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隨筆, 散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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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여행 [수학여행] 고등학생인 딸아이가 수학여행을 떠났다. 요즘 학생들은 수학여행이 아니라도 가족들이나 친구들과 많은 여행을 경험한다. 수학여행이 주는 즐거움이란, 특별히 새로운 여행지를 경험한다는 것보다는 동문수학하는 친구들과 같은 시간을 보낸다는 즐거움이 더 클 것이다. 미지의 세계에 대한 호기심이 많고, 친구들과 어울리기를 좋아하던 30년 전, 같은 반 친구들이 수학여행을 떠날 때에 학교에 남아서 지도 선생님의 지시에 의하여 화장실 청소하고, 운동장 풀 뽑기로 그 시간을 메운 적이 있다. 당연히 경제적인 여건이 이유였다. 집안사정을 너무나 잘 이해하였던 철든 아이였기 때문에, 그때는 아무 불평이 없었다. 30년이 지난 지금도 후회스러움은 없다. 다만 아쉬움이 쪼끔 남아 있을 뿐이다. 친구들이 수학여행을 가..
거울속에 비치는 사람 거울 속에 비치는 사람 거울 속에서 자신을 찾지 말라 거울 속에 비치는 사람은 그냥 사람일 뿐 찾고자 하는 자신은 아니다 본래의 자신은 거울 밖에 있다.
슬픔의 뒷맛 [슬픔의 뒷맛] 기쁨보다는 슬픔을 오래도록 기억하기 때문에 슬픔을 삭일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 잘 삭힌 슬픔의 맛은 기쁨의 단맛보다는 뒷맛의 여운이 길다 봄이 오락가락하는 삼월에는 곰살맞게 잘 삭은 슬픔을 마음껏 들이키고 허전한 가슴에 옹그리고 진드기 같이 붙어 있는 못난 외로움을 멀리 밀어내리라.
꽃샘추위 꽃샘추위 경칩에 봄눈을 뜨고 몽글몽글 사랑스런 알을 낳았던 개구리가 꽃샘도 한기를 피하여 거적을 덮는 봄 시샘에 깜짝놀라 다시 땅속으로 기어 들어갔다. 그러게 성급하게 서둘지 말라고 일렀거늘 세상살이라는 게 반드시 앞서가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고 일렀거늘 천방지축, 허겁지겁 제 잘난 맛에 고집만 부리더니 꼴 좋다 제발 헛꿈 꾸지 말기를...
내게 길을 물으면 똑바로 가라 할 것이다. 재차 길을 물으면 똑바로만 가지말라 할 것이다. 길은 꿈을 품을지언정 길을 품지는 아니한다.
불량식품 국민학교 다니던 시절에 선생님께서는 학교 앞에 있는 불량식품을 사 먹지 말라고 항상 당부하셨다. 그 불량식품의 메뉴는 어묵, 호떡, 뽑기, 제조회사명이 분명치 않는 여러 종류의 과자들이었다. 불량이냐 아니냐를 가리기보다는 사 먹을 돈도 없던 시절이었다. 삐쩍 마른 몰골에 기름기 하나 없는 얼굴에는 버짐이 번져있었고, 퀭한 눈만 껌벅거리던 시절에 불량식품을 선택할 여유도 없었다. 지난 며칠간 몸살을 심하게 앓다가 병원 다녀오는 길에 길거리에서 어묵을 맛있게 먹고 있는 사람들을 만났다. 어묵은 불량식품이 아니라 우량식품이다. 대중들이 몇십 년 동안 애정을 보내주고 애용하고 있다면 불량이라 말할 수 없지 않은가. 길거리에서 맛있게 어묵을 먹고 있다면, 어묵이 설령 불량스러울지라도 그것은 우량식품이며, 어묵을 ..
남자와 여자 남자는 하나의 만족을 위하여 많은 여자가 필요하지만, 여자는 모든 만족을 위하여 한 남자가 필요하다
기적 기적을 꿈꾼다. 인생을 통째로 바꿔 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에 로또복권을 산다. 인간은 누구나 기적에 몸을 기댄다. 권력이나, 돈, 명예를 한꺼번에 얻을 수 있는 기적 같은 인생을 그리워한다. 그러나 매일매일 아침에 일어날 수 있는 기적을 아무도 믿지 아니한다. 병든 자에게는 해 뜨는 아침에 벌떡 일어날 수 있는 것보다 더 큰 기적은 없다. 인간이라는 생명체가 어떻게 호흡을 할 수 있을까. 호흡이라는 행위는 어떻게 대기 중의 에너지를 몸으로 받아들일까. 몸으로 받아들여진 에너지는 어떻게 인간에게 생각을 갖게 할 수 있으며, 몸을 움직이게 할 수 있을까. 이보다 더 큰 기적이 어디에 또 있을까. 인간이 살아 있다는 기적에 비하면, 돈이나 명예나 권력 같은 것은 티끌만 한 일상 일 뿐이다. 인간이 자신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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