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아름다운 동행
記 行

일본 기행(4일차) - 동대사

by 桃溪도계 2023. 7. 18.
반응형

나라시대인 743년에 지어졌다는 동대사는 세계 최대의 비로자나불이 모셔진 세계 최대의 목조건물이라 한다. 비로자나 청동불상의 높이가 15m라 하니 그 규모를 짐작할 만하다. 주목한 만한 내용은 비로자나 청동불은 백제인이, 본당인 다이부스덴(대홍전)은 신라인이 지었다는 설이 전해 내려오고 있어서 한국 사람들에게 은근 자부심을 심어준다.

이 엄청난 프로젝트를 진행하느라 260만 명이 동원되었으며, 청동대불을 건설하는데 나라시대의 청동을 거의 다 써버려서 경제가 파탄에 이르렀으며, 이 사건을 빌미로 나라시대도 저물어갔다 하니 역사의 아이러니다. 1180년에 건물이 소실되어 막부시대 때에 복구를 거듭하다가 1692년 명치시대에 완성되었으며, 현재의 것은 18세기 초에 완공된 것이라 한다.

현재의 동대사 규모는 당초보다 많이 축소된 것이며, 본당 남쪽에 양쪽으로 서 있던 목탑이 소실된 터의 규모만으로도 짐작이 간다. 동대사를 관람하면서 경주의 황룡사지 9층 목탑을 떠올려 본다. 나라현의 동대사와 경주의 황룡사를 비교하면 어느 것이 더 큰 규모일까. 섣불리 판단하기는 쉽지 않지만 분명한 것은 그 시대에 불교를 국교로 채택하면서 신라와 나라 간에 규모의 경쟁을 치열하게 하지 않았을까.

동대사를 중심으로 나라 공원에는 1,200여 마리의 꽃사슴을 방목해 놓았다. 사슴들이 풀 뜯어먹는 모습이 평화로워 보이기는 하지만, 사람들 손에 길들여져서 센베 과자를 주면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를 한다. 사람들이 깔깔거리며 좋아하는 모습에서 씁쓸함이 베인다. 야생 동물로 살아가도록 배려하지 못한 인간의 잔인함이 엿보여서 뒷맛이 개운치 않다.

다이부스덴(대홍사) 뒤편으로 정창원이라는 건물에는 일본 황실의 엄청난 보물들을 소장하고 있다. 삼국시대 한국과 중국에서 교류한 물품들도 다수 보관되고 있는데, 이곳의 유물들을 공개하면 역사가 12번도 더 바뀔 수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한국 학자는 물론 일본 학자들에게 까지도 제대로 개방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곳에는 한국에서 약탈해 간 유물들도 있다고 전해진다. 일 년에 며칠만 개방하여 특정 물품들만 일부 개방한다는 점은 못내 아쉽다. 어떤 약점이 있어서일까. 역사적인 가설로 설왕설래되고 있는 백제인의 복식이 공개되면 역사 교과서를 다시 써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동대사를 돌아 나오면서 다시 한번 그 크기에 감동한다. 이 크고 멋진 사찰에서 예불드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면 생활 속에 살아 있는 불교를 느낄 수 있을 텐데, 그렇지 못해서 못내 아쉽다. 일본에서의 불교는 의식과 형식으로만 남아서 문화재로서의 역할만으로도 충분할까.

[일    시] 2023년 7월 18일

대남문
대남문
동대사 본당인 다이부쓰덴(대홍전)
시천왕
비로자나 청동 불상
허공장 보살
빈주루존자 - 불상을 만지면 아픈 곳이 낫는다는 속설이 있음.
정창원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