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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양재천을 기다린다.
물빛이 유순해지고 수양버들 나뭇가지는 푸른빛으로 호흡을 모으며 물 올릴 준비가 한창이다.
천변에 산책나온 사람들의 발걸음이 정겹다.
하늘은 맑고 바람이 어지러운 틈으로 봄은 시간을 지체하지 않고 차분히 걸어온다.
작년에
멋을 풍겼던 갈대는 아직 그 아름다운 자태를 흐트러뜨리지 않는다.
봄을 잔뜩 머금은 풀들은 자리를 튼실하게 잡았다.
아마 이들에게는 겨울이 그다지 두렵지 않았던 모양이다.
이들은 가을과 봄 사이에서 겨울을 출장 보내버렸던 걸까.
새끼 오리들이 물길질에 여념이 없다.
바람이 불어 꽤 쌀쌀한대도 오리들은 게의치 않는다.
봄 마중 나온 까치의 울음이 곱다.
새로 트는 둥지를 꼼꼼하게 챙긴다.
인간들의 호흡. 강 바람. 갈댓잎. 나뭇가지... 재료도 가지가지다.
콘크리트 보다도 더 튼튼한 둥지를 짓는다.
해질녘 양재천은 봄에 한발짝 더 다가선다.
해를 떠나 보낸 강심은 아쉬움을 더해간다. 아랑곳없이 해는 자취를 감춘다.
내일 만나야 하는 별 다른 기약이나 인사가 없어도 밝은 모습으로 내일 만날 수 있다.
버들강아지는 봄 채비를 끝냈다.
우리들이 웅크리고 있는 동안 버들강아지는 사푼사푼 봄을 준비했나보다.
봄을 기다리지 않아도 봄은 올테야.
어제 그랬던것 처럼...
작년에도 왔던것 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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