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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름다운 동행

記 行243

낙선재 가끔은 세상 시름 다 내려놓고 배꼽 터지게 웃어젖혀 버리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친구를 만나면 배꼽 반쯤은 찌그러뜨릴 수 있다. 염천 더위를 슬기롭게 건너기 위해 산행보다는 몸보신할 겸 닭백숙 파티 한 판을 벌이는 것도 지혜다. 친구 영광이는 요즘 산삼을 삶아 먹었는지 앞으로 자꾸 쏠려서 미치겠단다. 어디 찌그러진 냄비라도 하나 구해서 열심히 닦아야 할 텐데... 인생 뭐 있어? 외롭고 녹슨 냄비를 닦는 일도 보시여... [일 시] 2021년 7월 17일 [장 소] 경기도 광주군 불당리 2021. 7. 19.
임진각 [傾聽] 고백하건대 나는 듣지 못했다. 나는 듣기 위하여 기다릴 수 있는 인내심이 모자랐다. 나는 듣기도 전에 말을 먼저 꺼내는 습관이 있었다. 나는 거슬리는 말을 들으면 참지 못하고 흥분했다. 나는 나와 의견이 다른 말을 들으면 반드시 내 의견대로 굴복시키려고 했다. [耳順] 이제 귀를 좀 열어야겠다. 거슬리는 말도 순하게 들을 수 있도록 인내심을 길러야겠다. 제대로 듣기도 전에 말을 꺼내지 않도록 마음을 다스려야겠다. 나와 의견이 다른 말을 들으면 견해가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해야겠다. [만약에] 지나온 삶에서 조금만 더 귀를 기울일 수 있는 습관을 길렀다면 나의 삶은 완전히 다르게 진행되었을 것이라 확신한다. 역사에서 가정은 없다지만 지금부터라도 귀가 순하게 열릴 수 있도록 귀를 사랑해야겠다. 많은 .. 2021. 7. 7.
백령도 [삶과 죽음의 경계] 공군부대에 보수공사가 예정되어 있었는데 백령도 들어가는 길은 쉽지 않았다. 안개가 많아 배가 예정대로 뜨니 마니 말이 많았지만 다행히 입도하는 데는 큰 지장이 없었다. 섬에 닿자마자 점심을 간단히 해결하고는 여장도 풀지 않은 채 현장으로 들어갔다. 레이다 기지였던 현장은 산 꼭대기에 위치해 있는데도 안개가 자욱해 주변이 온통 먹먹했다. 남은 오후 시간을 짜임새 있게 이용하려 일을 시작했는데 예상치 못한 일들이 생겨 시간이 지체되고 있었다. 부대에 작업시간이 지체되어 마무리가 좀 늦을 수 있음을 양해를 구하고 일을 하고 있었는데, 오후 5시 일과 시간을 넘기면서부터는 감독 군인이 수시로 끝나는 시간을 체크했다. 레미탈 혼합을 하던 김 씨를 비롯하여 참석 인원 전원이 시간에 쫓기며 소기.. 2021. 6. 11.
여주나들이 느슨해져 가는 삶의 시간들을 꿰어내어 적당하게 긴장을 주고 허전해져 가는 우정을 달래려고 한 달에 한 번 산행을 하자고 약속한 친구들의 시간. 한 달이라는 물리적인 시간은 변함이 없지만 세월이 지날수록 우정을 인터뷰하는 심리적인 시간은 더뎌지는 느낌이라 많이 기다려진다. 작년에 여주에 새롭게 둥지를 턴 상은이 집에서 집들이 겸해서 시간을 갖기로 하고 들뜬 마음을 자동차에 싣고 도착한 곳은 전형적인 농촌 마을이다. 마을 주민들 대부분은 세상에서 가장 큰 가지밭을 질서 있게 줄 세우고 중간중간에 호박 농장들을 끼워 넣어 감성적인 여백을 스케치하고 있다. 최근에 도회지 사람들이 마을 자투리 자락에 전원주택 단지를 형성하여 도농 간 상호 호의 로운 감정을 교류하는 풍경이다. 육십 댓돌위에 올라 선 친구들 대부분.. 2021. 5. 24.
임진강 황포돛배 겨울 임진강에는 얼음이 살포시 얼어있고, 객이 떠난 빈 배 만이 시절의 아픔을 기억하듯 텅 비어 있는 노을 지는 서녘 하늘에 눈자위를 가늠한다. 허리가 잘린 반도의 아픔을 아는듯 모르는 듯... 익히 알면서도 눈물을 흘리지 않을 뿐. 서리서리 아픈 가슴을 풀어헤친들 뭣하랴. 아직 하늘이 검으니 말을 닫을 수밖에..... [일 시] 2020년 12월 17일 2021. 1. 6.
굴업도 파라다이스를 본 적이 있는가. 그냥 무지개 같은 것이려니 생각하고 찾아볼 생각도 해 본 적이 없다. 굴업도는 인천에서 그리 멀리 있는 섬이 아닌데도 들어가는 길이 수월하지는 않다. 덕적도에서 갈아타야 하는 번거로움 쯤은 견딜만하다. 미지의 섬에 발을 들여놓는다는 설렘을 가슴 가득 안은 체 배 안에서 맥주 한 잔 마시며 조잘조잘 대다 보면 어느새 닿을 수 있는 섬. 예닐곱 집이 거주하는 섬은 농토가 넉넉지 않고 땅이 척박해 농사를 짓고 살기에는 적합하지 않다. 고기잡이도 예전 같잖아서 주민들 대부분은 여행객들의 발목을 잡고 민박을 운영하며 삶을 꾸려간다. 올해는 코로나 바이러스로 여행객들이 해외로 가지 못하다 보니 인천 연안 도서지역에 문전성시를 이룬다. 섬에는 자연 방사된 사슴이 살고 있어 생태계의 한 .. 2020. 11. 4.
촉석루 논개 일본은 무슨 원한이었을까. 끊임없이 우리나라를 침략하고 괴롭혀왔다. 임진왜란 때는 조선을 침략하여 속국으로 삼으려 했으며, 결국 조선말에는 한일합방을 통해 민족말살을 시도했던 역사. 그런데 희안하게도 일본은 한국에 대해 뉘우침이나 반성의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아마.. 2018. 11. 4.
백령도 백령도 삶은 불행이다. 아니다 삶은 행복이다. 인간의 삶에서 행복에 대한 만족감보다는 불행감이 더 크다고 느끼는 것은 왜일까. 불행감에 대한 상처가 행복감에 대한 안도감보다는 가슴에 깊이 새겨지는 까닭일 것이다. 幸은 다행이고 不幸은 행운이 조금 모자란 상태임을 감안하면 간.. 2018. 9. 1.
신구대 식물원 삶 꽃이 핀다 꽃이 폈다 꽃이 진다 꽃이 졌다 또 꽃이 핀다 꽃이 폈다 꽃이 진다 꽃이 졌다 비틀거릴 때에도 꽃이었다 지면 다시 피는 꽃이었다 * 일 시 : 2018년 5월 1일 2018. 5. 1.
여의천 봄. 봄. 봄 쉬 갈 것을 알지만 보내는 마음은 짠하다. 풍금소리 같은 봄바람 따라 봄 비 촉촉히 내리고 나면 서둘러 흔적을 지운다. 차라리 오지 않았더라면 원망도 섞어보지만 짝사랑 님을 뵙던 발개진 얼굴 동구밖 먼발치에서 뒤꿈치 졸졸 설레던 마음. 언제나 그렇게 오는듯 마는듯 어찌.. 2018. 4. 7.
영덕 블루로드 영덕 블루로드 봄 바다 푸른 바다의 향기와 하얀 파도의 리듬이 조화를 이루고 하늘과 맞닿아 있어 한 점 하쉬움이 없는 바다. 봄빛이 하늘을 향해 넓은 기지개를 펼 때면 이끌리듯 바다를 향한다. 짭쪼름한 바닷 바람과 향수같은 비릿함. 폐부 깊숙히 들여 세수를 하면 새봄을 맞는 가슴.. 2018. 3. 3.
낙산사/휴휴암 낙산사/휴휴암 * 일 시 : 2018년 1월 21일 2018. 1.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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