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1457) 썸네일형 리스트형 진관사 [심술과 행복] 대웅전 앞마당 화분에 연꽃이 피었다. 연못이 아닌 열악한 환경에서 꽃을 피우고 연밥을 맺어 짠한 감성을 묻어낸다. 누군가 연밥을 파내어 해코지를 했다. 배가 고파서 한 저지레는 아닐 것이다. 단순 호기심에서 한 행동도 아닐 것이다. 먹을 것도 없는 연밥 몇 개를 먹겠다고 후벼 팠으니 쓰리다. 연밥도 아프고 나도 아프다. 정작 연밥을 후벼 판 그는 아프지 않을 것이다. 그는 이렇게 심술을 부려야 행복을 느끼는 사람일 것이다. 내내 행복하기를 빈다. * 진관사는 서울시 은평구 북한산 자락에 위치하며 고려 현종이 진관 대사를 위하여 창건한 고찰이다. 여러 차례에 걸쳐 중수하였으며 현재의 대웅전 등 다수의 건물은 6.25 전쟁 때 소실되어 재건한 건물이다. 진관사의 수륙재는 2013년 국가무형문.. 서오릉 [미관말직 능참봉] 능참봉은 능을 지키는 능지기로서 오늘날의 문화재청 9급 공무원 정도의 직급이다. 최하위 직급이지만 선대 임금의 왕릉을 지킨다는 점에서 얕볼 수 없는 직책이었다. 능참봉은 왕릉뿐만 아니라 왕릉에 달린 토지 및 주변의 나무를 비롯하여 전체적인 관리를 맡는다. 제사를 주관하고 왕이 능 행차 시에 다과를 준비하고 마중을 나가기도 한다. 그런 면에서 궁전과의 직접 관리 라인이므로 미관말직이지만 함부로 무시할 수도 없는 관직이다. 칠십에 능참봉 한다. 늦은 나이에 벼슬을 얻었지만 효심이 깊은 임금의 경우에는 수시로 능을 찾기 때문에 쉴 틈이 없이 바빴다. 겨우 말직 벼슬을 얻었는데 공무가 바빠 몸이 고단하게 되었음을 빗댄 말이다. 조선시대의 왕릉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조선 왕 27.. 아차산 [산을 닮고 싶다] 긴 장마가 이어지는 가운데 중부지방에는 기상관측 이래로 최고의 폭우가 쏟아져 상처가 깊다. 슬기롭게 견뎌내야 할 몫이지만 쉽지는 않겠다. 우중에 비를 피해 오른 아차 산정은 바람이 시원하게 불고 사방팔방 탁 트인 시야가 장마에 눅눅했던 가슴을 늘어 말리기에 딱 좋다. 황톳물로 가득 채워진 한강은 황룡이 용틀임하듯 꿈틀거리고, 키재기 하듯 아웅다웅 다투는 도심의 빌딩들은 감당하지 못할 폭우에도 아무 일 없는 듯 무심하게 서 있다. 삼국시대부터 전투의 요충지였던 아차산성 길을 걸으면서 인간들이 영역다툼에 목숨을 걸었던 역사를 되내어 본다. 며칠 전 막내아들과 사소한 다툼을 하면서 상한 자존심을 극복할 방법을 찾지 못해 속상했다. 아내는 아버지가 참으라고 거드는데 참는 게 쉽지는 않다. 아.. 삼각산 홍시길 [매미야 울어라] 매미 우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무더운 날씨를 피해 잠시 숨 고르기를 하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생존 조건이 여의치 않아 생태계의 축이 무너지고 있는 것일까. 귀찮게만 들리던 매미소리가 뚝 끊기니 살짝 두려운 마음이 든다. 부디 잠시 쉬었다가 다시 요란하게 나타나기를 바랄 뿐이다. 무더운 날씨에 습도가 높아 산행을 하기에는 최악의 조건이다. 산등성이에 올라도 바람 한 점 없어 땀으로 흠뻑 젖는다. 매미라도 울어대면 바람이려니 생각하여 잠시 환기라도 될 텐데 기척이 없다. 풀벌레 소리도 숨을 죽이고 있는 산에는 산객들의 발자국 소리마저 습한 공기에 묻힌다. 비가 잦아 계곡을 넘실대는 힘찬 물소리만이 산이 살아있음을 강변한다. 습하고 무더운 여름이 식어가면 매미는 다시 울어댈 것이다. 그.. 영국 기행(8 일차) - 일상으로의 복귀 [일상으로의 복귀] 설렘과 들뜬 마음에 잠시 흐트러졌던 마음의 조각들을 다시 정리해야 할 시간이다. 1 갑자를 살면서 이렇게 오랫동안 여행이라는 카테고리에 갇혀 본 적이 없다. 기껏해야 3박 4일 정도의 시간을 휴가라는 명분을 빌어 일상의 쉼표를 찍었던 적은 있다. 그럴 때에도 오롯이 나 자신을 위하여 휴식을 취하기보다는 집안일이나 기타 잡일을 겸해서 휴가라는 공간을 채웠었다. [입국 수속 및 방역 검진] 한국으로 돌아오는 길도 쉽지는 않다. 한국 입국 시간을 기준으로 24시간 이내에 코로나 바이러스 검진 결과 이상 없음을 증명하여야 한다. 다행히 히드로 공항에 검진 서비스가 오픈되어 있어서 절차가 까다롭지는 않았다. 비행기 수속 시간보다 1시간 정도 미리 가서 검사를 받았다. 30분 정도 경과되니까 음.. 영국 기행(7 일차) - 웨스트민스터 사원 [웨스트민스터 사원] 13세기에 세원진 성공회 대성당. 세계적인 명망을 얻었으니 어설픈 설명은 사족이 될 터이니 삼간다. 이해가 힘든 점이 있다면 사원 안에 무덤을 두고 영혼을 기린다는 점이다. 아무리 이해하려고 해도 받아들여지지가 않는다. 동양적인 사고에 함몰된 나의 편견 일수도 있겠지만 굳이 편견을 깨고 싶지도 않다. 그냥 보이는 대로 이해하려 해도 힘들다. [일 시] 2022년 8월 3일 영국 기행(7 일차) - 뮤지컬 맘마미아 [뮤지컬 맘마미아] 한국에서도 장기간 공연하는 명작 뮤지컬 맘마미아. 그동안 한 번쯤은 보고 싶었는데 기회를 만들지 못하다가 본토에서 관람하게 되니 감회가 남다르다. 대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니 답답하기는 하지만 눈치껏 스토리를 이해하면서 신나는 음악에 몸을 들썩인다. 유쾌한 뮤지컬이다. 달리 설명이 필요없다. 궁금하면 보고 느껴야 한다. 멋진 공연이었다. [일 시] 2022년 8월 3일 영국 기행(7 일차) - 대영박물관 [대영박물관] 박물관을 관람할 때마다 꼼꼼하게 제대로 관람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세계 3대 박물관이라는 대영박물관을 관람할 때도 나의 관람 태도나 방법은 다르지 않다. 대충 건성건성 훑어보고는 대강의 느낌만으로 만족하는 정도다. 역사가나 고고학자들이 관람하는 방법과는 차이가 있을 게 분명하지만 박물관 관람 기회가 있을 때마다 그냥 지나치지는 못한다. 나의 관람 태도는 일반 사람과 별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안도감이 있다. 대영박물관에 있는 이집트, 그리스 전시실에는 신전의 벽에 있던 부조품들을 뜯어와서 제 것인 양 진열하고 있다. 정작 그리스의 신전에는 껍데기만 덩그러니 남아서 역사의 기억을 재현하려 애쓰고 있을 텐데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고민이 많다. 문화재를 강탈한 영국 사람들이 아무 죄책 감 .. 이전 1 ··· 31 32 33 34 35 36 37 ··· 18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