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山 行

삼각산 홍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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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언 기우제]

 

비를 맞으러 산에 오른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한결같은 마음으로 산이 닳아 없어질 때까지 오르면 언젠가는 비를 만나게 될 것이다.

가물 때에는 비를 기다리는 마음을 모아 산에 오른다.

산정에 올라 발아래를 굽어보고는 고개를 들어 기도를 한다.

'비를 내려주시옵소서'

'굵은 빗방울이 한나절 한 밤을 내려서 성난 불길을 재우게 해 주시옵소서'

'속옷이 촉촉이 젖을 만큼 내려서 메말라가는 초목과 곡식들에게 생명을 이어가게 해 주시옵소서'

'어느 날에는 이슬만큼이라도 내려서 도심의 검은 먼지라도 재울 수 있도록 내려주시옵소서'

 

그러던 어느 날 산에서 내려오는 길에 비를 만났다.

나의 기도가 통했다.

하늘이 메마른 날에는 산에 오를 것이다.

하늘과 가까운 산에 올라 하늘을 향해 두 손을 합장하여 곧추 세우고 귀찮게 굴 것이다.

내 기도가 통할 때까지 쉬지 않고 중얼거릴 것이다.

 

[산행 일시] 2022년 3월 27일

[산행 경로] 불광중학교 - 향로봉 - 사모바위 - 응봉능선 - 진관사 - 북한산 둘레길 - 불광중학교(10km)

[산행 시간] 3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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