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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름다운 동행
山 行

예봉산

by 桃溪도계 2022. 7.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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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삼 년 전쯤 예봉산 정상에 산봉우리 크기 만한 하얀 축구공이 하나 걸렸다.

레이더 기지 아닐까. 국방용 아니면 기상 관측용이겠지 짐작하면서 한 번 은 가봐야 한다는 사명감이 생겼다.

예전에 없던 물건이니 예를 갖춰 상봉하고 앞으로 친하게 지낼 것을 약속해야겠다.

 

습한 일기에 가파른 예봉산을 오르는 일은 여전히 힘들다.

등로에는 산행하는 사람들도 많지 않다. 날씨 탓이려니 생각하면서 쉬엄쉬엄 오르는 산 길에 노란 원추리 꽃이 반갑게 맞는다. 그리 많이 피어 있지 않아서 더 반갑다. 

 

예봉산 정상을 반쯤 잘라내어 자리 잡은 축구공은 기상청 레이더 관측소이다. 인간은 저 살자고 자연을 빌어서 살아간다. 조금만 기대고 살아가면 별 무리가 없겠지만 석탄이나 석유를 비롯하여 갖가지 광산물들을 캐내어 빻고 태워서 재를 만든다. 

자연을 파괴해서 돈을 만들고 생존의 수단으로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의 삶이 과연 옳은 일인가. 땅속에 있는 보물들을 몽땅 캐내고 나면 지구는 껍데기만 남을 텐데 그렇게 해도 인간은 무탈하게 생존할 수 있는가. 아니면 지구가 제공해주는 에너지를 모두 소진하고 나면 인간도 이 우주를 떠나야 하는 숙명인가.

 

하산 길 역시 가파르다. 생각보다 길게 이어지는 하산길은 다소 지루함을 느끼게 한다. 아마 급한 경사를 오르느라 지친 마음이 하산 길을 졸졸 따라오니 예봉산을 오르는 사람들에게는 숙명일 테야. 땀을 흠씬 쏟아내며 예봉산 급경사를 오르는 일은 그리 잦지는 않을 것이다. 안부가 궁금하면 짬 내어 가끔 한 번 씩 들리겠노라 다짐한다.

 

인간이 세상에 태어나 자연에 기대어 살다가 죽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은 아니지만 오늘처럼 산 길을 걸으며 흔적 없는 족적을 남기는 일 또한 운명 같은 인연이겠지. 

 

 

 

[산행 일시] 2022년 7월 16일

[산행 경로] 팔당역 - 기상청 레이더 관측소 사무실 - 예봉산 - 율리봉 - 운길산역(9km)

[산행시간] 4시간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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