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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름다운 동행
記 行

용대 자연휴양림 - 춘설

by 桃溪도계 2007. 3.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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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날이 장날이랬나?

용대 자연휴양림을 찾아가는 날에는 춘설이 어지럽게 머리채를 흔들며 우리들을 환호한다.

휴양림 안에는 예전부터 살던 사람들과 최근에 골짜기에 터전을 잡은 사람들이 한가롭게 고즈늑한

금강산 자락의 향기를 피운다.

권가락지의 풍경소리도 여전히 울림이 실하다.

오랜만에 만난 우리들이 서먹할까봐 요란을 떤다.

 

 

골짜기에 들어서자마자 폭설이 정신없이 혼을 빼놓듯 내린다.

골짜기 바람따라 세차게 내렸다가, 세상 노여움을 다 풀어버린듯이 평온하게 내렸다가 제 흥을 주체하지

못한다.

 

권가락지에 항아리들이 새 봄에 복을 쌓듯 눈을 소복이 쌓아가는 모습이 정겹다.

항아리안에 들어있는 각종 음식들이 쉬 상할까봐 눈이 내리는듯이 서로의 인사가 너무나 다정스럽다.

 

 

 

 

경칩을 맞아 다 풀어놓았던 개울이 다시 얼음을 채운다.

아직 봄에게 허겁지겁 다 내어주기는 마음이 내키지 않는 모양이다.

이러나 저러나 시간이 흐르면 세월따라 다 벗어버릴것을 마음같지가 않은가. 

자존심을 내어 놓기가 쑥스러워서 그렇겠지.

 

 

 

금강산의 남쪽 끝자락 용대 자연휴양림에 봄 눈이 흩날린다.

여인의 봄 심은 무엇을 쫒는걸까.

춘설이 흩날리는날 어떤 인연이 심심산골로 불렀을까. 

 

 

 

 

휴양림 입구에는 인제군의 명품인 황태가 여물어가는 덕장이 즐비하다.

마침 내린 봄 눈에 황태들은 잠시 풀었던 긴장을 다시 다잡으며 입을 쫘악 벌리고 눈을 구겨넣는다.

눈이 내린 끝에 날씨가 매서운 걸 보니 황태로서는 황금의 기회를 잡은듯 하다.

엊그제 풀릴대로 풀린 날씨에 축 쳐진 몸뚱아리에 눈을 가득 집어넣고 다시 탱탱하게 얼리면 제대로 된

명품을 만들 수 있게 되었다. 

 

용대자연휴양림의 봄에는

속살 하얀 춘설이 제 멋대로 날리며 놀고,

인심 훈훈한 권가락지가 있어 얼씨년스런 봄 추위를 감싸 안는다.

여름 휴양림은 더위를 피하고 시원한 휴식처를 제공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초봄의 휴양림에는 그 만큼의 텅 빈 여유가 있어서 좋다.

 

 

* 일    시 : 2007년 3월 10일

* 위    치 : 강원도 인제군 용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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