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바위 - 팔공산
나를 구하러 올랐다.
특별히 잃은것은 없지만 버릴것은 많다.
대구의 진산 팔공산은 서울의 북한산과 같은 대구의 지킴이 이며, 대구 사람들의 정신적인 안식처다.
팔공산에서 대표적인 명승지는 관봉석조약사여래좌상이다. 흔히 갓바위 부처님이라고 부른다.
해발 850m에 위치한 갓바위는 통일신라시대때 만들어진 석불좌상으로서 누구든지 정성으로 기도
드리면 한가지 소원은 들어준다는 이 불상은 팔공산 불교문화의 정수를 이루는 걸작이다.
이 갓바위 부처님은 절에 전하는 바로는 원광법사(圓光法師)의 수제자인 의현대사(義玄大師)가 어머니의 명복을 빌기 위하여 638년(선덕왕 7)에 조성한 것이라 한다. 그러나 전체적 양식으로 보아 8~9세기 작품으로 보이는 것이 학계의 일반적인 정설이다. 현재 보물 제 431호로 지정되어 있다.
정월초에 기도 드리기 위해 갓바위를 찾는 사람들이 인산인해를 이룬다.
한가지 특징은 오르는 사람이나 내려오는 사람들 모두 짜증이 없다.
올라가는 사람은 기도 드리는 마음을 흐트러지지않으려는 구도자의 마음이고,
내려오는 사람은 기도 드린 마음을 아름답게 간직하려 하기때문에 느긋하게 기다리며 다툼이 없다.
갓바위 부처님은 저 많은 사람들의 기도를 다 들어 줄 수 있을까.
신통력이 다 닳아 없어질까 걱정된다.
해마다, 달마다, 때마다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기도는 부처님의 가슴에 새겨진다.
갓바위를 지나서 동봉을 향해 산행을 계속 이어간다.
팔공컨트리클럽에는 골프를 치는 사람들이 느긋한 휴일을 채운다.
골프를 치는 사람들을 산에서 바라보면 한가롭기 그지없다.
하지만, 저 사람들의 세계에서는 긴장과 질투와 환희와 후회와....
인간들이 짊어지고 있는 희노애락을 그대로 재현한다.
스트레스 풀기 위한 게임이라기보다는 스트레스를 만들기 위한 운동이다.
어쩌면 골프를 치면서 스트레스를 만들어 버리면, 더 큰 스트레스를 잊게하는 작용을 노리는걸까.
春心이 動하여 봄을 맞으러 떠났던 산행이었는데, 어설픈 춘심은 春雪에 날리고, 봄인줄 알고 단단히
준비하지 못했던 자신의 불찰을 원망하며 추위를 이겨나간다.
봄볕이 잠시 비치는 틈으로 내렸던 봄 눈은 값지고 귀엽다.
팔공산 정상은 비로봉인데, 송신소가 자리잡고 있어서 일반인들은 정상을 밟을 수 없다.
비로봉을 중심으로 동쪽엔 동봉이, 서쪽엔 서봉이 우리들의 정상을 대체한다.
춘설이 분분하여 산행하는 사람의 마음을 들뜨게한다.
꽃을 준비하던 철쭉은 느닷없이 내린 춘설에 산호 같은 형상으로 화장을 했다.
멋지다. 자연의 노련한 붓 놀림에 경외감마저 든다. 단 한군데도 인간의 어슬픈 손으로 고쳐주고 싶은
부분은 없다.
그냥 그대로 자연인것을....
무슨 말을 덧붙일까. 자연 앞에서는 침묵만이 가장 아름다운 지혜다.
1,155m 동봉 정상이다. 비로봉 정상을 밟지 못한 아쉬움이 있지만, 여기서 하산 하기로 한다. 욕심을
낸다면 비로봉 우회로를 이용하여 서봉으로 이어가는 산행로가 있다.
서봉을 지나서 파계봉을 경유, 헐티재로 내려가면 11시간 정도 소요되는 팔공산 완전 종주산행이지만,
시간이 허락치 않는다.
우리는 동봉에서 동화사로 하산길을 정했다.
동화사로 내려가는 길에 염불암을 지나면 돌탑무더기가 있다.
여기 돌탑은 자연인에 의한 자연스런 돌탑이라기보다는 인공미가 넘쳐서 정겨움이 덜하다.
매번 산행을 하면서 내가 가진 쓰레기는 버리고 오지만, 헛된 욕망과 같은 정작 버려야 할 것들은
버리지 못한다.
내공이 부족한 탓일게다.
내공을 인위적으로 쌓으려고 하면 허물어진다는 것을 이번 산행을 통하여 깨달았다.
* 일 시 : 2007년 2월 25일
* 위 치 : 대구시 동구, 경산시, 영천시, ,칠곡군, 군위군 일대
* 산행코스 : 보은사 - 갓바위 - 인봉 - 선본재 - 능성재 - 신령재 - 염불봉 - 동봉(1,155m)
- 염불암 - 동화사
* 산행시간 : 6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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