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추의 맑은 가을날을 가려 백담사에 들렀다.
백담사로 오르는 넓고 긴 개울 바닥에는 옥 빛 물결이 가을에 침잠된다.
설악산 자락에 얌전하게 자리 잡은 백담사 입구의 가을전경이 평화롭다.
백담사 뒷산은 이미 가을을 넘어 겨울로 접어들었다.
영욕의 흔적인가.
전두환 전 대통령은 이곳 서너평 작은 방에서 2년동안 자신을 포함한 지난세월의 모든 허물을 씻으려고
속죄하였다.
얼마만큼의 속죄와 허물을 씻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지금 그가 남긴 작은방과 소품들은 여기를 방문하는 모든이들에게 아련한 아픔과 슬픈 기억들을 되세기게 한다.
문지방을 지키는 부처님이 앙증맞다.
가을 바람에 풍경이 연신 흔들거리며 울린다.
백담이 안고 있는 아픔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그 아픔을 잊으려는듯 신 들린듯 쫑알쫑알 흔들어댄다.
산사의 풍경은 언제나 나에게 신선한 울림을 전달한다.
나는 무슨 아픔이 있길래 풍경을 대 할때마다 가슴 저미는 기억을 되새길까.
대웅전인 극락보전의 단청이 너무 아름답다.
장인이 예술을 몸소 실천한 아름다움이다.
스님은 신발 한켤레로 인기척을 대신한다.
적막한 공부방에서 무슨 공부를 언제까지 할려는지 알 수 없다.
스님이 저 신발을 신고 백담사를 내려올때는 저 신발속에 들어있던 인간의 욕망을 얼마만큼 비울
수 있을까.
백담사에는 군데군데 만해 한용운 선생의 흔적들이 많다.
그가 백담사에서 스님생활을 하였기도 하겠지만, 그 보다는 그는 이곳에서 깨달음을 얻었나보다.
만해교육관, 만해기념관, 동상과 시비 등 갖가지 만해의 흔적들이 즐비하다.
지금 만해는 백담사를 들러는 이들에게 잊혀진 애국관과 아름다운 흔적들을 일깨워준다.
절에 들러는 신도들이나 여행객들이 간절한 소망을 기와에 담아 기와불사를 한다.
그 기와로 이렇게 기와지붕을 만들면, 그들이 남긴 소원은 기와를 이루고 전설을 만들어간다.
아름다운 모든 소원들이 다 이루어지기를 빌어본다.