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 行 (578) 썸네일형 리스트형 예봉산 이 삼 년 전쯤 예봉산 정상에 산봉우리 크기 만한 하얀 축구공이 하나 걸렸다. 레이더 기지 아닐까. 국방용 아니면 기상 관측용이겠지 짐작하면서 한 번 은 가봐야 한다는 사명감이 생겼다. 예전에 없던 물건이니 예를 갖춰 상봉하고 앞으로 친하게 지낼 것을 약속해야겠다. 습한 일기에 가파른 예봉산을 오르는 일은 여전히 힘들다. 등로에는 산행하는 사람들도 많지 않다. 날씨 탓이려니 생각하면서 쉬엄쉬엄 오르는 산 길에 노란 원추리 꽃이 반갑게 맞는다. 그리 많이 피어 있지 않아서 더 반갑다. 예봉산 정상을 반쯤 잘라내어 자리 잡은 축구공은 기상청 레이더 관측소이다. 인간은 저 살자고 자연을 빌어서 살아간다. 조금만 기대고 살아가면 별 무리가 없겠지만 석탄이나 석유를 비롯하여 갖가지 광산물들을 캐내어 빻고 태워서 .. 방태산 [꽃과 단풍] 꽃이 피면 시들어 가지만 그것은 새로운 생명을 잉태하는 과정이다. 단풍도 아름답기는 하지만 그것은 생을 마감하는 마지막 변태 과정이다. 방태산의 여름 꽃들이 지천으로 피고 지고 치열한 삶의 매무새를 여며간다. 피는 꽃은 아름답지만 지는 꽃은 왠지 초리 하게 느껴진다. 그렇지만 두려움이나 동정은 필요치 않다. 그의 가슴에는 소중한 생명이 자라고 있으니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오래전 이 계절에 방태산을 다녀온 기억이 있다. 흐릿한 기억 속에 가파른 산세에 힘들었던 기억만 아스라이 남아있다. 그래서 이런저런 핑계로 방태산과의 인연을 피했던 사실을 고백한다. 하지만 인생의 행로가 제맘대로 되는 일이 있던가. 전 날 아침가리골 계곡 트레킹을 예약했었는데 산악회에서 성원이 되지 않아 부득이 방태산으.. 남한산성 [時論 - 월북 공작사건] 남한산성 길을 걸을 때마다 역사에 대한 사명감이랄까 아니면 소명의식 같은 것이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잠잠히 채워진다. 남한산성은 조선 인조 때 치욕의 역사를 경험했을 뿐만 아니라 자잘한 상처들을 간직한 채 버텨왔던 그리 자랑스럽지 못한 역사의 기록들을 더 많이 채워왔으니 성곽길을 걷는 後人의 마음가짐이 매번 별다르게 느껴진다. 최근 명예롭지 못한 일로 나라가 연일 시끄럽다. 이 일은 어떻게 새길지 사뭇 궁금하다. 2020년 9월 어업지도선에서 근무하던 공무원 이대준 씨가 연평도 해상 인근에서 실종되어 해류를 따라 24시간 이상 표류하다가 북한 근해로 흘러들어 갔고, 이를 발견한 북한군은 이대준 씨가 남한의 공무원 신분임을 밝혔는데도 AK소총으로 사살하고 그가 타고 있던 부유물과.. 지리산(14) 아! 지리산. 장쾌한 산맥의 설렘을 느껴본지가 얼마만인가. 족히 오 년은 된 듯하다. 처음 산을 다녀야겠다고 마음을 먹은 것도 지리산을 오르기 위함이었다. 그로부터 십 수년을 연례행사처럼 종주 길을 다녔었는데, 시절 따라 마음이 흔들리고 방황이 길어져 이제야 정신을 차리고 다시 뵙는구나. 산은 변함없이 눈도 꿈쩍 않고 덤덤하게 제 자리를 지키고 있다. 때로는 꺾이기도 하겠지만 흔들림 없이 자라고 있는 나무와 철 따라 피고 지며 향기를 내놓는 꽃들을 만나니 더욱 반갑다. 제 철을 만난 산새들은 쉼 없이 재잘대며 텃세를 부린다. 지리산의 새벽 공기는 콧속을 뻥 뚫고 가슴으로 훅 들어오는 신선함이 세파에 찌든 갈증을 씻어준다. 노고단에 올라 새벽 별빛을 따라 지리의 능선을 쉼 없이 앞만 보고 걷는다. 보이지 .. 북악산 국가의 중심지로서 역할을 해오던 청와대는 이제 역사의 흔적을 남긴 채 유적지로서 그 역할을 바꾸게 되었다. 대통령 집무실을 옮기는 역사를 두고 반대하는 측과 찬성하는 측의 여론이 연일 들끊는다. 대통령 집무실이든 아니든 관계없이 공간은 그 쓰임에 따라 역사를 바꾸게 마련이다. 다만 그 시점이 옳으나 그르냐의 다툼만 있을 뿐이다. 이에 대하여 나는 별다르게 의견을 게진 할 생각이 없다. 대통령 집무실을 옮기게 되는 일은 여러 원인이 작용할 수 있겠지만 옮기든 그렇지 않든 그것은 역사의 선택일 뿐이다. 잘잘못은 후일에 평가할 일이니 가타부타 핏대를 세워가며 반대하거나 찬성할 생각이 없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집무실을 옮기겠다 하면 옮기는 것이다. 후일 역사는 아마 청와대 터의 기운이 다했으니 그런 선.. 삼각산 초운길 [으아리 꽃] 흔히 만나는 꽃일지라도 산길에서 만나면 더욱 정겹다. 산길에서 자주 만나는 꽃들은 으레 껏 그러려니 흘려 지나기 일쑤지만 꽃을 볼 때마다 또 하나의 작은 우주를 만나는 기쁨은 소소한 행복이다. 삼각산 비봉능선길에서 만난 으아리 꽃은 이름이 생경스럽기는 하지만 가느다란 연녹색 줄기에 하얀 꽃잎을 달고 바람에 하늘거리다가 마주치면, 수줍은 버선발을 사뿐히 들고 뒷걸음질 치는 그의 모습에 나는 발걸음을 뚝 멈추고 '으아' 하고 작은 탄성을 짓고는 땀을 훔친다. 소나무 그늘 밑에 하얀 꽃잎을 가지런히 배열하고 산객을 기다리는 마음이 곱다 못해 애처로운 마음이 든다. 예전 시골집 대청마루에 할머니께서 하얀 모시적삼을 곱게 차려입으시고 손부채를 들고 더위를 살랑살랑 부쳐대던 모습이 떠오른다. 어찌하여.. 청계산 가끔 길을 잃을 때가 있다. 길을 잃으면 허둥대거나 두려워말고 그 자리에 가만히 서서 지나온 길을 되짚어 보는 것이 지혜로운 선택이다. 인생도 그렇다. 길이기 때문이다. [산행 일시] 2022년 5월 22일 [산행 경로] 옛골 - 이수봉 - 매봉 - 원터골(9.9km) [산행 시간] 3시간 30분 계양산 북한산에 올라 서해 바다 방향으로 눈길을 돌리면 한강 물길을 따라 바다로 내달리다 쉬 내주지 않겠다며 자존심 하나 우뚝 솟아 있다. 눈길이 멈추는 산 정상에는 통신탑이 뾰족이 하늘을 향해 있어 흔들리지 않겠다는 사인을 보낸다. 지척에 두고도 가 보지 못했던 계양산은 바다를 가까이 두고 있어 주변에 걸림이 없고 천지사방에 홀로 우뚝 서 있는 인천의 진산이다. 해발 고도는 그리 높지 않으나 들머리 바닥이 해수면과 비슷해서 생각보다 가파르고 높게 느껴진다. 산세의 품새가 수려하거나 자랑할 만하지는 않지만 인천의 자존심을 꼿꼿이 품고 있어 결코 쉽게 다가감을 허락지 않는다. 가파른 만큼 계단길이 많아서 단 걸음에 정상까지 오르기는 쉽지 않다. 쉬엄쉬엄 인천을 생각하면서 올라가라는 요구 일 것이다. 휴일을 맞아 .. 이전 1 ··· 12 13 14 15 16 17 18 ··· 7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