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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소녀의
죽음
비 개인
오후를 걷는 마음으로
한잔의 술을
마십니다
가뭄에 지친
농부처럼
장마에 지친
숯장수처럼
15세 소녀의
여린 꽃봉우리는
땅이
갈라지는
아픔
아니
몽땅
쓸어가는 허전함을 한탄하지
않습니다
비 개인
오늘
사랑하는 나의
소녀는
한탄할 겨를도
잊은채
소리없이 그냥
시들어 버렸습니다
길가던
나그네는 그저 홑눈을
흘길뿐입니다
소녀야
소녀야
나의
사랑하는 소녀야
흩어지는
나의 가슴을 모아
네
영혼을
씻어주마
영혼의
뒤안길에서
훔쳐
울어대는
네 울음의
메아리가 들리도록
나는
켜켜히 산을
쌓으마
비 개인
오후를 걷는 마음으로
또
한잔의 술을
마십니다
가뭄에
지친 농부처럼
장마에
지친 숯장수 처럼
198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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