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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산 [친구] 친구는 참 좋다. 다르면서 같고, 같으면서 다르기 때문이다. 같되 같음을 강요받지 않고, 다르되 다름을 강요받지 않음으로써 친구 관계가 성립되는 것이다. 친구관계의 유지는 군자의 학습과정이다. 공자 曰 군자는 조화롭게 어울리지만 반드시 같기를 요구하지 않고, 소인은 반드시 같기를 요구하지만 조화롭게 어울리지 못한다 했다. 친구는 언제 어디서 어떻게 만나든 조화롭다. 그래서 친구다. [산행 일시] 2022년 4월 10일 [산행 경로] 옛골 - 이수봉 - 석기봉 - 매봉 - 진달래 능선 - 원터골(10.7km) [산행 시간] 5시간
울산 문수 월드컵 경기장 2000년 즈음이었으니 이십 년이 넘었다. 월드컵 경기장은 평시에는 전력사용량이 많지 않으나 경기 때에는 전기를 집중적으로 많이 쓰는 시스템이다. 그래서 각 경기장마다 자체 발전시스템을 구축한다. 자체 발전을 하다 보니 발전기에서 배출되는 배기가스를 원활하게 해결하기 위한 굴뚝 시스템은 중요한 시설물이다. 월드컵 경기장을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짓다 보니 각 건설회사마다 시방이 다르고 협력업체들은 공사를 수주하기 위하여 갖은 제안을 하며 경쟁을 벌이던 때, 대부분의 협력회사들이 수월한 방법으로 공사 제안을 하고 상대적으로 가격도 싸니까 우리는 공사 수주하기가 쉽지 않았다. 상암동 월드컵 경기장은 굴뚝 라인이 짧아서 공사를 제대로 하더라도 비용적으로 큰 차이가 없어서 수주할 수 있었다. 대전 월드컵 경기장..
인왕산 삭풍을 견뎌낸 삭정이 같은 가지에 봄물이 들면 이내 노랑 분홍 꽃물이 든다. 봄을 기다리며 부르튼 입술이 메말라가던 3월에 봄 눈이 내리면 겨우내 참았던 눈물 한 움큼 쏟아낸다. 마음이 지친 논두렁에 걸터앉아 조급함을 떨쳐내지 못해 채근했던 지난겨울을 떠올리면 하늘이 파랗다. 하얀 봄에 파란 하늘을 열고 고개를 내민 하얀 목련이 반갑다. 인왕산 자락길에 알록달록 산객들이 도란도란 향기를 이어간다. 시간을 싹둑 잘라먹고 만난 친구는 예나 지금이나 배려하는 편안함이 좋다. 두려움을 잘 이겨낸 그의 표정에는 자신감이 넘친다. 새 봄에는 인왕산을 이정표 삼아 더욱 아름다워지기를 기도한다. 시간은 사람의 마음을 퇴색시키지만, 봄물이 들면 언제든 다시 붉어지리라. 세상이 흐려져도 봄을 기다리는 마음은 변하지 않는다..
삼각산 홍시길 [인디언 기우제] 비를 맞으러 산에 오른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한결같은 마음으로 산이 닳아 없어질 때까지 오르면 언젠가는 비를 만나게 될 것이다. 가물 때에는 비를 기다리는 마음을 모아 산에 오른다. 산정에 올라 발아래를 굽어보고는 고개를 들어 기도를 한다. '비를 내려주시옵소서' '굵은 빗방울이 한나절 한 밤을 내려서 성난 불길을 재우게 해 주시옵소서' '속옷이 촉촉이 젖을 만큼 내려서 메말라가는 초목과 곡식들에게 생명을 이어가게 해 주시옵소서' '어느 날에는 이슬만큼이라도 내려서 도심의 검은 먼지라도 재울 수 있도록 내려주시옵소서' 그러던 어느 날 산에서 내려오는 길에 비를 만났다. 나의 기도가 통했다. 하늘이 메마른 날에는 산에 오를 것이다. 하늘과 가까운 산에 올라 하늘을 향해 두 손을 합..
북한산 둘레길 13, 14구간 1. 북한산 둘레길 13구간(송추마을길) - 5.3km 양주시 교현리 우이령 길 입구에서 시작하여 송추마을 방향으로 큰 도로를 따라 1km 정도 가다가 우측 접어들면 호젓한 산 길을 따라 오봉탐방지원센터까지는 올망졸망 숲길이 이어진다. 오봉탐방지원센터를 지나 송추마을을 벗어나기까지는 상업지역과 맞닿으므로 다소 번잡한 면도 있지만 오봉에서 내려오는 송추계곡의 물은 맑은 청량감을 얻을 수 있어 산객들의 피로를 덜어준다. 송추마을을 지나 원각사 까지는 산길과 큰 도로를 인접하여 이어지는데 서울 외곽고속도로의 차량 소음이 거슬린다. 2. 북한산 둘레길 14구간(산너미길) - 2.3km 원각사 입구에서 시작하여 사패산 터널 입구에 세워진 보합 기념탑(자연환경보호와 개발의 대립 화해)을 거쳐 사패산 속 깊이 들어가..
삼각산 [춘설] 고운님 오시는 날에 춘설이 분분하니 찔레순에 묻어둔 분홍 순정 깨워내어 네 마음 울적해질라 해실 해실 웃는다 [산행 일시] 2022년 3월 19일 [산행 경로] 북한산성 입구 - 대서문 - 중성문 - 대남문 - 구기탐방센터(11km) [산행 시간] 3시간 50분
마라톤은 운동이다 운동을 하기 위해 마라톤을 하러 나갔다가 쫓기듯 달리게 되면 노동이 된다. 그동안 젊은 치기로 달렸던 나의 마라톤은 거의 대부분 노동이었다. 출발점에 서면 운동을 해야지 다짐을 하지만 매번 노동을 하게 되는 까닭은 내가 가진 체력보다 과한 욕심을 내기 때문일 것이다. 한 겨울에 한강변을 달릴 때에는 따뜻한 온돌방이 그렇게 고맙게 느껴질 수가 없었는데, 어느덧 매화가 피고 노란 영춘화가 봄을 맞는 계절이 되었다. 한강에도 봄 물이 넘실거리며 생기가 돋는다. 영동대교를 지날 때 시선이 멈춘 곳은 교각 보 위에 까맣게 줄지어 선 새들의 무리였다. 덩치도 제법 큰 새들의 자태가 예사롭지 않고 그동안 자주 보지 못했던 새였는데 가만히 살펴보니 가마우지였다. 한강에도 가마우지 떼들이 서식하고 있다니 참 반갑고 고마..
삼각산 [친구] 미국의 철강왕 카네기는 인생에 있어서 진정한 친구 한 명만 얻을 수 있으면 성공한 인생이라고 했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나는 성공에 많이 모자란 인생이다. 젊었을 때 이 말을 들었을 때에는 속으로 웃었다. 나름 친구가 많았으며 진정으로 마음에 둘 만한 친구를 정하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에 와서 되짚어보면 나에게는 그런 친구가 한 명도 없다. 이유는 간단하다. 나는 그 어떤 친구에게도 진정한 친구가 되어주지 못했다. 지금이라도 늦지는 않다. 그렇지만 쉽지도 않을 것임을 안다. 가슴에 가득 찬 욕망을 비우기가 그리 쉽겠나. 나부터 비워내면 채울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은 있다. [산행 일시] 2022년 3월 12일 [산행 경로] 불광역 - 장미공원 - 향로봉 - 사모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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