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1456) 썸네일형 리스트형 어느소녀의 죽음 어느소녀의 죽음 비 개인 오후를 걷는 마음으로 한잔의 술을 마십니다 가뭄에 지친 농부처럼 장마에 지친 숯장수처럼 15세 소녀의 여린 꽃봉우리는 땅이 갈라지는 아픔 아니 몽땅 쓸어가는 허전함을 한탄하지 않습니다 비 개인 오늘 사랑하는 나의 소녀는 한탄할 겨를도 잊은채 소리없이 그냥 시들어 .. 약수터에서 약수터 에서 태고적 단군의 방울땀으로 천지를 넘나드는 이슬 되었다가 소나기 되었다가 풀잎에 맺혔다가 입김에 서렸다가 한점 약수 되었나이다 또 다시 잉태되는 기쁨으로 빛나게 푸르른 별을본다 1993.06 사 랑 사 랑 라일락의 진한향으로 기다림은 사랑을 낳고 사랑은 또 다른 기다림을 만들고 기다림은 사랑에 지치고 사랑은 기다림에 눈먼다 1989.04 그리움 '89 그 리 움 '89 봄바람 속살까지 거침없이 파고들제 안올님 기다리는 이내맘이 죄이런가 초연히 저무는 달이 그리움만 틔우네 달하! 초승달아 초저녁에 쉬 질테면 차라리 떠지나 말아 이내간장 재워두지 불같이 타는 가슴에 그리움만 두고가뇨 1989.03 그리움 '90 그 리 움 '90 내겐 그리움 하늘 더하기 하늘은 하늘인것을 망각해 버리는 그리움 창밖엔 억수같이 쏟아지는 비 비가 나의 그리움일랑 동무하는 밤 비내리는 밤 그리움을 보채다 잠에 묻혀가는 오늘 오늘은 다시없는 오늘이지만 그리움은 내일 또 잉태된 그리움으로 다가오겠지 1990.07 갯벌 갯 벌 절명의 몸부림으로 다가와 긴 한숨 토해내고 올망졸망한 뱃사이로 비틀거린다 찢겨진 꿈 사이로 속살 드러내지만 속살마져 터져버린 뱃머리 너머 고동이 운다 폐선이 되어버린 어제는 되돌아 볼 수 없고 욕망에 맡겨진 바다의 내일은 텅 비어 있다 갯벌의 신화는 진리에 묻히고 우리는 까만 바.. 일벌과 강아지 일벌과 강아지 일벌은 벌침을 하사받으면서 여왕벌을 위해 충성을 맹세한다. 그들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명분 없는 잔꾀나 술수로 벌침을 버리는 일은 없다. 적을 공격하라 는 명령이 떨어지면 조직을 위하여 본능적으로 벌침을 꽂고 자신을 던질 뿐, 벌침의 길고 짧음을 견주지 아니한다. 벌 세 통을 .. 파고만댕이의 여름 파고만댕이의 여름 여름날이면 우리는 소를 몰고 뒷산에 있는 앵곡*을 지나 우리들의 천국인 파고만댕이*로 올라갔다. 올라가자마자 소 이까리를 소뿔에 칭칭 감아 단단히 동 여매어 풀밭에 풀어놓고는 마치 약속이나 한 듯이 아까시나무로 만든 칼을 꺼내서 신나게 칼싸움 놀이를 한판 벌인다. 얼굴.. 이전 1 ··· 178 179 180 181 18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