐겠지. 그것도 아니면 못난 사랑이었던 거야. 곰삭은 동치미 깊은 속 맛을 내 어찌 아랴. 추운 겨울 지나고 봄이 피는 내년 춘삼월에 뵙자꾸나 물안개 느지막이 철이 들겠지. 황포돛배가 바람을 품게 되는 날. [일 시] 2022년 12월 10일
온기 사랑의 온기를 듬뿍 담았으니 북풍한설에도 거뜬히 버텨낼 수 있겠다. 유년 시절 바람이 들라 소 등에 덮어줬던 소 삼정을 떠올리며 온기를 느낀다. - 은평구 골목길에서 -
남한산성 산을 오르내릴 때 습관처럼 빈 주머니를 뒤적거린다. 어디쯤 가고 있을까. 글쎄. 오르막을 지나고 지금은 평탄한 길을 걷고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지나온 길을 되돌아보니 완만한 내리막 길을 내려오고 있었다. 다시 오르막 길을 오를 일은 없겠지만 내리막 길이어도 미끄러져 넘어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니 서두르지 말자. 한 잔 술의 기운을 빌어 만용을 부리지도 말자. 첫눈 내리던 날 남한산성 성곽 밑 돌 틈에 새긴 철 잃은 민들레처럼 어정거리다가 너무 늦지도 말자. [산행 일시] 2022년 12월 3일 [산행 경로] 남한산성 입구역 - 남문 - 동문 - 중앙광장 - 북문 - 옹성 - 서문 - 수어장대 - 남문 - 산성역(14km) [산행 시간] 5시간
관악산 [꼬부랑 길] 산 길은 꼬부랑 길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는 쉼표가 있기 때문이다. 인생 길도 운명처럼 꼬부랑 길로 설계되어 있다. 꼬불꼬불 하지만 지루하지 않은 길. 쉬엄쉬엄 쉬어가며 가자. [산행 일시] 2022년 11월 27일 [산행 경로] 서울대 공대 - 연주대 - 사당역(7.5km) [산행 시간] 4시간 20분
삼각산 원효봉 [들개] 원효봉 정상에 들개 한 마리. 산객들이 던져주는 먹이로 연명하다 보니 사람의 심리까지 꿰뚫어 보는 눈치를 가졌다. 한 때는 사람들에게 무한 사랑을 받았을 그가 어떤 연유로 고독한 산지기가 되었을까. 떡 한 조각을 던져주니 게눈 감추듯 맛있게 먹고는 턱을 괴이고 쳐다본다. 하나 더 줄지 주지 않을지 가늠하는 눈초리가 예사롭지 않다. 그만 가라고 소리치니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그냥 쫓아보내려니 뒤끝이 당겨 먹잇감을 주려고 다시 찾았으나 그는 이미 떠났다. 나는 그 와의 심리 싸움에서 밀렸다. 동물 전문가들은 그들에게 먹이를 주지 말라고 권하지만 막상 그와의 눈을 마주치면 그 설운 눈시울을 외면할 수가 없다. 속세로 내려가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가면 얼마나 좋을까만은 그는 그럴 생각이 없다. 아니면 ..
요트를 타라 요트를 소유하기는 쉽지 않지만 체험해 보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다. 영종도 왕산마리나에서 운영하는 요트 체험 프로그램에 예약하면 별 조건 없이 탈 수 있다. 요트 운행 기술을 배우는 게 아니라서 학습할 필요도 없다. 말 그대로 그냥 배만 타면 된다. 요트의 구조는 간단하다. 배 몸체와 엔진, 그리고 돛으로 이뤄져 있다. 일반 배와 다른 점은 돛이 있어서 낭만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는 점이다. 배 안에는 작은 바 형태를 갖추고 있어서 바다에서 와인 한 잔 하며 시간 보내기 좋은 구조다. 영종도 왕산 마리나 계류장에서 요트는 엔진을 켜고 앞바다로 조금 나가더니 엔진을 끄고 돛을 올려 바람에 맡긴다. 바람 따라 일렁거리다가 약속된 시간 40분이 지나면 다시 엔진을 켜고 계류장으로 들어온다. 타기 전에는 호기심이..
신도, 시도, 모도 [설렘과 기다림] 영종도 삼목항에서 배를 타고 10여분이면 닿을 수 있는 신도, 시도, 모도 삼 형제 섬에 동문수학 수다꾼들이 만추에 고개를 빼꼼히 내밀고 시절 사냥에 나섰다. 신도에 들어서자마자 갯벌에 배를 깔고 응석 부리며 바닷물을 기다리고 있는 빈 배가 시선을 끈다. 우리의 삶도 너를 닮아 언제나 기다림이다. 시도로 넘어가는 다리 입구의 농가에서 우리 일행과 눈 맞춤을 하고는 꼬리를 양껏 흔들어 대는 개를 만났다. 어찌나 살갑게 반기는지 넉넉한 미소로 그들을 맞는다. 네 삶도 어떤 기다림이었구나. 감잎 떨어진 감나무에는 빨간 감들이 조롱조롱 매달려 있다. 너는 또 누구를 기다리는가. 파란 하늘을 가르며 날아가는 기러기 떼를 기다리는가. 아니면 작년에 토라져 코가 삐뚤어진 까치를 기다리는가. 신도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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