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아름다운 동행
수필집[파고만댕이의 여름]

별 헤는밤

by 桃溪도계 2007. 6. 12.
반응형

 

 별 헤는밤

 

  별을 마음에 담을 수는 있으나 헤아릴 수는 없다.

  

  별빛이 유난히 초롱거리던 여름밤, 딸아이가 평상에 누워 손가락으로 별을 헤고 있다. 하나, 둘, 셋.....,  딸아이는 팔이 아프도록 헤아려보지만 쉽지 않다. 처음부터 다시 헤아리기를 반복 한다. 별을 헤아리다가 지칠 즈음 "아버지 저 별들을 다 헤아릴 수 있어요" 라고 물어 왔다.

나는 엉겁결에 별은 마음으로 헤아리는 거라고 대답했다.

  

  별을 바라보면서 곰곰이 생각한다. 인간에게 있어서 별은 꿈과 미래를 함축적으로 의미하는 신기루이다. 나약한 인간이 도달할 수 없는 한계에 대한 막연한 동경의 대상이다.

  

  별은 인간에게 다양한 측면에서 이해되어 왔다. 별의 움직임을 관찰하여 길흉화복을 예지하는 점성술로 이용 되었는가 하면, 기상 정보를 예측하는 중요한 수단이 되기도 했다.

  

  역사가 시작된 이래로 수많은 사람들이 별을 헤아려 왔지만, 아무도 다 헤아리지 못했다.  하룻밤에 사라지는 별과 생성되는 별도 헤아릴 수 없는 인간의 초라함으로 우주 전체의 별을 다 헤아린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별은 인간이 헤아릴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별을 헤아린다는 것은 개구리 울음소리를 헤아리려고 덤비는 우매함이다.

  

  별똥별 서너 개 줄지어 떨어지는 꿈속으로 딸아이는 잠들어 있다. 딸아이는 꿈속에서 저 별들을 다 헤아리고 있을게다. 천진난만한 애들의 초롱초롱한 눈망울 속으로 들어오는 꿈이 묻어 있는 별은 하나다. 별을 헤아릴 필요가 없다는 것을 딸아이의 꿈속에서 발견한다. 하나를 헤아리는 바보는 없을 테니까.

  

  별의 숫자는 마음의 숫자와 동일하다. 마음이 둘인 사람은 별도 두개이고, 마음이 복잡하게 많은 사람은 별도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다. 그러니까 제 마음도 헤아릴 수 없는 사람은 영원히 별 헤기를 포기해야 한다.

  

  마음에만 담을 수 있는 별을 헤아리려면 마음을 비울 줄 알아야 한다. 마음을 비우는 순간, 은하수가 은하수만큼 존재하는 은하계가 보이고, 은하계가 은하계만큼 존재 하는 우주가 내 마음속으로 모두 들어와 하나가 된다.

 

 

728x90

'수필집[파고만댕이의 여름]'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고구마 도시락  (0) 2007.07.12
달맞이 꽃  (0) 2007.06.28
아내의 투병  (0) 2007.05.31
仙界의 하루  (0) 2007.05.26
아름다운 만남  (0) 2007.05.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