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산/진달래
올라갔다 내려올 산에는 왜 올라가는지 ...
난들 어찌 알겠어요.
그저 산이 거기 있으니 오를뿐이지.
양재동 화물터미널 쪽에서 들머리를 잡았다.
들머리 입구에 보라색 향기를 품은 제비꽃이 군락을 이루었다.
삭막하게 느껴지는 봄 산에
분홍 진달래가 홍일점을 뽐낸다.
싱그런 분홍빛이 내 마음속까지 스며든다.
생강나무도 꽃을 피웠다.
연노랑 꽃잎에 살짝 손을 대면 손톱이 노랗게 물든다.
김유정의 소설 '동백꽃'에 나오는 그 동백꽃이 생강나무 꽃이다.
소설속의 주인공이 되어 동백꽃 향기를 훔치며 산행의 피로를 씻는다.
청계산 중턱쯤에 자리잡은 옥녀봉이다.
옥녀봉에서는 과천 경마장, 어린이 대공원 등....
과천의 풍경들이 가깝다.
의식행사를 치르듯이 사람들이 줄지어 서 있다.
청계산의 정기를 뿜어낸다는 돌문바위다.
흔히 산행에서 만날 수 있는 맞배형상을 한 바위인데...
사람들은 저 돌문을 세번 드나들면서 정기를 받는다.
어떤이들은 두손을 합장하고 기도를 하기도 한다.
실제로 저 돌문을 세번 지나면 힘든 산행에서 지친 몸은 정기를 받아서
새로운 기운을 얻는다.
맨발로 산을 오르는 사람들...
종종 저런사람들을 보게 되는데,
겨울동안 움추렸던 마음을 풀어내려는듯 힘차게 걸으며 따라해 보기를 권한다.
산행의 맛이 감칠나다고 자랑이 넘친다.
청계산 원터골 입구에서 만나던 스님이 오늘은 7부능선에 올라와 염불을 한다.
이유를 여쭈었다.
스님은
"10년 염불수행중인데 올해가 그 마지막 10년째 되는 해다."
"그런데 구청에서 염불을 못하게 해서 이렇게 올라왔다."
"왜 못하게 할까요?"
"상행위랍니다."
"내가 물건을 파는것도 아니고, 강요를 하는것도 아닌데..."
"종교의 자유가 헌법적으로 보장된 대한민국에서 스님이 염불을 못하게 한다는건 말도 안된다."
아니나 다를까.
좀 있으니, 공익요원으로 보이는 젊은 친구가와서 스님께 하산을 강요한다.
스님은 못 간다고 버티는 실랑이가 벌어졌다.
오히려 스님은 공익요원 친구에게...
윗사람이 시킨다고 무조건 따르지 말고, 옳지 않는 일은 할 수 없다고 얘기하라며 훈계한다.
젊은 친구는 어물쩡 저물쩡 거리며 산을 올라간다.
진달래능선으로 하산길을 잡았다.
진달래 군락이 곱다.
봄 산에 진달래는 마음을 정갈하게 하라는 메세지를 던진다.
꽃 마음을 알까.
나는 저 꽃에게 뭐라 얘기를 전할까.
............
내가 저 친구에게 줄 수 있는것은 하나도 없지만,
저 친구는 내게 무한의 아름다움, 생명의 경이로움, 자연의 겸손함 등
모든것을 전해준다.
마음으로 받아들지만, 이내 기억에서 지우는 맹랑함을 자랑으로 여긴다.
그것이 인간이다.
산 빛이 곱다.
나도 곱다.
서울에 살면서 시름에 겨운 사람들은
청계산 진달래능선에 올라 울어라.
울음소리도, 핏 빛 눈물도 몽땅 보듬어 안아주리다.
하산길 자락에서
돌을 파서 조각을 하는 장인이 있어서 이채롭게 보였다.
저 돌 속에 진달래 분홍빛을 새겨 넣어서 간직하고 싶다.
* 산행일시 :2007년 4월 8일
* 산행시간 : 3시간
* 산행경로 : 양재동 화물터미널 - 옥녀봉 - 헬기장 - 돌문바위 - 매봉 - 진달래능선 - 원터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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