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記 行

영국 기행(8 일차) - 일상으로의 복귀

by 桃溪도계 2022. 8.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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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으로의 복귀]

 

설렘과 들뜬 마음에 잠시 흐트러졌던 마음의 조각들을 다시 정리해야 할 시간이다. 1 갑자를 살면서 이렇게 오랫동안 여행이라는 카테고리에 갇혀 본 적이 없다. 기껏해야 3박 4일 정도의 시간을 휴가라는 명분을 빌어 일상의 쉼표를 찍었던 적은 있다. 그럴 때에도 오롯이 나 자신을 위하여  휴식을 취하기보다는 집안일이나 기타 잡일을 겸해서 휴가라는 공간을 채웠었다.

 

[입국 수속 및 방역 검진]

한국으로 돌아오는 길도 쉽지는 않다. 한국 입국 시간을 기준으로 24시간 이내에 코로나 바이러스 검진 결과 이상 없음을 증명하여야 한다. 다행히 히드로 공항에 검진 서비스가 오픈되어 있어서 절차가 까다롭지는 않았다. 비행기 수속 시간보다 1시간 정도 미리 가서 검사를 받았다. 30분 정도 경과되니까 음성 판정 결과가 나왔다. 발권 및 수화물 수속 시에도 무증상 증명서를 요구한다. 따끈따끈한 음성 판정서를 내밀고 무사히 통과했다. 다행인 것은 딸이 8월 말에 귀국하는데 이삿짐을 줄일 요량으로 개인 당 23Kg짜리 수화물 2개(아내 포함)를 집에서 저울에 계량해서 준비해왔는데 착오 없이 통과되니까 시험에 합격한 것처럼 괜히 기분이 좋다. 

 

[출발]

현지 시각 8월 4일 15시 30분발 프랑스 드골 공항 행 비행기를 기다리는 두 시간 삼십 분 정도의 시간이 그리 지루하지는 않았다. 다만 티켓에 탑승구가 제시되지 않아서 당황스러웠다. 탑승시간 1 시간 전까지도 안내판에 탑승구가 게시되지 않아 안내 가이드를 찾아 통하지도 않는 언어로 도움을 요청하여 겨우 3a 탑승구를 확인받고 그쪽으로 가니 아무도 없고 문도 닫혀있었다. 자세하게 물어보고 싶어도 언어를 구사할 수 없으니 난감한 시간이 초를 다툰다. 그러는 사이 2시 40분이 되자  안내판에 드골공항 행 AF1781 비행기 탑승구 3a가 게시된다. 당연한 일인데 이렇게 감사하게 느껴지는 것은 순간의 당황함을 상쇄시키는 효과가 있어서 그럴 것이다. 15시 30분까지는 그런대로 견딜만했는데 탑승구 문이 열리지 않고 시간이 길어지니 초조해진다. 결국 정시보다 40분이 늦은 16시 10분에 비행기가 출발했다. 유럽 내에서 운항하는 비행기가 이렇게 지연되는 것이 당연한 듯 아무도 불평이 없다. 우리나라 시골에 있는 버스터미널의 버스도 시간이 이렇게 늦어지면 난리 나는 데 유럽 사람들은 심성이 착한 건지 아니면 느긋한 건지 참 신기하다.

 

[경유]

프랑스 드골 공항 17시 20분 도착. 프랑스 시간으로는 18시 20분이다. 영국과 프랑스 간의 시차가 1시간 이기 때문이다. 한국 시간으로는 8월 5일  01시 20분이니까 프랑스와 한국과는 7시간의 시차가 있다. 영국으로 입국할 때는 드골 공항에서 경유할 때 어리바리하게 왔다 갔다 하느라 경유 시간  2시간도 여유가 없었는데, 이번에는 눈대중도 있고 경유 시간도 3시간 20분이어서 느긋하게 맘껏 여유를 부릴 수 있었다. 아쉬웠던 점은 탑승구가 K39에서 아무 설명도 없이 K37로 바뀔 수 있다는 점이다. Air Farance 비행기 K37 탑승구 대기실에는 한국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한다. 70% 이상이 한국 사람이니까 이곳이 한국인가 싶어 안도감이 생긴다. 급하면 아무나 잡고 한국말로 여쭤보면 되니까 불안하고 두려운 외국에서 느껴보는  잠깐의 편안하고 안정된 공간이다. 

 

천리만리 떨어진 외국의 공항 탑승구 대기실에서 아는 사람을 만날 확률이 얼마나 될까. 더구나 십 년에 한 번 외국에 나갈까 말까 하는 여정에서 그런 일이 생긴다면 우연일까 필연일까. 세상 살면서 죄짓고는 못 산다는 말을 실감하는 일이 생겼다. 아내가 비즈니스 관계로 안면 있는 사람을 실제로 만났다. 현실 같지 않은 현실 앞에 적잖이 당황스럽지만 꿈같은 현실도 현실임을 부정할 수는 없는 일이다.

 

[도착]

그동안의 여정이 피곤했나 보다. 인천공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많이 졸았다. 졸았다기보다는 쿨쿨 잤다. 꽤 긴 시간이었지만 영국으로 갈 때보다는 훨씬 짧게 느껴졌다. 물론 비행시간도 2 시간 정도 짧다. 지구의 자전 방향 때문이라니까 지구가 돌고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게 느껴진다. 

 

한국 시간 8월 5일 16시 드디어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히드로 공항을 출발하여 17시간 걸렸다. 갈 때나 올 때나 17시간은 걸려야 영국이라는 나라를 오고 갈 수 있는 시간적인 공간을 극복해야 한다. 물론 직항이면 좀 더 수월하겠지만, 이렇게 먼 거리를 몇 시간 더 빨리 가거나 더 빨리 온다 해서 큰 의미가 있을까 싶기도 하다.

 

입국 수속하면서 핸드폰에 저장되었던 방역검사 결과 QR코드를 내밀었더니 인쇄물을 요구한다. 이럴 줄 알았으면 히드로 공항에서 음성 판정 결과를 프린트해달라 해서 가져왔으면 좋았을 텐데 살짝 아쉬웠다. 공항 임시 근무자들의 도움을 받아 검사 결과를 프린트해서 제출하고 무사히 입국 수속을 마쳤다. 8일간의 긴 낭인 생활에서 족쇄를 풀고 나니 안도감이 생기고 고향을 찾은 향기가 가슴으로 젖어든다. 공항 바깥에는 무덥고 후텁지근한 공기가 제일 먼저 반긴다. 그동안 잠시 떼어 놓았던 불편한 공기였지만 오래간만에 만나서인지 싫지는 않다. 오히려 함께 애정을 나눴던 공기여서 믿음직스럽다. 덥고 짜증 나는 마음과 믿음직한 마음과 복선의 경계에서 어느 편을 들까.

 

택시를 타는데 기사가 짐을 보더니 짐이 많아서 실을 수 없다고 투덜거린다. 공항 안내자가 실어보라고 권하니까 기사도 마지못해 싣는다. 다 들어간다. 해보지도 않고 살짝 짜증이 났나 보다. 기분이 썩 내키지는 않았지만 내색 않고 다시 찾은 한국의 입성을 스스로를 다독이며 무사히 집에 도착했다.

 

[일장춘몽]

이제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긴 시간의 공백을 메우려니 조금은 염려도 된다. 

그렇지만 별 일이야 있겠나. 내 인생 단 한 번도 보장받고 살았던 적이 없으니까 새로운 일상도 일단 부딪치면서 하나하나 해결하면 될 것이다. 긴 휴가를 위해 비용을 부담하고 시간을 내어 준 가족들에게 감사함을 전한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간단하게 여정을 풀고 곤하게 잠들었다. 새벽 두 시쯤 어느 공항인지는 분간이 되지 않지만 아내가 당황한 목소리로 다급하게 찾는다. 엉겁결에 어리둥절한 잠을 깨고 보니 세상은 고요하고 습도가 많은 공기와 열대야를 몰아내려고 애쓰는 선풍기가 혼자서 돌아간다. 아내는 꿈적도 하지 않고 조용히 잠들어 있다. 

 

잠시 정신을 차리고 보니 긴 꿈이었다. 너무 사실적이어서 꿈이라 믿기지 않는다. 오히려 이 긴 꿈을 꾸는 동안 잠에서 한 번도 깨지 않았다는 사실이 오히려 진짜 꿈같다. 인생 자체가 한낱 꿈인 것을 왜 우리는 늘 아등바등 살아가는지 모르겠다. 어차피 꿈일 바에는 오늘과 같은 행복한 꿈만 꾸면 좋겠다. 행복한 꿈을 꾸는 데에는 어떤 조건이 필요할까 곰곰이 생각해본다. 

 

인생은 일장춘몽이라 했다.

어차피 꾸는 꿈.

조건은 필요 없다.

행복한 꿈만 꾸기를 꿈속에서 기도한다.

 

[일    시] 2022년 8월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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