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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가리골 달력 한 장 바꾼다고 계절이 바뀌는 일은 없겠지만, 폭염이 덮친 8월의 달력을 빨리 넘기고 싶었다. 유난히 더운 여름을 피해 계곡 트레킹을 나선다. 폭염을 피한다고 아주 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잠시나마 더위 먹은 영혼을 달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다. 아침가리골 계곡을 십 수년 다녔지만 올해만큼 많은 인파가 몰린 경험은 처음이다. 더위에 내 몰린 사람들은 물 만난 수달처럼 자유로운 영혼을 계곡 물속으로 던진다. 계곡의 물은 그리 차지 않으며, 바닥에는 돌이끼가 끼어서 조금 미끄럽다. 수위가 높지 않아 계곡을 건너는 데는 불편하지 않다. 다만, 사람이 너무 많아 계곡 물이 깨끗하지 못한 점은 못내 아쉽다. 장년의 시간을 친구들과 함께 한다는 것은 아름다운 가치다. 학창 시절의 낭만을 공유할 ..
삼각산 의상능선 유난히 길고 힘들었던 장마 뒤끝이라 햇볕이 고맙기는 하지만, 습도가 높은 산 길은 한증막이다. 복 더위에는 산에 오르는 일을 가려야 하는데, 아랑곳하지 않고 가파르고 까다로운 의상능선 길을 택해 사립문을 열었으니 고생길을 자초한 셈이다. 몇 발자국 떼지 않았는데도 아랫도리까지 땀으로 흠뻑 젖는다. 쏟아낸 땀만큼 물을 보충해야 하는데, 물을 많이 준비하지 못해 불안한 산길이다. 북한산성 탐방센터에서 의상봉 능선 이정표를 따라 오백 미터쯤 올라왔을 때, 망태버섯 군락지를 만나는 행운을 얻었다. 망태버섯도 더위에 지쳤는지 치마가 축 처졌다. 일부 개체는 말라서 흔적을 지우고 있다. 지쳐가는 마음에 설렘을 얹었으니 잠시 견딜만하다. 행운의 부적 같은 망태버섯을 가슴에 새기고 가파른 등로를 따라 오르는 길에는 바..
세미원 장마 진 자리에 연꽃도 따라가고 연꽃 진 자리에 연탄을 닮은 연밥이 태양을 삼킨다. 욕망으로 가득 찬 마음을 어찌 씻어낼까 씻지는 못할망정 잠시 내려놓을 수만 있다면 두려움이 없겠다. 세미원을 떠올리는 순간부터 더 예쁜 연꽃을 만나리라는 욕심을 내었으니 애당초 마음 씻기는 걸렀다. 세미원에 연꽃 졌다고 아쉬워 마라 수련이 반겨주니 시간 낼 만하면 바람처럼 다녀 가더라도 조금은 씻어 낼 수 있을지도 몰라. [일 시] 2023년 7월 30일
삼각산 여행보다는 산이 낫다. 여행 다닐 때는 이런저런 불편함도 있고, 시간에 쫓겨 짜증 날 때도 있다. 또 어떤 때에는 길을 찾기가 쉽지 않아서 헤맬 때도 있다. 그런데 산에 들어오면 우선 공기가 맑고 마음이 편하다. 새소리와 계곡 물소리의 청량감이 체증을 내려가게 한다. 쫓기지 않아도 되고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 아무래도 나는 산이 좋다. [산행 일시] 2023년 7월 22일 [산행 경로] 북한산성 입구 - 북한동 - 노적사 - 청수동 암문 - 문수봉 - 삼천사 계곡 - 삼천사 - 삼청탐방지원센터 - 은평 한옥마을 - 하나고등학교(11km) [산행 시간] 6시간
일본 기행(5일차) - 오사카 성 오사카성은 그 명성이 자자해 성 자체에 대한 내용은 부연할 필요가 없겠다. 개인적인 감상을 한 마디로 말하면 실망이 크다. 천수각을 올라가는데 엘리베이터가 기다린다. 항상 멋지게만 보였던 천수각의 외관은 유럽의 성을 닮아 독특한 감상이다. 고풍스러운 외관과 달리 엘리베이터를 이용할 수 있도록 준비한 것은 옥에 티다. 이 건물은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지은 건물이 아니며, 도쿠가와 이에야쓰가 개축한 건물도 아닌, 2차 세계대전 때 완전 소실되어 철골을 이용하여 현대식 건물로 지었다는 것이다. 속 빈 강정에 엘리베이터로 채웠으니 겉모습은 그럴싸한데 씁스럼하다. 해자의 넓이가 웬만한 강 만하다. 난공불락의 요새라는 느낌이 든다. 그 외에도 성을 쌓은 밑돌의 규모가 상상 이상으로 큰 돌을 이용했는데, 저 큰 돌을 ..
일본 기행(4일차) - 고후쿠지(흥복사) 흥복사는 후지와라노 가마타리가 그의 아내 카카미노 오키미의 병환 회복을 기원하며 699년에 세웠다고 한다. 처음에 세운 곳은 교토였는데, 672년에 후지와라쿄로 이전하였다가 710년에 현재의 위치로 이전하였다고 한다. 금당을 중심으로 전각이 있었던 초석이 남아 있어 옛 영화를 짐작케 한다. 금당 건물은 새롭게 개축하여 불상을 모시고 있고, 동금당과 오 층 목탑은 일본의 국보로 지정되어 있다. 동금당 옆 국보관에는 국보급 불상과 공예품들이 전시되어 있다는데, 더운 날씨에 지쳐서 들리지 못한 점이 못내 아쉽다. [일 시] 2023년 7월 18일
일본 기행(4일차) - 가스가타이샤(春日大社) 동대사, 흥복사, 춘일대사가 나란히 나라시의 나라공원에 옹기종기 모여 있다. 춘일대사는 지금으로부터 1,300년 전 나라시에 도읍을 정하던 시기에 건립된 유서 깊은 신사다. 768년 쇼토쿠 천왕의 칙령에 의해 현재의 위치에 자리 잡았다고 한다. 춘일대사에는 3,000여 개의 등롱이 있어 신앙의 깊이를 말해준다. 그중에 석등의 갓에 파랗게 피어있는 이끼에는 영험한 기운이 느껴진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석등에 불을 켠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밤마다 이 많은 석등에 불을 켜면 장관일 것이다. 그 모습을 볼 수 있다면 또 하나의 자랑거리가 될 것이다. 일본의 신사에 대해서 깊은 지식이 없다. 신사를 들릴 기회가 있어도 대충 건승으로 보면서 소원지에 쓰인 해독 하지도 못하는 글을 스치듯 보는 게 전부다. 그런데 ..
일본 기행(4일차) - 동대사 나라시대인 743년에 지어졌다는 동대사는 세계 최대의 비로자나불이 모셔진 세계 최대의 목조건물이라 한다. 비로자나 청동불상의 높이가 15m라 하니 그 규모를 짐작할 만하다. 주목한 만한 내용은 비로자나 청동불은 백제인이, 본당인 다이부스덴(대홍전)은 신라인이 지었다는 설이 전해 내려오고 있어서 한국 사람들에게 은근 자부심을 심어준다. 이 엄청난 프로젝트를 진행하느라 260만 명이 동원되었으며, 청동대불을 건설하는데 나라시대의 청동을 거의 다 써버려서 경제가 파탄에 이르렀으며, 이 사건을 빌미로 나라시대도 저물어갔다 하니 역사의 아이러니다. 1180년에 건물이 소실되어 막부시대 때에 복구를 거듭하다가 1692년 명치시대에 완성되었으며, 현재의 것은 18세기 초에 완공된 것이라 한다. 현재의 동대사 규모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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