隨筆, 散文 (123) 썸네일형 리스트형 사기 사 기 우주에서나 사용할 법한 전화번호가 찍혔다. 내가 누군지 알겠어?...ㅎㅎㅎ 5년쯤 연락이 두절되었던 서너 살 많은 형 같은 대학 친구다. 40이 넘어서 결혼했는데 아이 갖는 게 쉽지 않아서 인공수정으로 쌍둥이를 낳았다. 귀금속 세공업을 하면서 돈도 꽤 벌었는데,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병원을 하겠다고 덤볐다. 그동안 모았던 재산과 주변 형제, 부모, 지인들의 돈을 다 끌어들여 의사였던 사촌형과 동업으로 병원을 열었다. 기존에 잘 나가던 병원들도 문 닫을 판에 중소형 종합병원을 시작했으니 쉽지 않은 길을 택했다. 그로부터 엄청난 고통의 문이 열렸다. 채권자들에게 쫓기고 자금융통은 잘 안되었다. 당시에 브로커가 병원컨설턴트 역할을 자임하면서 병원경영에 참여했었는데, 그는 병원을 개점하자 개인적인 사정을.. 사랑 사 랑 사랑을 아끼는 사람은 사랑을 모른다. 사랑하지 않으면 사랑할 줄도 모르게 된다. 군인의 가슴엔 조국이 있다. 군인의 가슴엔 조국이 있다. 피 끓는 붉은 심장으로 조국을 말하라. 그대 아름다운 충성의 몸짓에 조국은 평화를 꿈꾼다. 이십오 년 전 현역 군인 신분으로서 사단장 이취임식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연병장에서 막연한 충성만을 외치던 기억을 되새기며 지인의 사단장 취임식에 내빈으로 참석했다. 세월의 변화만큼이나 감회가 새롭다. 소름 돋는 구호는 여전히 조국의 간성으로서 가슴을 서늘하게 울린다. 몇 년 더 있으면 아들을 저 연병장에 세워야 한다. 젊음과 조국, 충성의 의미를 다지던 저 연병장에서의 젊은 날. 나는 그때 행복했다. 평생 그 시절을 추억하면서 살아가도 싫증 나지 않을 만큼의 충분한 행복을 저장하였던 시기이다. 나에게 조국은 어떤 의미였을까. 상투적인 충성의 대상이었을까. 그건 아니다. 조국에 의해 선.. 아내의 꾀병 아내의 꾀병 새벽부터 잠을 설쳤다. 이런저런 약속이 되어 있었던 터라 몸은 곤하지만 잠에서 일찍 깼다. 아내는 이삼일 전부터 정상적인 컨디션을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힘들어한다. 서둘러 출근했다. 사무실에 도착한 지 채 10분도 되지 않아서 아내의 가녀린 신음소리가 전화음을 타고 간신히 들린다. 다급하게 집으로 향했다. 아랫배가 아프다며 응급실로 가잔다. 좀처럼 병원에 잘 안 다니는 성미라 중병이라는 생각이 불현듯 뇌리에 꽂힌다. 복막염일까. 응급실에는 갈 데 못 되는 줄 알지만, 세상일이 맘대로 되는 게 있나. 아프면 별수 없지. 응급실에는 응급한 환자도 많지만, 응급실에 오지 않아도 될 환자가 의외로 많아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구급차는 연신 응급환자를 실어 나른다. 병실을 못 잡아서 수술을 기다리.. 화분을 훔치는 사람 화분을 훔치는 사람 도시에 살면서 희뿌연 앙금이 가슴에 켜켜이 내려앉는 삭막함을 다소나마 위로받으려고 빌라 집 앞에 화분을 몇 개 두었다. 소나무, 황금측백, 주목 같은 나무를 심은 분은 덩치가 크다. 철쭉, 영산홍 같은 관엽식물들은 작은 분에서 꿈을 옹알옹알 키우고 있었다. 작년 가을에 탐스런 노란 꽃을 눈 시리게 가득 담은 국화분 서너 개를 새 식구로 맞아들였다. 열심히 물을 주고 정을 듬뿍 쏟았다. 서리가 사뿐히 내리던 쌀쌀한 가을 아침 출근길에 나를 반겨주던 국화분 하나가 없어졌다. "누가 가져갔구나" "그 참 몹쓸 사람이네" 이틀 후에 또 하나가 없어졌다. 은근히 부아가 났다. 도대체 누가 이런 짓을 할까. CCTV를 돌려봤다. 새벽 5시경에 50대로 보이는 아저씨가 까만 비닐봉지를 가지고 와서.. 조직과 조직원 [조직과 조직원] 조직의 생존 능력은 조직원들의 능력과 의지에 비례한다. 조직이라는 것은 곧 울타리를 말하는 것이며, 조직원은 울타리를 지키는 초병이다. 조직원의 방호능력이 커지면 울타리는 커지면서도 견고하다. 반대로 조직원 중에 일부가 부실하거나 이기심으로 가득 차 있다면, 면역력이 떨어져 조직은 허술해질 수밖에 없다. 훌륭한 조직은 조직원들 간에 책임을 전가하지 않으며 조직에 대하여 스스로 겸손하다. 또한, 조직원들 간에 스스로 단결할 줄 알고 울타리에서 생길 수 있는 허점을 서로가 방호하려고 협력한다. 결국, 조직이라는 울타리는 조직원들의 정신자세와 몸가짐으로 만들어진다. 친구 덕이 친구 덕이 고등학교 동기회 모임에서 그를 만난 지 3년이 되었다. 삶에 찌 들은 그의 모습에서 25년의 풍상을 읽을 수 있었다. 그의 25년은 나에게 백지이고, 나의 25년은 그에게 무명천 같은 세월이다. 서로의 지나온 시간에 대하여 아무것도 모른다. 신상은 어떤지, 어떻게 살아왔는지, 뭐 하고 살아갈 건지.... 서로에 대하여 아는 게 없는 친한 친구다. 너무나 긴 세월이라서 한 번의 만남에 회포를 다 풀어내기는 어렵다. 가끔 만나서 새롭게 서로를 알아간다. 왜, 그동안 연락이 안 되었는지도 서로가 이해를 못 한다. 그저 오랜만에 만난 친구라서 반가움만 나누고, 지나온 과거는 묻어두고 틈틈이 꺼내서 안주거리로 삼으면 된다. 한때는 돈을 좀 벌어서 폼도 잡아봤지만, 지금은 빈 털털이 노총각 신세다. 불혹.. 친구 친 구 향수를 싼 종이에는 향기가 스며들고 생선을 싼 종이에는 비린내가 스며든다 같은 종이라도 어떤 친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종이의 운명이 달라진다 이전 1 ··· 8 9 10 11 12 13 14 ··· 1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