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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름다운 동행
記 行

만추의 권가락지

by 桃溪도계 2006. 11.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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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인제군 국립 용대자연휴양림 안에 권가락지 라는 인심 훈훈한 민박집이 있다.

권씨 성을 가진 이의 즐거운 땅.... 권가락지

이름도 재미있다. 

 

집은 잣나무와 낙엽송 그리고 황토벽돌을 이용하여 자연친화적으로 아름답게 지어졌으며, 방문을 열고

거실에 들어서면 고향내음 같은 나무향기가 콧속을 후비며 정겹게 맞는다.

주인이 직접 설계하고 지었다는 집은 뒷산의 산등성이를 닮아 있어 모성을 느끼게 하는 매력이 있다.

 

민박집이라기 보다는 그냥 고향집 같고 친정집 같다.

어르신 내외 두분이서 약초를 캐고 산나물을 뜯어 말리고, 심신에 지쳐 찾아오는 이들에게 푸근한

정겨움을 마음껏 내어 놓는다.

사회생활 하면서 스트레스와 갖은 설움에 젖은 이들에게 따뜻한 숭늉같은 안식처를 제공한다. 

 

만추의 권가락지에는 겨울을 준비하는 갖가지 손놀림이 빈틈없이 꼼꼼하다.

 

겨우내 먹을 시래기와 땔깜도 차곡차곡 잘 준비되어간다.

 

고추와 약초들도 가슴 따뜻한 가을빛을 마음껏 받으며 몸을 말리고 있다.

어느하나 쉽게 간과할 수 없이 정겹다.

권가락지에는 겨울이 길다.

그런만큼 가을은 더욱 분주하고 겨울을 준비하는 마음은 행복하다.

 

이층 다락에는 풍금이 놓여있다.

피아노 처럼 맑은 음색을 내는 건 아니지만, 바람이 엉겨서 다소 분명하지 못한 음을 일으키는 풍금이 권가락지 정서에는 딱 들어 맞는다.

저 풍금이 있는 자리는 얼마동안 영역을 침범하지 않고 가만히 견뎌줄까.

오래도록 저 자리에서 아름다움을 연출할 수 있으면 좋겠다.

소리가 안나면 어쩌랴.

그냥 그 자리에 앉아만 있어도 충분히 아름다운것을...

 

약초방이나 거실 가릴것없이 약초들이 대롱대롱 매달려 주인내외의 훈훈한 인심과 드나드는 객들의 무용담을 새겨 들으며 약효를 저울질 하고 있다.

부디 좋은 약초로 거듭나서 아픈 이들의 따뜻한 정성이 되어주기를 빈다. 

 

 

 

 

민박집의 천정이 나무로 빼곡이 들어차 있다.

저기서 우러나오는 나무향기를 감당하기가 어렵다.

하룻밤을 묵고나면 가슴속까지 나무향기로 가득찬다.

그동안의 묵은때와 욕망에 찌든 이들이 하룻밤을 여기서 보내면 비울 줄 아는 선한 나무를 닮는다.

 

권가락지 내외분의 구수한 입담과 내공으로 빚은 당귀주의 빛깔이 곱다.

어지간히 마셔도 취할줄을 모른다.

산에서 자생적으로 자라난 약초들로 담은 갖가지 약주들은 술에 취하는게 아니라 우선 향기에 취하고, 빛깔에 취하고, 인심에 취한다. 

진짜 약주다.

 

 

현관입구에 달려있는 풍경...

재미있는 전설을 만들어 간다.

바깥어른이 풍경을 달고 싶어서 15년전에 구입했는데, 안주인께서 달지 말라해서 그동안 못 달다가

이제야 허락이 통하여 처마끝에 달았더니,

15년동안 참았던 분통을 쏟아내느라 저렇게 딸랑거린다고.... 자랑이다.

  

 

 

 

 

 

권가락지의 비호같은 복구의 모습이 늠름하다.

낮에는 막내같은 엄살과 친근함으로 아이들과 놀아주고 밤이되면 산짐승들로부터 가축을 지키고

권가락지의 안녕을 책임진다.

 

 

 

 

작두로 약초를 썰어내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쌓인 내공을 충분히 엿볼 수 있다.

약초면 다 같은 약초랴.

주인내외분의 정성과 인심이 듬뿍 배어나오는 약초를 받아드는 이는, 건강과 행복을 한꺼번에 얻는

행운의 주인공이다.

만추의 권가락지에는 많은 이야기가 도란거린다.

돌아서서 나오는 순간 다시 가 보고 싶어지는 권가락지의 매력을 어떻게 설명할 수는 없다.

그냥

평범한 권씨 성을 가진 한 사람이 평상심을 얻기 위하여 강원도 인제군의 용대자연휴양림내 즐거운

땅에서 행복은 억지로 만드는게 아니라는걸 일깨우며 우리들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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