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記 行

양수리 두물머리

반응형

새벽에 광풍이 몰아쳤다.

가을이라는 계절에 어울리지 않게, 인연을 끊어려는듯 매몰차게 내리꽂혔다.

아침은 부스스 잠에서 깨었지만 어젯밤의 뇌성을 다 지우지 못한듯 혼미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우리는 양수리로 향했다.

가을이 가기전에 한번은 가 봐야할 것 같아서 그냥 떠났다.

성난 바람이 거리에서 성을 풀고있는듯 가로수를 마구 흔들어댄다.

낙엽은 휘 감기며 거리를 헤맨다.

일간지에서 주최하는 마라톤대회에 수많은 사람들이 건강하게 달리고 있다.

목적이 어디인지, 무엇인지 알 길이 없다.

 

두물머리 입구에는 가로수가 서로 맞붙어서 터널을 만들었다.

소녀의 감성을 다 지우지 못한 한 여인이 블랙홀에 빨려 들어가듯 터널을 걸어 들어간다.

터널 저 끝에서 물안개가 안부를 물으며 도란도란 몰려온다.

 

북한강과 남한강의 두물이 만나서 한강을 이루는 두물머리에는 시와 사랑이 꿈 꾸고 있다.

말 없이 출렁이는 작은 물결에 가슴은 촉촉하게 젖어든다.

가을의 두물머리에는 아련하게 숨겨 두었던 유년의 기억들이 소곤거린다.

 

 

  

중년의 가을 남자는 두물머리에서 강물에 시선을 던지며,

어렵게 굴러가는 세상을 걱정한다.

세상보다는 자신의 미래를 더 많이 걱정하겠지.

미래의 세상에 자신을 담아야 한다면,

미래의 바구니는 촘촘 하였으면 좋겠다.

 

연잎도 자신의 탈색을 염려하지 않고 그냥 계절에 몸을 맡겼다.

탈색이 되고 몸이 비틀어져도 세상을 원망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체념하는것은 더욱 아니다.

오히려 더 멋진 봄을 기다릴게다.

 

 

 

 

길...

내가 지나왔던 길.

내가 걸어가야 할 길.

지나왔던 길이 순조롭거나 평탄하지 않았던만큼,

지나가야 할 길도 장애물이 없고 아름답기만을 바라는건 아니다.

그냥 내가 걸어 갈 수만 있으면

무엇을 더 바랄까.

 

 

 

 

두물머리에 있는 돛배는 계절을 가리지 않는다.

강물이 줄어들면 그냥 그대로 따라 내려가고

강물이 불으면 그런대로 묵묵하게 떠 오른다.

때때로 바람이 불면 바람따라 빙빙 돌기도 한다.

돛배로 태어났으니

불평없이 물 위에 떠 있기만을 좋아할 뿐....

더 이상의 욕심은 그에게는 허영이고 사치다.

 

 

728x90

'記 行'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백담사  (0) 2006.11.15
운길산 수종사  (0) 2006.11.05
29. 고향소경 故鄕小景  (0) 2006.10.08
28. 고향의 가을 소품들  (0) 2006.10.08
26. 북한산성  (0) 2006.1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