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아름다운 동행
記 行

신도, 시도, 모도

by 桃溪도계 2022. 11. 20.
반응형

[설렘과 기다림]

영종도 삼목항에서 배를 타고 10여분이면 닿을 수 있는 신도, 시도, 모도 삼 형제 섬에 동문수학 수다꾼들이 만추에 고개를 빼꼼히 내밀고 시절 사냥에 나섰다.

신도에 들어서자마자 갯벌에 배를 깔고 응석 부리며 바닷물을 기다리고 있는 빈 배가 시선을 끈다.  우리의 삶도 너를 닮아 언제나 기다림이다. 시도로 넘어가는 다리 입구의 농가에서 우리 일행과 눈 맞춤을 하고는 꼬리를 양껏 흔들어 대는 개를 만났다. 어찌나 살갑게 반기는지 넉넉한 미소로 그들을 맞는다. 네 삶도 어떤 기다림이었구나. 감잎 떨어진 감나무에는 빨간 감들이 조롱조롱 매달려 있다. 너는 또 누구를 기다리는가. 파란 하늘을 가르며 날아가는 기러기 떼를 기다리는가. 아니면 작년에 토라져 코가 삐뚤어진 까치를 기다리는가. 신도 선착장에서 게통발을 배에 실으며 어구를 손질하던 어부의 진지한 모습을 한 컷 담고 싶어 카메라를 들자 모델비 달라며 선하게 웃던 어부의 미소는 누구를 기다림인가.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도 기다림이었다. 모도에서 되돌아 나오는 길에 친구는 언제 만나야 하는지를 생각해본다. 설렘이 있으면 매일 만나도 넘치지 않지만, 설렘이 없다면 1년에 한 번을 만나도 모자라지 않다. 그렇지만 매일의 만남도 기다림이었고 1년 만의 만남도 기다림이었다.

나는 또다시 설레는 마음으로 친구를 기다린다.

[일 시] 2022년 11월 19일

아주까리
블루베리꽃
철쭉꽃
해당화

728x90

'記 行' 카테고리의 다른 글

두물머리  (38) 2022.12.10
요트를 타라  (45) 2022.11.23
칠장사  (40) 2022.11.04
길상사  (51) 2022.10.01
남한산성  (13) 2022.08.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