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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름다운 동행
記 行

봄을 기다렸나요.

by 桃溪도계 2007. 2.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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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의 봄은 매화나무의 꽃눈에서 시작되었다.

아직은 움츠리고만 있을 것 같았던 봄이 입춘을 지나면서 겨울을 벗어 던졌다.

금년은 날씨가 비교적 포근해서 봄을 애타게 기다린 기억이 없지만,

설날을 맞은 매화나무는 봄 매무새를 만지작거리며 우리들 가슴에 기웃거린다.

 

산소 가는 길에 ...

멋드러진 매실을 조롱조롱 매 달기 위한 꽃 봉오리가 탐스럽다.

 

 

양지바른 산소 잔듸밭에 고라니가 실례를 했다.

고라니똥이 더럽거나 추해 보이기 보다는 너무나 평온해 보인다.

잠시의 휴식을 통해 행복을 느꼈을 고라니 가족들에게

괜스레 방해를 하지는 않았는지 송구스럽다.

 

고라니 가족이 머물다 간 자리 옆에 산토끼 가족이 편안한 휴식을 즐기고 간 흔적을 남겼다.

고라니 가족과 토끼 가족은 같은 시간에 와서 산에서 사는 안부를 물으며 도란거렸을까.

아니면, 고라니 가족의 눈을 피해 산토끼 가족들이 불안한 행복을 잠깐 즐기며 폼 잡고 놀다 갔을까.

이렇든 저렇든 산 짐승들이 평온을 꿈 꾸었기를 바란다.

 

 

물수제비를 만들어봐....

헤아릴 수 없이  나비처럼 나풀거리며 물수제비가 떠간다.

"봤지"

"나 처럼 해봐"

"에이"

"난 안되네..."

"요령이 있는거야"

"납작한 돌을 쥐고 던지는 순간 회전을 먹여야 돼"

"회전 너무 많이 먹으면... 붕 떳다가 그냥 내리 꽂히면 물수제비가 몇개 안 생기고 끝나버러"

"뭔 말인지 알제"

우리들의 봄은 물수제비의 가벼운 몸짓따라 까뚱까뚱거리며 발 걸음이 가볍다.

 

 

 

봄 빛을 머금은 저수지의 물 빛깔이 한층 유순해졋다.

아직 고향을 떠나지 못한 오리 가족 몇몇이 한가롭게 물위를 노닐며 다가오는 봄을 걱정한다.

"우리는 언제 고향으로 떠나지?"

"이러다 고향에도 못가고 여기서 눌러 앉는건 아닐까"

오리가족들의 근심섞인 물길질에 놀란 작은 파도가 연거푸 까불어댄다.

 

* 일시 : 2007년 2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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