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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름다운 동행
記 行

남한산성

by 桃溪도계 2022. 8.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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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cole Valentova 와의 인연]

니콜은 현재 런던대학교에서 일본 근대 미술사 전공 박사학위 취득을 앞둔 체코 출신의 여성 청년이다.
세상 살면서 짧은 기간이지만 외국인과 이렇게 밀접하게 생활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그와의 첫 만남은 다소 어색했지만 붙임성 좋은 그와 친해지는 데는 그리 많은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딸이 런던대학교 동아시아 연구반에서 방문 연구자로 공부하면서 그와 만나게 되었으며, 서로 친분을 쌓아 가던 중 작년에 체코에 있는 그의 집에 초대되어 환대를 받았다. 올여름에 그가 이화여대에서 주최하는 세미나 참석차 한국에 방문하였으며, 세미나 일정을 끝내고 남은 일정 동안 한국의 이곳저곳을 돌아보며 시간을 보내기로 했는데, 딸의 요청에 의하여 가이드를 맡게 된 인연이다.

그는 한국말을 웬만큼 구사한다. 내가 할 수 있는 어설픈 영어보다는 훨씬 높은 수준이다. 그래서 그와의 소통에는 큰 문제가 없다. 또한 그는 한국말을 배우기 위해 한국 드라마를 보게 되었는데 자신도 모르게 팬이 되어서 200 여 편의 한국 드라마를 봤다고 하니 그의 열정이 짐작이 간다. 그는 체코어, 영어, 일본어, 중국어, 한국어, 슬로바키아어 등 6개 국어를 구사할 수 있는 탁월한 능력자다. 영어를 비롯한 유럽의 언어는 그렇다 치고 한문을 바탕으로 하는 중국어 일본어 등을 어떻게 구사할 수 있는지 신기하게 느껴졌다.

점심때 만나서 첫 식사는 서오릉 주변에서 돼지갈비 구이와 막걸리 한 잔 했다. 그는 한국 음식도 가리지 않고 곧잘 먹어서 함께하기에 참 편했다. 식사를 마치고 비가 오락가락하는 서오릉에 잠시 들렀다가 진관사와 은평 한옥 마을을 둘러보고 첫날 일정을 마쳤다.

이튿날은 북한산 백운대를 오르기로 계획했었는데 비가 오는 데다 덥고 습도가 높아서 산행을 진행하기에는 아무래도 무리가 될 것 같아서 남한산성 탐방으로 경로를 바꿨다. 동양 문화에 남다른 관심을 갖고 있는 그에게 한국의 산성을 소개하면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것 같았다. 산성의 축조방법과 전투 시 산성의 기능 등을 설명하는데 금방 알아듣는다. 서로 언어가 수월하게 통하지는 않았지만 대충 얘기만 해도 척척 알아듣는다. 대화 중에 그가 '감 잡았어'라고 하는 말이 너무나 한국적이고 정감 있는 대화여서 나의 뇌리에 잔상으로 남아있다. 아마 오랫동안 기억될 것이다.

탐방을 마치고 점심은 닭백숙으로 마무리했다. 1박 2일 동안 뜻하지 않았던 인연을 만나 잠시 행복했다. 서양인에 대한 편견이나 호기심이 많았던 나에게 니콜과의 만남은 우리는 같은 인간이었음을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다음에는 삼겹살에 소주 한 잔 하면서 세상 이야기를 풀어내면 명확하게 동류의 인간임을 확증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짧은 시간 동안 함께하면서 나도 모르게 티 내지 못할 작은 정이 스며들어 기분이 가볍다. 산성 길을 걷다가 외국인을 만났을 때, '와! 외국인이다'라고 나지막한 탄성을 내고는 멋쩍게 웃던 니콜의 모습이 참 예뻤다.

다소 불편하고 낯설었을 텐데 즐겁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함께해 준 니콜에게 감사드린다.
이번 한국 방문을 계기로 한국에 대한 좋은 인상을 가졌으면 좋겠다.
내내 건강하고 그의 學運학운에 도타운 행운이 가득하기를 바란다.


[일 시] 2022년 8월 14일
[위 치] 경기도 광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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