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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름다운 동행
山 行

남한산성

by 桃溪도계 2022. 6.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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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時論 - 월북 공작사건]

 

남한산성 길을 걸을 때마다 역사에 대한 사명감이랄까 아니면 소명의식 같은 것이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잠잠히 채워진다. 남한산성은 조선 인조 때 치욕의 역사를 경험했을 뿐만 아니라 자잘한 상처들을 간직한 채 버텨왔던 그리 자랑스럽지 못한 역사의 기록들을 더 많이 채워왔으니 성곽길을 걷는 後人의 마음가짐이 매번 별다르게 느껴진다. 최근 명예롭지 못한 일로 나라가 연일 시끄럽다. 이 일은 어떻게 새길지 사뭇 궁금하다.

 

2020년 9월 어업지도선에서 근무하던 공무원 이대준 씨가 연평도 해상 인근에서 실종되어 해류를 따라 24시간 이상 표류하다가 북한 근해로 흘러들어 갔고, 이를 발견한 북한군은 이대준 씨가 남한의 공무원 신분임을 밝혔는데도 AK소총으로 사살하고 그가 타고 있던 부유물과 함께 시신을 건져내지도 않고 기름을 부어 불태워 버린 사건이 재조명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 당시 이 사건을 담당했던 국방부 및 해양경찰에서는 이대준 씨가 자진 월북했다는 결론으로 사건을 덮었고 유가족 측은 정부의 발표를 인정할 수 없다며 정보공개를 요구하였으나  계속 묵살되었다. 이에 유가족 측은 청와대를 상대로 정보공개 요구 재판을 신청하여 1심에서 일부 정보를 공개하라는 판결이 났음에도 불구하고 청와대는 공개하기를 꺼려 2심에 항소하여 시간을 끌다가 종국에는 본 사건의 기록을 대통령기록물로 분류하여 문재인 대통령 퇴진과 함께 15년 동안 봉인해 버렸다. 

 

이 사건을 두고 여야의 공방이 뜨겁다. 현재 유가족 측과 여당인 국민의 힘에서는 정보를 공개하라고 요구하고 있는데, 야당인 민주당에서는 공개할 수 없다고 버티고 있다. 대통령 기록물을 공개할 수 있는 방법은 국회의원 2/3 이상 찬성으로 가능한데 다수당인 야당에서 정보공개를 하지 않겠다고 별별 트집을 잡으며 악다구니를 쓰고 있으니 아마 국회의 절차에 따른 정보공개는 쉽지 않을 것이다. 다른 한 가지 방법은 대통령실에서 2심 항소를 취하하게 되면 1심 결과에 따라 공개해야 된다. 최근 윤석열 정부에서는 유가족의 요구를 수용하여 2심 항소를 취하하였다. 이에 고등법원 담당 판사의 결정에 따라 정보를 개봉하여야 하지만 법원의 결정이 어떻게 매듭지어질지는 잘 모르겠다.

 

유가족 측은 절대 월북을 인정할 수 없다 하는데 당시 여당이었던 민주당은 월북이라 단정하여 국민의 목숨을 버렸다. 국가의 존재 의미가 국민의 생명과 국토를 지키는 데 있는데 이렇게 제대로 된 해명도 없이 국민의 인권을 유린했으니 마땅히 중대한 책임이 있다. 

 

어떻게 월북이라 단정 하느냐의 문제가 분명치 않은 가운데 본 사건을 지켜보면서 가슴이 서늘해진다. 권력자는 자신의 정치적 목적과 이념의 무장을 위해서 무고한 공무원의 안타까운 죽음을 월북이라 매도하는 현실을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마침 정권이 바뀌어서 이 문제에 대한 새로운 논쟁이 되고 있는 가운데 국방부와 해양경찰에서는 2 년 전과는 다른 입장을 내놓고 있다. 즉, 월북했다고 단정 지을 만한 증거가 확실치 않다는 것이다. 이제 이 사건은 정치적인 쟁점으로 변했다. 

 

필자의 견해는 간단하다. 이렇게 논쟁이 격해지면 민주당에서는 자신들 주장의 당위성을 증명하기 위해서라도 국회에서 정보공개를 결의하면 된다. 이 상황에서 정보공개를 꺼린다는 것은 민주당에 문제점이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이렇든 저렇든 국민의 생명이 적군에 의해 사살되고 훼손되었는데 정부는 당연히 모든 사실을 국민들에게 공개하고 시시비비를 가려야 함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자신들 이권의 재물로 이용한다는 것은 정상적인 국가라고 볼 수 없다. 

 

과연 이 사건은 월북 공작사건인가. 만약 그렇다면 왜 무고한 공무원의 죽음을 월북으로 매도했을까. 북한은 남한에서 떠밀려온 공무원의 신분을 제대로 밝혀보지도 않고 왜 죽였을까. 그들 말대로 코로나가 무서워서 그렇게 했을까. 월북으로 매도한 정권은 자신들이 얻는 이익은 뭐였을까. 이 사건의 총책임자는 누구인가. 시간이 모든 진실을 밝혀 줄 것임을 믿는다. 단순 추락사고였다면 그냥 추락사고로 추정하여 사건을 마무리할 수도 있었는데 굳이 월북이라는 올가미를 씌워서 유가족들의 가슴에 못질을 할까. 단 하나의 단서가 남아있다. 공무원 이대준 씨가 북한군에 의해 발견되었을 당시 청와대 안보실에서는 이 사실을 인지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 측에 우리나라 공무원의 생명을 지켜 달라는 일체의 요구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 사이 북한군은 이대준 씨를 사살하였고 청와대는 마땅한 구실이 없어서 월북하였다고 단정한 것은 아닐까.

 

권력에 의해 제조된 그릇된 역사 기록에서도 역사는 진실된 흔적 하나 정도는 남긴다. 남한산성에도 수많은 역사가 켜켜이 쌓여있을 것이다. 그중에는 억울한 사건의 단서들도 성곽 벽 돌 틈에 움츠리고 있을 텐데 그들은 왜 입을 다물고 있을까. 역사는 분명 미래의 기록은 아니다. 지난 기록일지라도 진실이 아니면 진실이 아니라고 기록할 것임이 분명하다. 월북 공작 사건의 진실은 무엇일까. 진실을 덮으려는 측의 목소리에 쇳소리가 난다. 

 

 

[산행 일시] 2022년 6월 18일

[산행 경로] 하남 광암정수장 - 금암산 - 연주봉 옹성 암문 - 서문 - 남문(8.5km)

[산행 시간] 3시간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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