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山 行

연주대 - 관악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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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두르던 봄 기운이 관악산 입구에서 머뭇거린다.

봄이 관악산 정상을 오르다가 사람들에 지쳐 잠시 호흡을 고르고 있다.

서울의 남쪽을 병풍처럼 둘러싸고 서울을 지켜왔다.

관악산은 서울쪽으로는 서울대학교를 품어안았고, 과천쪽으로는 정부청사를 포란하고있다.

서울 도심에서 접근이 용이하여 서울시민들이 자주 찾는 산이기도 하다.

 

삼일절 휴일을 맞아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저 잘난맛에 멋부리며 산을 오른다.

관악산은 몇날몇일을 후유중에 시달리며 몸살을 하게 생겼다.

무슨 근심이 그리많아 산에다 버리겠다고 당당히 벼르고 덤비는지 모르겠다.

 

호수공원의 물빛이 선하고 곱다.

겨울을 정리하느라 사뭇 들떠있는 분위기다.

 

 

 

관악산 중턱쯤에는 아직 겨울이 남아있다.

꽁꽁 언 얼음이 따뜻한 봄 기운에도 냉기를 풀지 않는다.

단단히 삐쳤나보다.

 

연주대가 보인다.

악산 자락에 서너평의 암자를 지어 도를 닦겠다는 걸까.

저 암자를 지은 스님들은 참 재미있는 분 인것 같다.

어떻게 저 바위 꼭대기 애처로운 틈에다 저렇게 암자를 올리고 세상과 돌아앉아 중생을 구제하겠다고

생각했을까. 

 

연주대로 넘어가는 산행길은 암반으로 되어있어 위험하다.

레이더기지와 연주대의 대비가 재미있기도 하지만, 자칫 한 눈을 팔다가는 큰일난다.

 

연주대를 처음 지은 사람은 의상대사라 한다. 그래서 처음에는 의상대라고 불리었다가 고려가 멸망한후

충신스런 유신들이 이곳에 모여 개경쪽을 바라보며 고려를 그리워하여 연주대라고 고쳐 부르게 되었다

한다.

죽순같이 바위가 쭉쭉 뻗은 기암괴석위에 기기묘묘하게 작은 암자가 다소곳이 앉아있는 모습은 믿음직

하다기 보다는 앙증맞다.

 

 

관악산 연주대 정상은 629m 이다.

온통 바위로 이루어진 정상에 오르려면 험로를 뚫어야 한다.

쉬이 정상을 허락치는 않는다.

 

연주대에서 레이더기지쪽으로 바라본 풍경이다.

처마밑에 달린 풍경이 땡그랑 그리며 기도를 올리는 불자들의 리듬감을 채운다.

큰 시험을 앞둔 사람이나, 중요한 관직에 오르려는 사람들이 연주대에서 기도를 올리면 영험이 있다하여

연일 사람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곳이기도 하다.

 

 

연주대에서 연주암으로 넘어 오는길에 늦은 점심을 도시락으로 해결했다.

세상만사가 복잡하고 힘들어도 산에 오르면 가볍게 털어 낼 수가 있다.

물론 다 털어내지 못하여 조금만 남겨와도 산을 내려오면 그새 싹이 자라 근심이 늘어나기도 하지만,

그래도 산에서는  가벼운 몸짓으로 세상과 나와의 소통 할 공간이 마련되는 것이다.

연주암을 뒤로하고 산을 내려오면서

내가 세상을 살아가면서 무거운 짐을 지고 가는 이유를 곱씹으며 아름다운 세상을 생각했다.

 

 

* 산행일시 : 2007년 3월 1일

 

* 위      치 : 서울시 관악구, 경기도 안양시, 경기도 과천시 일대

 

* 산행코스 : 서울대 입구 - 호수공원 - 연주대정상(629m) - 연주암 - 과천

 

* 산행시간 : 4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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