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山 行

황석산 - 雪梅 (설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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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석산

 

산에서 내가 버릴 수 있었던 것은

오만과 철없는 방자함에 들떠있는 품격 낮은 인격이었다. 

그것은

매화가 옹골차게 차고 올라 맺히기로 했던 자리에 매화가 아닌

어설픈 눈꽃이 똬리를 틀었던 이유이기도 했다.

 

 

남도에 춘삼월 눈꽃이 영그는 까닭은

우박을 매달고자 함은 아니었다.

설익은 봄이 깝죽대다가 행여 다칠까봐 폼나게 태클을 걸었던게지.

 

 

그냥 그자리에 있을뿐

월봉산 정상은 나름대로 겸손했다.

아무도 찾아주지 않아도 슬퍼하지 않는다.

 

 

"산에산에 산에는 산에 사는 메아리

벌거벗은 붉은산에 살 수 없어 갔다네...."

산에 나무를 심자는 계몽의 뜻이 담긴 동요다.

 

그러나

수풀 우거진 산에도 메아리는 떠났다.

메아리를 불러도

공기중에 먼지 입자가 많아서 메아리가 다 부서지는 까닭일까.

그래서 메아리는 찢어지고 흩어지고

만신창이가 된다.

우리에게서 메아리가 떠난 이유다.

아마

메아리는 우리들 가슴에서도 떠날 준비를 하고 있는지 모른다.

 

 

월봉산 정상에서 내리막을 내려올때부터 불안했다.

내리막은 오르막을 경고하고 있었다.

거망산 9부능선쯤 올랐을까.

허벅지에 계란이 하나 들어박혀서 다리를 움직일 수가 없었다.

돌아갈 수는 없는길..

거망산을 넘어서면 종주 산행을 포기하고 중도에서 하산길을 찾아야겠다고 마음을 다졌다.

 

 

인간의 욕심을 스스로 제어 할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거망산을 지나서 내려오면서 뭉쳤던 다리가 다소 풀렸다.

욕심을 버리지 못했다.

황석산 종주를 결심했다.

 

 

황석산 정상이 보이는 틈에

두꺼비 바위가 잘난체한다.

힘들면 업어주겠다고 등을 내민다.

 

수많은 갈등과 번민을 재우고 황석산 정상에 올랐다.

힘겨웠던 지난 산행이 보람으로 채워지는 순간이다.

그래...

여기를 오르지 않았다면 분명 후회했겠지.

그럴수밖에.....

 

 

굳게 닫힌 황석산성이 우리를 반기며 성문을 열어준다.

고맙다.

내게 또 다른 희망과 기회를 준

황성산아 고맙다.

나는 너를 오래도록 기억하고싶다.

 

 

* 산행일시 : 2007년 3월 18일

 

* 산행코스 : 남령 - 수리덤 - 월봉산(1,279m) - 큰목재 - 은신치 - 거망산(1,184m) - 북봉 -

                  황석산(1,190m) - 연촌 - 삼원정

 

* 위      치 : 경남 함양군, 경남 거창군 일대

 

* 산행시간 : 7시간 (10시 30분 출발 - 17시 30분 도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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