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아름다운 동행
山 行

계방산(1,577m)

by 桃溪도계 2007. 1. 14.
반응형

1. 산행일시 : 2007년 1월 14일

2. 위      치 : 강원도 평창 및 홍천군 내면 일대

3. 산행코스 : 운두령 - 헬기장 - 계방산(1,577m) - 주목 삼거리 - 한강기맥 - 소계방산(1,490m) -

                   대직동 - 소한동계곡 - 소한분교

4. 산행시간 : 6시간

 

전투를 위한 행군이었다. 계방산은 그 봉우리가 남한에서 5번째로 높은만큼 위엄이 있다.

운두령에서 우리는 승리를 다짐하며 힘찬 발걸음을 내 딛는다.

그 옛날 이승복 어린이가 그토록 공산당을 싫어 했던 메아리를 지척에 두고 있어 귓전의 울림이 쟁쟁거린다.

 

처음부터 만만한 산행이 아니었다. 아이젠과 스패치로 중무장을 하고 행군하듯이 산에 오르는데...

일제히 많은 사람이 한꺼번에 산행에 참가하여 산에도 러시아워를 이루고 있다.  

 

멀리 백두준령이 위엄차다.

푸른빛 산등성이의 파노라마를 볼 때마다 가슴이 벅차다.

이 산하에서 내가 해야 할 것들이 뭘까.

뭘 이루어야 할까를

수채화 같은 산등성이 파노라마를 볼때마다 고민한다.

 

 

 

 

천년은 족히 되었음직한 주목나무...

옆으로 스치기만해도 기운이 솟는다.

 

아침에 앞다투며 호흡을 섞었던 산꾼들은  대부분 계방산 정상에서 하산길을 택했지만,

우리는 소계방산으로 행군을 이어갔다.

문제는 우리가 가는길에는 눈만 있을뿐 길이 없었다.

허벅지까지 차 오른 눈을 헤치며 길을 뚫고 가야 한다는 현실을 앞에두고 두려움이 몰려왔다.

 

 

6시간을 눈속에서 보냈다.

이렇게 눈속에서 나를 묻고 온종일 헤매본 건 처음이다.

걸어도 걸어도 눈밭은 끝없이 이어지고 나의 마음은 지쳐간다.

 

 

멀리 설악산의 대청봉이 우리를 반긴다.

대청봉 봉우리를 맞는다는 기쁨이 여간하지 않다.

산에서 내가 아는 산 봉우리를  맞는 기쁨은 오랜 친구를 맞는 기쁨 그 이상이다.

 

눈이 허리까지 차 올랐다.

기쁜듯 폼을 잡아 보지만, 이제는 눈속에서 빠져 나오고 싶다.

빨리 땅을 밟아보고 싶다.

다행히 동행하는 산악회 팀이 있어서 길을 뚫고 나갔기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우리는 엄청난

에너지를 계방산에 쏟아내고 기진맥진해 쓰러졌을지도 모른다.

 

 

 

산등성이를 내려올때 칼바람이 볼을 가르고 지나간다.

추위와 배고픔에 칼바람까지 이기기란 여간 쉽지가 않다.

나는 왜 눈 덮인 산에서 목적을 잃어버린 서툰 산행에 나를 맡길까.

그건 나도 모른다.

산은 알겠지.

 

 

눈속에 산죽잎이 뾰족이 고개를 내밀고 영하의 추위도 아랑곳하지 않고 생명을 이어간다.

측은하고 기특하다.

무릇 생명의 힘이 뭘까.

차가운 바람과 눈은 생명의 의미를 어떻게 새길까.

"산죽은 살아있다"

이렇게 외칠까.

 

하산길에 큰 짐승의 발자국을 발견했다.

아무리 봐도 발자국 크기가 예사롭지 않다.

호랑이 발자국일까.

글쎄?

호랑이 발자국이 내 눈에 들어왔단 말인가..??

 

 

 

해발 700미터 언저리에 고랭지 배추를 심었던 농부가 눈속에 배추를 묻었다.

얼핏보면 배추를 수확하기전에 추위가 닥쳐서 실농을 한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결코 그것은 아니다.

지난해 배추 작황이 좋아 배추값이 떨어져서 수확하는 비용도 건질수 없어서 그냥 밭에 버려둔 배추다.

너무나 안타깝다.

이일을 우짜노....

 

728x90

'山 行'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교만 삭이기 - 청계산(10)  (0) 2007.02.06
태기산(1,261m)  (0) 2007.01.28
청도 남산 - 새해맞이  (0) 2007.01.01
청계산(9) - 곤줄박이  (0) 2006.12.24
청계산(8)- 가창오리  (0) 2006.1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