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아름다운 동행
山 行

태기산(1,261m)

by 桃溪도계 2007. 1. 28.
반응형

 

태기산(1,261m)

 

 

1. 산행일시 : 2007년 1월 28일

2. 산행위치 : 강원도 평창, 강원도 횡성 일대

3. 산행시간 : 6시간

4. 산행코스 : 양구두미재 - 태기산 정상(1,261m) - 삼거리 - 1,136 고지 -

                    덕고산 (1,125m) - 제 1 헬기장 - 제 2 헬기장 - 봉복사 - 신대리

 

 

 

산에 오를때마다 수월하게 오를 수 있을까 생각하지만 오를때마다 한계를 느낀다.

겨울산은 항상 두려움과 설레임을 동시에 느끼게한다.

양두구미재에서 태기산 등반길에 올랐다. 

태기산은 옛 삼한시대 때 진한의 마지막 왕인 태기왕이 산성을 짓고 항쟁을 하던 곳이라 하여 이름지어졌다 한다. 지금도 태기산에는 태기산성터가 남아있어, 그곳을 지나는 사람들에게 역사와 인생을 생각하게 하는 이정표로 기억된다.

양구두미재는 영동고속도로가 개통되기 전에는 강원도 강릉으로 가는 유일한 도로였다. 지금은 한적한 6번 국도로서 산행을 하는 사람이나 스키를 타는 사람들의 전용도로가 되었다.

 

 

 

엊그제 눈이 많이 내리지 않은 탓에 겨울 태기산은 설산이라고 우기기엔 다소 아쉬움이 많다.

그래도 겨울산은 자존심을 구기지 않으려는 흔적이 여기저기 묻어있다.

태기산 정상 부근에서 북동쪽의 능선에는 눈꽃이 아름다워 겨울의 정취를 물씬 느끼게 한다.

 

태기산 정상에는 어마어마한 송신탑이 즐비하게 자리잡고 있다.

우리 일행이 정상을 밟을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송신탑은 군인이 지킨다.

우리는 송신탑 담장을 따라 우회하였다.

송신탑을 지키는 개가 요란하게 짖는다.

산이 떠나가라 개 짖는 소리는 아무 잘못이 없는 우리를 다소 움츠러들게 만든다.

 

태기산 정상의 눈꽃은 너무 아름답다.

아직 때 묻지 않은 순백의 향연이 간사한 인간들의 가슴을 읽어 내려간다.

 

 

 

 

낙엽송 군락에 핀 눈꽃은 가히 천하 절경이다.

숙연해진다.

힘들게 산을 올라오면서 회한과 아픔을 함께 생각했다.

나는 누구인가?

왜 산을 오르는가?

오늘은.....

낙엽송 눈꽃을 보기위하여 산에 올라 왔노라고 변명을 보탠다.

 

 

 

  

태기산 정상을 벗어나 우리는 덕고산 산행으로 이어갔다.

그러나 곧바로 위기에 봉착했다.

러셀이 되어있지 않아 길을 찾을 수가 없다.

태기산 정상에서 영춘지맥을 따라 덕고산으로 이어지는 등산로가 명확치 않다.

항상 우리를 안내했던 산행 꼬리표도 분명치 않다.

위험을 감수하고 길이 아닌 능선을 따라 러셀해 나갔다.

선두가 금방 지친다.

눈을 헤집으며 한참을 내려가서 임도를 찾았다.

거기서 두편으로 나눴다.

낙수대 방향으로 하산하는 편과

덕고산 방향으로 등산하는 편으로 나눴다.

나는 덕고산 방향 등산길을 택했다.

 

 

러셀이 되어있지 않는 산행길은 많은 두려움을 동반한다.

혼자라면 도저히 앞으로 나아갈 수가 없다.

잠시 내가 선두에서 러셀해 나갔다.

몸이 지쳐갈수록 눈은 감당할 수 없을만큼 더 깊이 푹푹 빠진다.

30분정도 등산로 개척에 앞장섰다가 기진맥진했다.

눈 덮인 산속에는 노루나 멧되지들의 발자국이 선명하다.

이 눈길을 헤집으면서 먹이를 찾아 떠났던 가족들은 무사히 그들의 아지터를 제대로 찾아갔을까.

 

아주 오랫동안 기억 될 산행이었다.

허벅지 근육이 터질듯한 고통을 억지로 참으면서 왜 산행을 했을까.

당분간은 산에 오르고 싶지 않다.

오르지 않고 베길 수 있을까.

글쎄.... 

 

728x90

'山 行'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갓바위 - 팔공산  (0) 2007.02.26
교만 삭이기 - 청계산(10)  (0) 2007.02.06
계방산(1,577m)  (0) 2007.01.14
청도 남산 - 새해맞이  (0) 2007.01.01
청계산(9) - 곤줄박이  (0) 2006.1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