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1436 마라톤 조타 아쉬운 게 있다.다름이 아니라 웃는 얼굴을 갖고 싶다.그런데 쉽지 않다. 거울을 보며 웃음을 지어봐도 어색하기만 하다.멍하니 있을 때 나의 모습은 화난 얼굴 같아서 늘 불만이다. 비록 못생긴 얼굴이지만 웃음을 머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 며칠 전 막내아들이 술에 살짝 취해서 '조타'라고 말한다.'뭐가 그리 좋으냐' 물으니'세상 모든 게 다 좋습니다'라고 답한다.그리고는 또 '조타'라고 외치며 자러 들어간다. 무릎을 탁 쳤다.어차피 굳어 버린 얼굴 근육을 살려 웃는 모습으로 바꾸기는 쉽지 않다.나의 에너지를 긍정으로 바꾸면 얼굴에도 웃음이 살아날 수도 있겠다.그래서 나의 행동과 나의 생각에 '조타'라는 수식어를 붙여야겠다. 마라톤을 하면서 얼굴이 일그러지는 고통이 올 때도 '조타'라고 되뇐다.힘든 .. 2024. 11. 18. 서울대공원 둘레길 막걸리 잔에 친구를 채워 한 잔 쭈욱 들이켜면 향수를 품은 향기가 목줄을 타고 시원하게 내려간다. 안부가 궁금했던 친구와 켜켜이 쌓여 있던 우정을 함께 들이키니 세상 부러울 게 없다. 가을 친구들과 낙엽을 깔고 앉아 깔깔대는 수다만큼 좋은 안주가 또 있으랴. 친구를 닮은 가을은 낙엽을 떨구고 겨울을 준비한다. 한 여름 뙤약볕을 견뎌내고 폭풍에 쓰러지지 않으려 애쓰며 열심히 살았던 덕분에 넉넉하지는 않지만 부족함도 없다. 그렇지만 막상 손을 놓고 지난날을 회상해 보니 어딘가 허전하고 모자란 인생이다. 이대로 겨울을 맞으려니 말하지 못할 두려움도 있다. 친구야! 걱정하지 마라. 인생 별거 있더냐.가을이 되어 단풍이 드는 것은 자연의 순리다. 단풍이 들어 낙엽이 떨어진다 해서 나무가 죽는 것은 아니다. 잠시 .. 2024. 11. 18. 청계산 이수봉 [가을사랑] 낙엽 따라 떠나는 가을에찌푸린 하늘을 펼쳐 편지를 쓴다 가물한 옛사랑꼬깃꼬깃 접어 둔 향기를 내어멀어져 가는 가을에 부친다 가슴이 아팠을 때는 울지도 못했다안부를 기다리던 시간이 길어질수록체념의 진홍빛은 더 선명해졌다 그대가 보낸 마지막 편지에끝내 답장을 못했다 노란 은행잎을 밟으며 걷던가을을 따라 먹먹한 안부를 기다린다 세월에 기대어 곰 삭인가슴이 저려지면 답장을 쓰리라 [산행 일시] 2024년 11월 10일[산행 경로] 옛골 - 이수봉 - 옛골(7km)[산행 시간] 2시간 30분 2024. 11. 11. 차요태 장아찌 이름도 생소한 차요태는 멕시코등 중남미가 원산지이지만, 동남아에서 즐겨 먹는 채소의 하나로 비타민씨, 엽산, 마그네슘 등이 풍부하고 칼륨이 많이 함유되어 있다. 육질이 사각사각해서 샐러드, 볶음, 절임 등으로 이용된다. 생김이 부처손을 닮았다 해서 '불수과'라는 별칭을 갖고 있다. 모과를 닮기도 했지만, 과육은 박과 오이를 섞어 놓은 듯한 식감이다. 향은 박과 비슷해서 별 특징이 없다. 속에는 박 씨 모양을 가진 씨앗이 하나 들어 있다. 국내에서도 재배하는 농가가 늘어나면서 구입하는데 별 애로가 없으며, 가격도 그리 비싼 편은 아니다. 차요태를 이용해서 장아찌를 담아본다. [재료] 차요태 : 9개 청양고추 : 9개 물 : 1,200ml(4) 간장 .. 2024. 11. 6. 오봉산, 청평사 가을 산에는 초록이 지쳐 단풍 드는데, 초록인 내 마음은 가을산에 들어도 단풍 들 준비가 모자란다. 소양강 댐에서 배를 타고 청평사를 두어 번 다녀온 적 있지만, 오봉산 산행은 처음이다. 배후령 고개에서 오봉 중 제1봉에 오르는 길이 조금 가파르긴 해도 길지 않아서 단숨에 오를 수 있다. 능선을 따라 2봉을 향해가는 길에서 좌우로 펼쳐지는 풍경이 환상적이다. 골짜기마다 안개가 자욱이 내려앉아 있고, 소양강 댐에도 뽀얀 물안개로 뒤덮여있다. 순간 신선에게 초대를 받은 착각이 든다. 그리 높지 않은 산인데도 이렇게 물안개로 둘러싸이는 이유는 소양강 댐이 한몫을 했을 게다. 2봉에서 5봉에 이르는 길이 그리 힘들지는 않지만 바윗 길이 있어서 다소 난도가 있는 편이다. 그리 길지 않은 능선 길이지만 안개에 싸이.. 2024. 11. 4. 달팽이 이정표 없는 길을서리 내리기 전에 닿을 수 있을까그렇지만 서두르는 법을 배우지 못했으니조용히 제 갈 길을 간다 천천히 가면 세상이 넓어진다는 것을너를 통해서 깨닫는다굳이 서두르지 않아도서리 맞은 감홍시가 더 달다는 사실을 이제야 깨우쳤으니 철 좀 들라나 2024. 10. 29. 안산 둘레길 녹록지 않은 삶에도 긍정의 향기는 있다. 쳇바퀴를 닮은 도시인의 삶에서 숲은 긍정의 에너지다. 선배님의 발자국이 길이 되고,나의 등짝은 후배들의 이정표가 되는 동문들과 함께하는 숲길은 의젓하고 믿음직한 웃음으로 가득 찬다.오랜만에 만나도 엊그제 만난 것 같고,뜸한 안부에도 생경스럽지 않아서 좋다. 따분하고 삶이 퇴색되거든 숲에 들자.굳이 등산이라 말하지 말고 자연스럽게 숲에 들자.그곳에서 나도 모르게 놓친 의미를 찾고,시들어버린 세포를 일으켜 에너지를 채우자. [산행 일시] 2024년 10월 26일[산행 경로] 독립문역 - 둘레길 - 독립문 - 영천시장(9km)[산행 시간] 3시간 2024. 10. 27. 추일서정秋日抒情 秋日抒情 어디론가 떠나겠지길의 끝을 알 수는 없지만가지 않고 배길 수 있겠어. 가야만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뭉그적거리는 것은아쉬움이 많기 때문이야. 은행잎이 노랗게 물들고건듯 부는 바람에도안절부절못하고 떠는 것을 보니한꺼번에 와락 쏟아지려나 봐. 봄에 연둣빛 싹을 올려한 여름 뙤약볕을 견디고태풍을 두르고 가끔은 천둥과 번개도 담았거늘이제는모든 것을 내려 놓아야 한다. 탐욕도 시절 탓이다시간이 흐르고 공간이 바뀌면의미가 없다는 것을 왜 몰랐을까.과한 욕심으로 추하게 나이 들지 않도록 헤아려야겠다. 그럴 수 있다면속절없이 떨어지는 노란 은행 이파리들을 보면서한 두 개쯤 주워 행복을 담아보는 것도 괜찮겠다. 가을에는떠나는 가을을 아쉬워하기보다는내가 가을을 따라갈 수 있는 여유를 갖고 싶다.작은 여유에 탐욕도 가.. 2024. 10. 21. 현건(玄建) 선생의 추원재(追遠齋) 청도지역 서원•재실•고택 탐방(118) - 청도신문(2024년 5월 22일 게재)중훈대부 예빈시 별좌(中訓大夫禮賓寺別坐) 현건(玄健) 선생의 추원재(追遠齋) 행전(杏田) 박영환(朴永桓)前 청도문인협회장, 前 교장 청도군 이서면 수야3리 덕령(德嶺)마을에 자리잡고 있는 추원재(追遠齋)를 찾았다. 이곳의 배향 인물은 만송 현건(晩松 玄健) 선생으로 본관은 연주(延州)이다. 시조는 고려 대장군(大將軍) 문하시랑평장사(門下侍郞平章事) 연산군(延山君) 담윤(覃胤)이다. 고려 명종 때 서경유수(西京留守) 조위총(趙位寵)의 반란을 진압했으며 시호는 경헌(景憲)이다. 아들 덕수(德秀)도 아버지를 따라 위총을 격파하는데 공을 세웠으며 병부상서(兵部尙書) 성산부원군(星山府院君)이 되었다. 정헌대부우참찬(正憲大夫右參贊) .. 2024. 10. 18. 아픈 손가락 잠시 날개를 접는다. 며칠 전 설악 용아에서 앞선 사람의 뒷걸음질에 손가락이 밟혀 골절을 당하여 핀으로 고정하는 수술을 했다. 가을 시즌에 산행과 마라톤이 계획되어 있어서 스케줄이 빠듯하지만, 자연이 잠시 쉬어 가라는 처방을 내려 무릎을 꿇고 겸허히 받아들인다. 왼쪽 네 번째 손가락은 아픈 손가락이다. 초등학교 저학년 초 봄에, 소 꼴을 베려고 풀을 잡고 낫으로 베었는데 잘리지 않고 뿌리째 뽑혀서 달려 올라왔다. 흙이 붙어 있는 뿌리만 추려내려 낫으로 치다가 왼쪽 네 번째 손가락 두 번째 마디를 내리쳤다. 처음에는 피도 나지 않고 뼈가 허옇게 보였다. 엄청난 통증을 견뎌내며 쑥으로 지혈을 하고 집에 왔는데, 아버지께서는 병원 갈 생각은 않고 담배가루를 붙이고 헝겊으로 싸매 주셨다. 병원 가는 길도 만만치.. 2024. 10. 16. 설악산 천불동 계곡 오리온 별자리는 달포 전부터 벼르고 있었다그런 연유였을까가을 설악 별빛은더욱 단단하게 빛났다 사실 선녀가 온다는 기별은 없었다어젯밤 꿈에 구름을 타고 왔을 때만 해도 꿈속인지 헤매다가 애써 외면했다. 구름 걷히는 능선을 따라이미 가을은 채색되고 있었다선녀는 겸연쩍은 붓을 슬쩍 숨기며 향기 짙은 골짜기에 자애로운 미소를 흘린다 폭포는 청춘을 닮은 뱀처럼감정을 추스르지 못하고 쏟아지고 있었다그렇게 가을은 이미 깊숙이 들어와 있었고어느 틈엔가 떠날 채비를 하고 있었다 가을이야 오던 가던칭얼거리지 않기로 했다나도 모르게 내 가슴엔 그의 향기가 쌓이고 있었다가을은 처음부터 그런 것이었다쓰러진 참나무 등걸에 오종종 붙어 있던 표고버섯처럼 향기를 진하게 품되 함부로 내뱉지는 않기로 했다 별이 쓰러지는 설악에서나는 변.. 2024. 10. 12. 설악산 천불동 계곡 가끔 마음의 시선이 두리번거릴 때마다 산에 오른다. 언제 올라도 텃세를 부리지 않지만, 겸손하지 못하거나 경거망동할 때는 따끔한 일침을 내놓는다. 전날 내린 비로 한계령 휴게소에서 끝청 오르는 새벽 길이 습하고 미끄럽다. 친구가 내리막 계단 길에서 발을 삐끗했다. 또 다른 친구는 너덜지대에서 넘어져 갈비뼈에 금이 가지 않았을지 의심이 간다.자연이 허락하지 않아 하는 수없이 당초 계획했던 공룡능선 산행을 포기하고 천불동 계곡으로 하산했다.포기할 줄 아는 지혜를 배우는 것도 산행의 이유이며 목적이다.힘든 산행이었지만 무사히 마무리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자연이 허락하지 않으면 인간의 욕망도 그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을 새삼 되새긴다. [산행 일시] 2024년 10월 9일[산행 경로] 한계령대피소 - 한계령 .. 2024. 10. 10. 이전 1 2 3 4 ··· 120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