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의 가슴엔 조국이 있다.
피 끓는 붉은 심장으로 조국을 말하라. 그대 아름다운 충성의 몸짓에 조국은 평화를 꿈꾼다. 이십오 년 전 현역 군인 신분으로서 사단장 이취임식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연병장에서 막연한 충성만을 외치던 기억을 되새기며 지인의 사단장 취임식에 내빈으로 참석했다. 세월의 변화만큼이나 감회가 새롭다. 소름 돋는 구호는 여전히 조국의 간성으로서 가슴을 서늘하게 울린다.
몇 년 더 있으면 아들을 저 연병장에 세워야 한다. 젊음과 조국, 충성의 의미를 다지던 저 연병장에서의 젊은 날. 나는 그때 행복했다. 평생 그 시절을 추억하면서 살아가도 싫증 나지 않을 만큼의 충분한 행복을 저장하였던 시기이다.
나에게 조국은 어떤 의미였을까. 상투적인 충성의 대상이었을까. 그건 아니다. 조국에 의해 선택되었지만, 조국에 대한 충성은 내가 선택하였다. 나는 나의 조국에 대하여 한점 부끄럼이 없다. 그렇다고 조국이 나에게 베풀어 줄 그 무엇을 기대하지도 않는다. 다만, 내가 충성할 수 있는 조국의 가슴으로 남아 있으면 된다.
사랑하는 나의 조국!
푸른 오월의 연초록 햇볕을 가슴 깊숙이 들여 마시며 군인들의 심장소리를 듣고 나는 애국을 되새긴다. 언제든 틈날 때마다 내가 사랑할 수 있는 조국이 항상 그 자리에 있도록 보살펴 주기를 바라며 행운을 빈다.
내가 사랑할 조국
내가 살아가야 할 조국
내 후손들이 땀 흘리며 젖을 빨아야 할 조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